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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푸틴의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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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작성일 22-04-04 수정일수정일 22-04-04 조회85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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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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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정 남

(한민연 대표)

 

우크라이나사태에 대한 중간평가는 무승부다. 침공한 러시아측이나 일방적인 피해를 당한 우크라이나 측 모두가 승자이면서도 패자이기 때문이다. 푸틴으로서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장 실질적인 명분이기도 했던 우크라이나의 서방에 대한 접근을 일단 차단하는데 성공했고, 대내적으로도 장기집권기에 들어선 푸틴 스스로의 강력한 리더십을 전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한 커다란 효과를 만들어내는데 충분했으니, 이로써 이번 침공으로 쏟아 부은 막대한 전쟁비용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에 반해 우크라이나 또한 이번 사태를 통하여 적지 않은 실익을 챙길 수 있었다. 먼저 그들은 서방세계로터의 직 간접의 막대한 지원을 받음으로서, 서방권과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좁히고 이를 통하여 그동안 원해왔던 서구권으로의 편입이라는 효과를 실질적으로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더 큰 이번 사태의 전리품이다. 그리고 이 연장선상에서 이번의 러시아에 대한 대처과정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바랐던 러시아연방에의 예속화의 우려를 상당부분 차단하고 독자적인 위상을 세우는데 성공함으로써 과거 소련시대 이래로 이어져온 러시아화의 우려에서 벗어나 그들의 독자적인 국격을 더욱 명확히 할 수 있었다는 점 또한 상당한 실질적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전개에 따라 젤렌스키의 개인적인 리더십도 국내외적으로 더욱 분명히 확립하는 계기를 만들어 낸 점 또한 부차적이라고만 볼 수 없다.

 

이렇듯 무력침공을 감행한 러시아의 푸틴이나, 일방적인 피해를 당한 우크라이나 그 두 나라 모두가, 주고받은 공격으로 많은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나, 종합적으로 보면 그러한 전투에서의 피해를 훨씬 능가하는 전리품을 두 나라와 그들 지도자가 챙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결국 두 나라와 그들 지도자들은 이번 사태에서는 상당한 쌍방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피해를 상쇄할 수 있는 실제적인 부대 이익도 취한, 즉 이기고도 진, 지고도 이긴, 무승부의 전쟁놀이였음이 틀림없다. 당초 소련연방에 버금가는 실질적인 힘을 가진 연방으로 현재의 러시아연방을 확대 강화 하려는 원대한 야망으로부터 시작된 푸틴의 우크라이아 무력침공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당초 예상과는 다른 전황을 만들어내며, 우크라이나의 예상 이상의 견고함과 이에 반해 러시아의 전투력의 상대적인 열악성을 노정 하기에 이르면서 더 이상의 확전이 가지는 실질적인 이익을 낙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방적인 무력침공에서의 이같은 지지부진한 상황은 한마디로 당초 푸틴이 가졌던 두 가지의 예측이 빗나간 데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첫 번째의 빗나간 예측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이다. 푸틴은 젤렌스키가 갖고 있는 있는 우크라이나에서의 국정 장악력을 나약한 것으로 보았으며 그 연장 선상에서 그가 가진 국민적 지지도 또한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침공에서의 푸틴의 가장 큰 오판이 존재했고, 이 오판에서 당초 예상했던 우크라이나 측의 대항능력을 과소평가함은 물론, 러시아의 무력침공에 대항하는 우크라이인들의 대대적인 대항 전선 또한 계산에 넣을 수 없었다. 이 모두가 젤렌스키의 지도력의 오판에서 초래된 러시아로서는 예견하지 못한 결과였다. 무력침공의 경우 침략세력이 당초에는 미사일을 포함한 대공 무력으로 상대를 선제적으로 제압하고, 이어서 그렇게 피해를 준 지역에 대한 지상군의 투입을 통한 점령전을 수행하는 순서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의 경우도 이러한 과정으로 시종해 왔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초기 단계에서의 미사일 등의 공중전으로 특정 지역의 목표물들을 상당부분 파괴한 것까지는 일방적으로 러시아 측 의도데로 전황이 전개되었으나 그 후의 지상군 진출 과정에서 러시아는 상당한 패배를 반복적으로 되풀이 해왔다. 왜 일까.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의 예상 이상의 투혼으로 저항하는 진지전에 러시아가 감당이 되지 않았다. 대부분 자발적인 대항세력은 골목골목마다 저 나름의 숙지된 지형지물을 이용하면서 주로 야밤을 이용하여 러시아군의 침략 전선을 파괴하고 각가지의 심리적 회유를 통하여 러시아군의 침공 의지를 약화시키고 전선에서의 이탈과 귀순을 유도하기까지 하면서 질래야 질 수 없는 전장에서의 전세를 역전시키고 또 상당 부분 반격에 성공하고 있기도 하다. 러시아 맞서는 우크라이나의 전력이 무력이나 동원인력의 숫적 우세도 그 어느 것도 아닌 바로 우크라이나인들의 민족의식과 애국심 그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애국심과 우크라이나인들의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발현케 한 가장 큰 동인이 바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생사를 초월한 강인한 리더십이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푸틴이 간과한 첫 번째 오류가 바로 이것이다. 생사를 건 일촉즉발의 위급한 상황에서도 젤렌스키는 T싸즈 한 장 걸친 덥수룩한 모습으로 국민들 앞에 나서 침략자에 대한 응징을 자기의 목숨을 내걸고 절절하게 호소하고 나섰으며, 시간이 지나면서는 이러한 절규를 국내 뿐 아니라 유엔을 비롯한 서구세계에까지 확대시켜 나갔다. 여기서 그는 침략세력을 굳이 지칭하지 않아도, 또 우크라이나의 애국심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 그의 눈초리에서 구국의 지도자로서의 절실함과 초연함 그 자체에 그의 우크나이나에 대한 애국심과 전국민의 자발적인 단결은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절대적인 지지마져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여기에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점점 러시아에 대한 전 세계의 대항이라는 국제적인 양상으로 비화, 이제는 더 더욱 전쟁의 향방을 속단키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있어 푸틴이 범한 또하나의 심각한 오판은 바로 러시아민족주의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민족주의가 바로 자긱다 계획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의 정당성을 담보해 줄 것으로 믿었던 것이 푸틴이 저지른 큰 잘못의 하나였다. 여기서 잠깐 소련-러시아의 현대사에서 작용한 러시아민족주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17년의 러시아에서의 볼세비키 혁명 당시, 러시아민족주의는 잠깐 볼세비즘의 혁명논리에 가린체 어두운 시기를 보냈으나, 레닌이 러시아혁명을 성공시킨후 스탈린에 의한 소비에트체제의 건설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곧바로 그 동안 잠깐 뒤편으로 밀려나 있던 러시아민족의가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소련의 존속 기간 내내 소련체제의 강력한 체제유지의 논리로 자리잡아왔다. 겉으로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명분논리로 내세우면서도 체제유지의 실질논리로는 한번도 러시아민족주의가 방기된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소련체제가 해체되는 과정에서는 바로 이 러시아민족주의가 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CIS체제를 만들어 내는 결정적인 작용을 하기에 이른다. 다양한 형태의 소수민족들의 민족적 봉기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냉전기의 양극세력의 하나였던 소련이라는 강대국을 해체시키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한 힘은 다름아닌 러시아민족주의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러시아민족주의의 힘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성장해오고 있는 것이 지금의 러시아연방이며, 그러한 러시아연방의 새로운 지도자로 20여년 이상을 장기 집권해오고 있는 장본인이 바로 지금 우크라이나를 무력침공하고 있는 푸틴 러시아대통령이며, 그러한 행동을 취함에 있어 그가 크게 잘못 판단했던 것이 바로 이같이 러시아는 물론 지금의 그의 가장 중요한 권력 기반이기도 한 러시아민족주의가 그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환영할 것으로 생각한 점이다. 푸틴은 러시아민족주의는 절대적으로 그들의 민족연방인 러시아연방의 강대화를 바라며, 그 연장 선상에서 구 소련권 이웃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권의 확대를 절대적으로 지지할 것으로 맹신함으로써 그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침공을 무리하게 밀어 부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그의 러시아민족주의에 대한 판단이 크게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황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전선의 와해가 우크라이나에서보다 러시아 국내에서 이에 대한 비판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현상이 먼저 일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러시아민족주의의 분열현상이 바로 우크라이나에의 침공의 예봉을 무디게 하고 이를 약화시키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적이 아니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슬라브적인 동족의식, 연계의식이 러시아민족주의 세력의 이번 사태에 대한 냉엄한 현실의식으로 되살아나오면서 푸틴의 우크라이나 공격 대오는 내부로부터의 분열이 점점 확대되어 가고 있음이 바로 푸틴의 러시아민족주의에 대한 오판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2022/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