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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주체'로서 '빈민족', '반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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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작성일 24-08-14 수정일수정일 24-08-14 조회1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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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의 주체로서 반민족, 반통일

 

                                                                           조 정 남

                                                                          (한국민족연구원 원장)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하고 나온 남북관계에 대한 근래의 새로운 설정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충격을 던지고 있다. 그가 주장하고 나선 남북 간의 새로운 관계라는 것은 기존의 남북관계를 철저하게 단절하고, 이를 적대적 관계로 재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한반도가 분단민족’, ‘분단국가상태이기에, 이러한 분단 상태의 해결을 위해 민족통일’, ‘국가통일이라는 목표는 남북 쌍방 모두가 부인할 수 없는 제1의 정치적 과업으로 삼고 있는 사실 자체를 한꺼번에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기존의 한 민족, 두 체제라는 남북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과 함께 이를 대체하는 두 민족, 두 국가로의 관계 설정으로서, 그 충격과 혼란은 전에 없이 클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에서 통일이 없어진 자리를 차지한 것은 분단 고착을 넘어선 적대적 두 개의 국가라는 새로운 역사적 단절이다. 분단체제의 당사국들이 지상 명제로 삼았던 한 민족, 한 국가로의 통일의 이상을 벗어던지고, 기존의 남북한의 뿌리와 존재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에 근거한 두 민족, 두 국가를 강변하고 있는 김정은의 궤변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김정은 정권이 북한의 체제 수립과 통일 원칙의 큰 기둥으로 자리 잡아 왔던 민족과 통일을 파기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남북한 간의 관계를 적대적인 대립 관계로 설정함으로써 남한(대한민국으로 새롭게 호칭)과의 완전한 단절을 시도하려는 듯하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북으로 유입되어 들어오는 다양한 한류의 물결을 철저히 차단하며,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노정시키지 않고, 그들 체제의 견고성과 함께 정권의 안정성을 더욱 강화코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같은 민족’, ‘분단국가의 틀로서는 그러한 목표를 효과적으로 합리화할 수 없다. 같은 민족이고, 궁극적으로는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대상인 곳(남한)에서 들어오는 문화의 유입을 막고, 취약한 체제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우선 같은 민족’, ‘분단국가라는 남북관계의 성격부터 뜯어고칠 수밖에 없다. 그러한 판단에 근거한 대응이 바로 남북관계의 철저한 단절을 내용으로 하는 반민족, 반통일관계로서 남한을 제일의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나선 것이다. 이같이 김정은 정권이 남한과의 관계 단절을 기도하는 배경에는 대내적으로 체제 결속력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미국 등 서방세계를 포함한 국제사회에 대해 개별국가로서의 독립성과 자주성의 확립을 통한 협상력 증대라는 목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과거 김일성이 중국과 소련의 분쟁이 가열되어가는 상황에서 스스로 독립성과 자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한 주체사상의 주형과 이를 국가 시책의 가장 중심적인 위치로 자리 잡게 한 것과 비교된다. 이렇게 볼 때 지금 김정은의 탈민족 선언은 2의 주체선언과 다름이 없다.

 

왜 이 시기에 2의 주체인가. 그것은 현재의 국제 환경이나 시대 상황과 무관치 않다. 우선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냉전 이후 공존 관계에서 점점 이탈되어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이러한 현상은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두 대국 모두가 북한에 대해서만은 우호적이고 동맹 관계를 변함없이 지속하고 있기는 하나, 그 내면을 좀 더 깊이 파고들면 결코 상황은 만만치 않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긴장 관계를 계속하는 한편으로 서구와의 또 다른 형태의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에 대해서는 전에 없던 중립적인 자세를 은연중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중 여의치 못한 외부로부터의 지원의 필요성에 의해 북한과의 친밀성을 강조하면서 우호적인 자세를 강화하는 듯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상황에서의 임시적이며 과도기적인 대북정책의 변화에 불과하다. 전쟁이 종료되거나 소강상태로 전환되는 날, 러시아의 한반도에 대한 태도는 지금과는 달리 남한 쪽으로 다시 급선회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이는 무엇보다도 향후의 국제정세의 변화과정에서 남한이 북한보다 더 큰 전략적 비중을 가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보일 이러한 북한에 대한 태도 변화를 예상치 못할 북한이 아니며,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비책의 하나가 바로 그들의 개별 독립국으로서의 자립성과 독립성의 강조로 나타나고 있음이 분명하다.

 

2의 주체선언의 또 하나의 배경으로는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인식전환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방세계가 분단국으로서 한반도를 바라보던 자세를 버리고 이제부터는 새로운 협상의 대상이자 대화의 상대로서 북한을 대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분단국가내지는 분단민족으로부터 벗어난 독립성을 강조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주체성을 확보하려는 듯하다. 그렇게 해서 북한은 중국과 소련으로부터도, 또 서방으로부터도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차원에서 그들의 위상을 확립하려는 것이다. 극도의 고립감 속에서 찾아낸 자력갱생의 고육책일 수 있는 이번의 반통일’, ‘반민족선언은, 탈냉전 이후 국제정세가 점점 블록 국가들의 개별화 현상과 맞물리면서, 북한으로서는 결코 우발적이거나 즉흥적인 돌출 행동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상황인식의 변화에 따라 북한 김정은 정권은 통일문제와 민족문제에 대한 대대적인 재해석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오랫동안 남북 간의 통일은 민족문제로서의 특성을 가진 것으로 보아왔으며, 통일이라는 것은 이미 나라의 절반의 땅’(북한)에서 수행된 민족해방의 과업을 전국적 범위에서 완성하는 문제로 간주했다. 동시에 통일은 외세에 의하여 갈라진 민족의 재결합을 이루는 민족적 과제였다. 그 연장선에서 조국의 통일문제는 일찍이 있어 본 적이 없는 특수한 성격의 민족문제이기 때문에 그것은 민족문제 해결의 새로운 해결 방도를 절실히 요구한다고 주장하며, 통일문제와 민족문제를 동일시해왔다.

 

민족이 있고서야 계급도 있는 것이며, 민족의 자주권이 확립되어야 민주주의도 공산주의도 다 가능한 것이다. 국토의 량단과 민족의 분열이 공산주의적 리념으로 보나 민족주의적 리념으로 보나 절대로 허용될 수 없는 것으로 되는 근거가 여기에 있으며 민족해방의 과업을 완수하고 조국을 통일하기 전에는 그 어느 공산주의자도, 그 어느 량심적인 민족주의자도 자기의 임무를 다하였다고 말할 수 없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강승춘 1990, 24-5).

 

이렇듯 통일문제와 민족문제를 동일선에서 보던 북한이 느닷없이 민족통일을 부정하고 두 개의 개별국가로 남북한을 규정한 데 이어 개별국가인 대한민국싸워 정복해야 할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그러나 우리는 조국 통일문제는 일찍이 있어 본 적이 없는 특수한 성격의 민족문제이기에 그것은 민족문제 해결의 새로운 해결 방도를 절실히 요구한다.’고 주장한 점에서 또 다른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작금에 김정은에 의해 주장되고 있는 이른바 반통일’, ‘반민족이라는 주장이 실은 그들이 전부터 주장하고 있던 조국 통일이라는 민족문제 해결의 새로운 해결 방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김정은 정권은 민족과 통일의 부정을 통일이라는 민족문제 해결의 새로운 방책으로 삼으려 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책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한 민족 간의 민족통일의 방식이 아니라 적대 국가 대한민국에 대한 투쟁을 통한 접수라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통일의 방법과 내용 변경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절반의 땅(북한)에서 수행된 민족해방의 과업을 전국적 범위에서 완성하는 문제이자 동시에 외세에 의하여 갈라진 민족의 재결합을 이룩하는 문제로 주장해온 통일에 대한 새로운 방도가 바로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에서 일방(북한)이 타방(대한민국)을 정복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민족통일의 새로운 대안으로 직접적인 적대국 간의 투쟁새로운 방책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반통일’, ‘적대국논리가 북한의 기존 주장을 부정한 것으로 치부하기보다는 그들의 통일론에서 통일의 방법을 새롭게 추가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남북한의 결합이 이뤄지기만 하면 그것이 어떤 과정과 방법으로 이뤄지든 간에 민족통일로 결과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함에도 그들은 결과로서 민족통일이라는 부분은 애써 덮어버리고, 그러한 상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동원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 가장 극단적인 방법인 적대국에 대한 투쟁과 점령이라는 수단만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왜 이럴까. 그것은 자기들 정권의 개별성(주체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남한을 비롯한 외부적인 적대 세력들과의 투쟁 의식의 고양을 통해 계속하여 한국에서 밀려 들어오는 한류등의 문화적 침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내부적 결속과 김정은 정권의 존재 명분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임이 자명하다. 그들이 내세우는 반민족, 반통일의 수단으로 서로가 적대국이라는 극단적 관계 설정은 외관상의 부정성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어디까지나 남북한 통일의 대체 개념일 수밖에 없다. 어떤 수단과 방법이 강구되든, 분단된 남과 북의 결합으로서의 남북 통합이라는 것은 민족통일이라는 본질적인 속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민족 공동체론에서 북한의 이탈과 남북통일의 개념 파기는 그것이 가지는 본래의 의미에서 이탈이라기보다는, 단지 그러한 개념이 가지는 의미의 변용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북한의 남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투쟁 의지를 내포한 것이기도 하다.

 

분단이 장기화되면서 남북 간의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이 점점 시들해져 가는 가운데, 새롭게 제기된 북의 반민족, 반통일선언이 던지는 파장은 그것이 가지는 기만적인 내용에도 불구, 대단한 파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정은이 말하는 민족과 통일의 부정이라는 것은, 어떤 합리화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의 정통성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일 수밖에 없다. 이는 북한 정권 수립 당시, 체제 합리화를 위해 가장 중심적으로 동원되었던 반일 민족운동의 계승이라는 기만적인 근거까지도 뿌리째 뽑아버리는 것이기에 대외적으로는 물론 대내적으로도 엄청난 자기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 같은 반민족, 반통일이라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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