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의 민족정책 조정남
1. 머리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많지 않은 인구가 넉넉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캐나다는 대표적인 다민족국가의 하나라는 데서 특징적이다. 크고 작은 30여 개의 민족집단이 생존을 위한 경합을 거듭하면서도 그들 나름의 독특한 공존의 틀을 일찍부터 발전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연방국가인 캐나다가 갖는 의미는 유별난 것이다. 특히 그들은 여러 민족집단과 민족문화의 개별성과 다양성을 효과적으로 공존시키면서 하나의 통일적인 연방의 틀을 유지 발전시키는 장치로 ‘다문화주의’ 이념을 개발하였다. 따라서 캐나다는, 종래의 다민족국가가 그들 국가 내의 여러 민족집단간에 나타나는 갈등을 동화와 융합을 중심 내용으로 하는 정책으로 대처하려 했던 것과는 큰 차이를 두는 특이성을 발휘하고 있다. 근래 들어 확산되고 있는 국제화·세계화의 변화 물결 속에서 그 동안 우리 인류사회가 발전 강화시켜온 기존의 국민국가의 틀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으며, 이러한 국민국가의 전반적인 약화 현상은 또 그것의 중심 내용으로 자리잡아왔던 ‘국가’(state)와 ‘국민’(nation)의 동일성을 파괴시키고 있음을 도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 변화는 결과적으로 기존의 모든 국가체제가 그 속에서 생활하는 구성원의 다양성, 구체적으로는 개별국가의 민족구성의 다양성 즉 ‘다민족성’(polyethnic)을 더욱 확대 강화시킬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개별국가에서의 민족 구성의 변화는 또 기존의 국가구성원 통합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전제로 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즉 종전까지 기능해 왔던 다양한 민족·문화적 요소를 하나의 통일체로 동화시키려는 국민통합 방법은
이제 그 역할을 마감할 수밖에 없으며, 개별국가 차원에서의 다양한 구성 요소 사이의 새로운 통합방식은 개별성과 다원성을 현실적으로
보장하는 ‘다양성의 공존’이 그 대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일찍 다양한 민족·문화적 요소간의 강압적이고
통일적인 동화정책에서 벗어나 이들간의 공존을 중심 내용으로 한 다문화주의 정책을 그들 민족정책의 중심 내용으로 발전시켜 온 캐나다의
경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하나의 선례를 남기고 있음이 사실이다.
2. 캐나다의 민족구성
1. 민족구성의 변화 세계 제2의 면적(997.6만km2)을 보유하고, 행정적으로 10개 주와 2개의 준 주로 구성되고 있는 연방국가 캐나다는 인구가 3천여만 명(2000)에 지나지 않음에도 다양한 민족구성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다민족’(polyethnic) 국가의 하나다.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대규모적인 이민 유입에 의해 캐나다의 이민 인구가 급증하면서, 기존의 영국/프랑스 2대 민족 중심의 인구 구성은 크게 그 모습을 바꿔갔다. 1896∼1914년 사이 최초의 이민붐 때는 서부 개척을 목적으로 한 캐나다 정부의 강력한 이민 유치 정책으로 영국·미국·독일·스칸디나비아 제국을 비롯, 우크라이나·폴란드·루마니아 등지의 동유럽 이민이 대거 유입되었다. 또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46년부터 1990년까지 캐나다로 이민한 인구는 약 6백만 명으로, 여기에는 영국 이외에 독일·그리스·인도·이탈리아·라틴아메리카로부터의 이민에 더해 아시아·아프리카 등 여러 곳으로부터의 ‘유색 소수민족’도 포함되어 있다.1) 1956년의 헝가리 사태 때는 수천 명의 헝가리인이 캐나다로 건너왔고, 1975∼1985년에는 11만 3천여 명의 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난민이, 1997년 중국 반환을 전후해서는 홍콩에서의 이민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1871년의 연방 결성 당시 “건국민족”으로 불렸던 영국/프랑스계 집단이 총 인구의 90%, 그 이외의 에스닉그룹은 겨우 8%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100년 후인 1971년 인구조사에서는 비영국·프랑스계 소수민족 집단의 인구가 26.2%를 점하기에 이르렀고, 1986년에는 34.47%로 대폭 증가하였다.2) 그리고 1998년에는 순수한 앵글로계와 프랑스계 비율은 각각 28.15%, 22.85%로, 이 둘을 합해도 캐나다 총 인구의 반수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3) 캐나다로의 이민 유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50년대까지는 영국·유럽·미국 등 전통적인 이민
공급국으로부터의 이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1970년대 이후는 서서히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제3세계로부터의 유색
민족의 이민이 증가하기 시작, 1980년대에 들어서면 그 비율은 급상승한다. 1988년 1년간 캐나다 이민 총수의 50.1%가
아시아 지역으로부터의 이민만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1988년 6.3%였던 유색 이민의 인구비는 2001년에는
9.6%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캐나다로의 유색민족 이민 증가에 따른 인구 구성의 급격한 변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화가 진전된 결과, 노동력과 자본의 이동이 확대되면서 제3세계 지역으로부터 출생율 저하로 인해 노동력 부족에 고민하는 선진국으로의
노동력 이동이 만들어낸 현상의 하나다.4)
2. 구성 민족 캐나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자국 내의 민족 수는 34종이나, 실제는 이것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캐나다의 민족구성은 크게 원주민·영국/프랑스계·비영국/프랑스계·유색 민족 등의 4개 집단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5)
1) 원주민 캐나다에 가장 먼저 자리잡고 살기 시작한 것은 역시 원주민이다. 약 1만 2천 년 전 이들은 베링 해협을 건너 남·북미 대륙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후 프랑스/영국계가 모피를 구해 캐나다 동부로부터 내륙부로 진출해 옴에 따라, 원주민은 이들에 밀려 차례로 서부로 몰려갔다. 원주민이 특히 서부 4주에 많이 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캐나다 원주민은 인디언과 이누잇트, 그리고 백인과의 혼혈인 메디스6) 등 세 그룹이다. 인디언은 언어를 기준으로 또 몇 개의 하위집단으로 나눠지고 있으나, 이누잇트는 거의 언어 차이가 없다. 이누잇트 거주지역은 제한되어 있으나, 인디언과 메디스는 전국적으로 분산 거주하고 있다. 캐나다 총 인구의 약 2%를 차지하는 원주민은 인디언 55만 명, 이누잇트 3만 6천 명 등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누잇트의 거의 반수는 북서주에, 다른 대부분은 뉴펀들랜드·온타리오·궤벡 각 주의 북부에 살고 있다. 인디언 대부분은 5백여 개의 ‘band’(인디언의 하부조직)로 나눠져 있는데 이들은 2,200여 군데에 이르는 거류지에 살고 있다.7) 현재 캐나다 원주민의 약 60%를 ‘공인 인디언’이 점하고 있는데, 이들은 1871년 이후 차례로 체결된 「인디언 조약」에 의해 법적으로 “인디언”이라고 공인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들의 고유 영토를 빼앗긴 대신 연방 정부의 보호와 거류지를 제한 당함으로써 점차 인디언으로서의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상실 당하기는 하면서도 격리된 그들만의 생활권에서 나름대로 그들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해 왔다. 한편 원주민 인구의 각각 약 20%를 점하고 있는 ‘비공인 인디언’과 메디스는 공인 인디언과는 달리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해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이 많고 또 이들이 유독 심한 인종차별이나 편견의 대상이 되기 쉬웠다. 캐나다에서의 원주민의 사회 경제적 지위는 상당 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반적인 인권의식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그들의 거주지 대부분이 군사적으로나 자원 개발 상 중요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토지요구나 교육 자주권 회복 등 구체적인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8) 캐나다 원주민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노력은 20세기 후반에 들어 더욱 활발해졌다. 1970년대부터는 이들이 전국적인 조직을 만들어 정부에 대해 그들에 대한 원조 등의 각종 요구를 적극화했고, 이 같은 원주민의 요구들에 대해, 정부의 모든 행정부서가 동원되어 이들에 대한 의료나 복지 문제의 전향적인 개선은 물론 시민권 문제나 재판권 문제를 비롯한 고용문제 등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원주민 운동사에 획기적인 진전이 있었다. 원주민은 인근 국가는 물론
로마 교황에게까지 그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알려 결국 ‘원주민의 권리’가 1982년 캐나다 헌법에 명기되도록 하였다. 최근 원주민이
연방 정부에 대해 새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민족자결권에 근거한, 주 정부에 가까운 수준의 자치 정부의 허용이다. 이렇듯
캐나다 원주민은 세계의 원주민 가운데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그들의 처우개선에 뛰어들고 있다. 이렇게 볼 때 1975년에는 캐나다
인디언들이 중심이 돼 ‘세계원주민평의회’가 결성되고, 이 단체가 UN이나 ILO 등의 국제기관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국제적인
인권조직의 하나가 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9)
2) 영국/프랑스계 캐나다에 처음으로 이주한 유럽 인종은 프랑스인이다. 이른바 “뉴프랑스”라고 불린 지방을 처음으로
탐험한 것은 1534년의 일이었다. 국왕의 명을 받은 프랑스인 칼디에(Jacque Caltier)가 내륙으로의 통로인 센트로렌스
강을 발견한 후, 모자의 원료인 모피를 찾아 차례로 내륙 쪽으로 진출했던 것이다. 1608년에는 일단의 프랑스인이 센트로렌스
강 유역을 탐험, 현재의 퀘벡 지방에 모피 거래를 위한 적당한 장소를 찾아냈다. 이렇게 하여 프랑스는 퀘벡을 중심으로 하는 북미대륙
프랑스 식민지 영역을 멀리 미시시피강 유역까지 확대해 갔다. 한편 영국은 1670년 경 허드슨 만 주변을 중심으로 모피 거래소를
설치, 이 곳을 기점으로 하여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서의 모피무역의 독점권을 손에 넣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에서의
영국·프랑스 양 국의 각축전이 계속되었으며 특히 퀘벡 지방을 중심으로 두 세력의 충돌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1759년 영국군에
의해 퀘벡이 함락되면서 프랑스의 북미 대륙 식민지는 영국의 손에 넘어가고 만다.
3) 비영국/프랑스계 1896년 내무장관 시프톤이 광대한 서부의 개척을 목적으로 적극적인 이민유치 정책을 표방한 이래 영국계가 태반을 점하고 있던 캐나다 이민 구성이 현저한 변화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까지 약 20년간 3백여만 명의 대량 이민이 캐나다 각지 특히 서부지역에 유입된다. 그 가운데는 약 80만 명의 비영국/프랑스계 이민이 포함되어 있다. 유능한 농업노동자로 독일계·네덜란드계·북구계 등 북유럽계 이민이 선호되었으나 기대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그 대상은 우크라이나계·폴란드계·헝가리계 등 동유럽까지 확대되었다.10) 그 후 공황기에서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캐나다로의 이민은 급감한다. 1914년부터 1930년까지의
이민 총수 183만 4,542명에 비해 1931년부터 1945년까지의 이민은 21만 9,499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캐나다의 노동력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이미 캐나다 사회에 정착해 있던 사람들이 고국의 친척이나 고향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 시기 동구계의 제2차 이민도 유입된다. 서부 농촌 지대에 정주한 첫번째 동구 이민과 달리, 군대나 도시생활을
경험한 이들 새로운 이민은 교육 수준도 높고 언어 능력이나 특수 기능에도 익숙해, 이들 대부분은 캐나다 동부 대도시에 정착하여
비교적 단기간에 주류 사회에 참여하면서 정치 사회적으로도 급속한 적응력을 보였다.11)
<표1> 각 시대구분별 이민출생국 상위 10위
4) 유색 민족 1970년대 이후 캐나다 이민의 특색은 아시아계나 칼리브해계 등 이른바 ‘유색 소수민족’의 급속한 증가다. 중국·일본·인도·칼리브해 등지로부터의 이민은 제2차 세계대전 전보다 훨씬 많아졌으며, 최근에는 아랍계 이민이나 동남아시아로부터의 이민 내지 난민의 증가 또한 현저하다, 특히 베트남전쟁 이후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등지로부터의 난민이 캐나다 이민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12) <표>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1961년 이전 이민의 태반을 점하던 미국인이나 유럽계에 대신하여, 1961년부터 10년간에는 남구계가 증가했고, 또 1971년부터 10년간에는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제3세계로부터의 이민이 상위 10개 국 가운데 6개 국을 점하게 되었다. 캐나다로의 유입 인구의 이러한 변화는 1967년의 신이민법에 큰 영향을 받았다. 고도 산업사회로
돌입하고 있던 당시의 캐나다로서는 숙련된 노동력을 이민에 의해 보충할 필요가 생겼다. 특히 출생률 감소에 고민하던 캐나다는 이민의
선택 기준으로 점수제를 도입, 사회의 경제상황과 사회적 요청의 변화에 따른 양질의 이민수입을 시도한다. 그 결과 제3세계로부터의
이민이 급증했을 뿐 아니라, 새로 들어오는 이민은 교육·기능·언어능력 등이 상당한 수준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이들이 과거
1960년대까지의 이민과 크게 다른 점은 캐나다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공용어 능력을 이민 입국 시점에서 이미 상당 수준
구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이미 그들의 출신국에서 도시생활에 익숙해 있었고, 또 업적주의적 사고도 몸에
지닌 성취 의욕이 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13)
3. 캐나다 이민의 경과
15세기 말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캐나다로 유럽인이 이주해 들어오면서 시작된 이민의 역사는 캐나다를 다민족국가로 탄생시켰다. 다민족국가 캐나다의 역사는 이민의 역사를 중심적인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그러한 캐나다의 이민의 역사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5시기로 구분해 볼 수 있다.14) 제1기는 건국 때부터 1896년 이민법이 제정될 때까지다. 이 시기에는 이주에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 자유롭게 이민이 들어왔다. 다만 중국인은 인두세를 부과하는 등 제한을 받았다. 중국인은 태평양 철도의 건설을 위한 노동자로서 받아들여졌으나 1885년 철도가 완성되면서부터 유입에 제한을 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제2기는 제1차 세계대전까지다. 이 시기는 서부지역의 개척을 진전시키기 위해 이민 수입이 이루어졌으며, 유럽 농민이 다수 이주해 왔기 때문에 당연히 영국계와 프랑스계가 많았으나, 그 밖에 독일계·네덜란드계·스칸디나비아계·우크라이나계·폴란드계·헝가리계 등 북유럽이나 동유럽 사람도 많았다. 소수의 중국인이나 일본인도 유입되었다. 20세기 초부터는 농민뿐 아니라 노동자의 이주도 증가하면서 1913년에는 40만 명 이상의 이민이 들어왔다. 제3기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로, 당시의 전쟁 상황으로 이주는 크게 제한되었다. 특히 중국인은 1923년에 이주를 금지당했으며, 일본인도 1928년 이민 수가 제한되었다. 인종차별이 아주 심했던 때로, 캐나다에 들어온 당시 영연방 시민이었던 인도인 4백명여 명의 입국이 거부되기도 했고, 나치에 의해 추방된 9백 명 이상의 유대인도 다시 프랑스로 추방된 일도 있었다. 제4기는 1960년대 후반까지다. 이 시기는 소위 전후 이민기로, 전후 캐나다 경제발전을 위해 더 많은 노동력의 필요에 의해 이민 수입이 이루어졌다. 이 때의 수입 이민 대부분은 역시 유럽인이었으나 남유럽이나 동유럽 쪽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이탈리아 이민이 눈에 띠었는데, 1957년에는 캐나다 이민 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인 이민이 영국계와 프랑스계를 넘어서기도 했다. 제5기는 196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로, 이 시기 캐나다 이민정책의 특징은 점수제의 채택이다. 이에 의해, 이민 수입의 기준이 인종이나 민족이 아니라 연령·학력·능력 등으로 바뀌어졌으며, 유럽 이외 지역에서의 이민 즉 유색 인종의 이민이 증가되었다. 1960년대는 인도계 이민이 많았는데, 1970년대에는 캐나다로의 이민 송출국 상위 10개 국 중 6개 국이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에 소재한 나라였다. 1980년대 또한 인도차이나 난민의 유입과 홍콩 탈출자 등 아시아계 이민이 특히 많아, 이들이 유럽계 이민을 상회하게 된 것 역시 점수제의 도입과 무관하지 않다. 1960년대 초까지 캐나다 이민정책은 기본적으로 인종차별적인 것이었으며, 이러한 정책 아래서 영국 혹은 북유럽으로부터의 이민이 ‘바람직한 이민’으로 대우받아 왔다. 그러나 이후 자유당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대대적인 정치·경제·행정 개혁이 진전됨과 동시에 종래의 이민정책이 시대 여건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 1967년에는 이민 대상자를 연령·교육수준·직업능력·공용어 능력의 유무를 포함한 10개 항목에 관한 ‘점수제’로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었다.15) 이는 캐나다의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보다 질 높은 이민의 획득이 요청되었기 때문이며, 이민에 대한 이런 인식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16) 전후 세계적으로 확대된 자본주의 시장과 인권 의식의 고양이라는 새로운 변화는, 1960년대의 자유주의 정치풍토와 함께 캐나다의 인종차별적인 이민정책의 철폐와, 그에 대신하는 경제적 합리적인 새로운 이민정책의 도입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결과 비전통적 이민 공급국으로부터 유능한 이민들을 대량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1980년대 이후는 유색 민족 가운데서도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의 이민이 급증하고 있다. 1981년부터
1986년까지 5년간의 통계를 보면 아시아 지역으로부터의 이민이 전체 이민 중에서 43%를 차지하여 제2위의 유럽(29%)를
압도하고 있고, 특히 1988년 1년간에는 전체 이민의 50.1%를 아시아계 이민이 차지했다. 이러한 캐나다에서의 다민족화를
재촉하는 유색 민족의 유입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은 최근의 이민 현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17)
4. 다문화주의
1. 다문화주의 생성과 발전 다문화주의란 일반적으로 모든 에스닉 집단이 그들이 가진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체사회에 평등하게 참가할 것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다문화·다민족 공존을 위한 운동이나 정책을 말한다. 종래까지는 전체 사회를 통합하는 데 있어 장애가 되는 것으로 무시되어 온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다문화주의는 문화적 차이의 유지와 전체 사회의 통합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함께 지향하는 데 그 특색이 있다.18) 다문화주의가 하나의 이념으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문화적 사실이 존재해야 할 뿐 아니라, 존재하고 있는 다문화적 환경을 현실적인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캐나다의 경우, 다문화적 환경은 역사적으로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훨씬 지나서였다. 캐나다는 일찍 영국 식민지가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과 함께 미국 독립혁명 이후 왕당파의 대량 유입 등을 계기로 오래 전부터 영국계의 정치 경제적 우위가 확립되어 왔다. 따라서 새로 유입된 이민에게는 주류 문화인 영국 문화에의 동화, 즉 ‘앵글로 일체성’이 기대되었다. 1962년 이전의 캐나다 이민정책이, 일관하여 영국계 혹은 이것과 언어 문화적 차이가 적은 서·북 유럽계를 ‘바람직한 이민’으로 우대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영국계 중심의 동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에는 한때 영국계 집단을 능가하고 있던 프랑스계가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고, 또 그들이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적 요소’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19) 결국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프랑스의 존재’를 일방적으로 무시해 온 종래 캐나다의 민족정책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변화를 요구받게 되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그 동안 캐나다에서 “흰 흑인”으로 멸시되어 오던 퀘벡의 프랑스계가 영국계 우위의 기존 체제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사회경제적·언어문화적 열등 상황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당시의 퀘벡 사회를 엄습, 분리주의의 싹을 키워나갔던 것이다. 이 같은 새로운 국내외적인 상황을 맞아 갖가지 민주적 개혁을 단행하던 자유당 정권은 퀘벡의 이러한 움직임을 연방 분열의 위기로 심각하게 받아들여, 1963년 불만의 근거를 제거할 목적으로 ‘2언어2문화주의왕립위원회’(The Royal Commission on Bilingualism and Biculturalism)를 발족시켰다. 당시 튀르도 수상은 프랑스어를 영어와 같이 연방의 공식어로 하고, 프랑스계 언어문화의 존속을 법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궤벡을 연방 안에 묶어두려 했다. 1969년 「공용어법」이 제정돼, 연방정부에 프랑스계의 등용 및 연방정부 직원의 이중 언어화가 개시되었다. 이렇듯, 프랑스계를 영국계와 대등한 파트너로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2언어위원회와 공용어법의 제정 등은 종래의 앵글로 일체성을 급속도로 해체시키면서 다문화주의의 토대를 형성해 간다.20) 2언어2문화주의는 퀘벡의 프랑스인은 물론 그 밖의 서부 여러 지역에 거주하던 다양한 화이트 에스닉(영국/프랑스계 이외의 유럽계)에게 자극을 주기에 족한 것이었고, 이들이 오랜 침묵을 깨고 자기들의 존재를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보다 광범위한 영역으로 다양성 수용의 돌파구를 열어갔다. 이들 화이트 에스닉은 그득 역시 과거 캐나다 연방 결성에 공헌했다는 자부심과, 2언어2문화주의의 도입이 다시 그들에게 ‘2급 시민’의 낙인을 찍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으로부터 이 새로운 통합이념(2문화2언어주의)에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들로서는 소수민족 언어에 불과한 프랑스어에만 영어와 동등한 지위가 부여되는 것이 불만이었다. 즉 영어와 프랑스어만이 연방의 공용어로 정식으로 제정됨으로써, 영국계도 프랑스계도 아닌 그들이 2급시민의 지위에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생겼다.21) 이렇듯 연방적 차원에서 광범위한 소수민족에 의한 민족적 정체성의 확립을 위한 요구가 분출되자 정부는 결국 「기타 민족 집단의 문화적 공헌」을 2문화2언어위원회의 보고서로 채택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자유당 정권은 그들의 정치적 기반이 역사적으로 취약한 서부 지역에서의 압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동 보고서 결과를 존중, 2언어주의를 확대 조정한 다문화주의를 선언하게 된다.22) 1971년 다문화주의 선언에서 튀르도는 “캐나다에 공식 언어는 두 가지가 존재하지만 공식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언명, 에스닉 그룹간의 문화적 평등을 강조했다. 그는 또 (1) 문화에의 공적 원조 (2) 전체사회 참여시 문화적 장애 타파 (3) 국민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에스닉 그룹간의 상호교류 촉진 (4) 전체 사회 참여를 위한 공용어 습득 장려 등 4가지를 다문화주의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목표로 제창한다. 그는 다문화주의자들은 문화적 차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의 아이덴티티의 안정감(원초적 안정감)이 타자에 대한 차별이나 질투를 타파하여 국가적 통일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뿐만 아니라 자기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타자의 아이덴티티에 대해서도 긍정적이 되고, 이질적인 사람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 경향이 적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23) 이런 과정을 통해 ‘선언’된 다문화주의 이념은 그후 1982년 캐나다 헌법에서 확인된 후, 1988년에는
“다양성을 캐나다 사회의 기본적인 성격으로 인정, 캐나다인의 다양한 문화적 유산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과 병행하여, 경제적·문화적·정치적
생활에서의 모든 캐나다인의 평등 달성을 목적으로 다문화주의 정책을 취할 것을 선언”하는 세계 최초의 다문화주의법 제정으로 발전시켰다.
이로써 처음 단순한 하나의 ‘선언’으로부터 시작된 ‘다양성 유지’와 ‘평등 달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는 그후 17년의 세월이
지나 이제는 어엿한 캐나다의 중심적인 국가경영의 대 원칙으로 법제화된 것이다.24) 2. 정책으로서 다문화주의 추상적인 목표로서가 아니라 시급한 현실적 요청으로 도입된 캐나다에서의 다문화주의는 구체적인 실천력을 구비하기 위한 정책 마련과 제도적 정비를 꾸준히 추진하면서 발전되어 왔다. 1972년 11월에 다문화주의 담당 장관이 임명되었고, 1973년에는 국무부 내에 다문화주의국이 설치됨과 동시에, 이곳을 통해 에스니시티 관련 연구나 출판·방송·전시 등에 대한 자금 원조가 적극적으로 개시되었다. 다문화주의의 도입을 보다 열렬히 지지한 서부 여러 주의 화이트 에스닉은 그들 요구의 초점을 언어에 두고, 공립학교 교육제도의 울타리에서 비공용어와 공용어 모두를 사용하는 이중언어 교육제도를 확보해 낸다.25)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 다문화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그 동안 신이민법 제정(1962), 점수제 도입(1967), 비지니스 이민 허용(1978) 등 일련의 이민 유인 정책의 영향으로 유색인이 대거 유입됨에 따라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사태를 우려한 연방 정부는 급거 다문화주의국 내에 인종 관계 기구를 신설하는 한편, 1983년에는 유색 이민을 위한 하원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 1986년 동 위원회는 「즉시 평등을」이라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하고26) 그것에 근거하여 원주민과 심신장애자 등 사회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소수자 집단에 유색인을 추가시켜, 4집단을 대상으로 한 고용균등법의 제정도 같은 해 실현시킨다. 또 1991년에는 국무성의 일부분이었던 다문화주의국이 다문화주의 및 시민권부로 확대 독립시켜 그 기능을 강화했다.27) 이렇게 하여 1980년대 이후의 다문화주의는 유능한 자질을 갖춘 유색이민의 대량 유입에 의해 한층
복잡화하고 다양화한 캐나다 사회의 변화에 대응, 그 이념과 정책 양면에서 새로운 발전을 만들어 갔다. 그것은 화이트 에스닉이
당초 지향한 ‘다양성의 유지’로부터, 유색 소수민족이 지향하는 ‘평등달성’으로 중점을 이동시키면서 모든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사회·경제적 평등의 실현이 더욱 보편주의적 내용으로 확대 발전하게 된 것이다.
3. 다문화주의의 실험 캐나다 연방 정부의 다민족 공존정책인 다문화주의에 대한 각 주나 지방에서의 반응은 다양하다. 이 정책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지지는 사스캐체완과 온타리오 주 등이 대표적이다. 사스캐체완주에서는 1974년 「사스캐체완다문화법」이 주 의회에서 가결되어 “개인이나 집단이 그들의 문화적 유산의 본질을 배우고, 또 다른 인간집단의 문화적 공헌에 대해서 배울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원조를” 선언했다. 그리고 또 학교법을 개정, 영어 이외의 언어도 교육 수단으로 하며, 제2언어 교육을 장려, 원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온타리오주에서도 유사한 정책이 시행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것으로 1977년에 발표한 「민족언어학습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 의해 1980∼1981년 사이에는 공립학교에서 44개의 비공용어를 7만 6천 명의 어린이에게 가르쳤다. 수업은 주 2시간 반씩 이루어졌으며, 지역 교육위원회가 교사들에게 수당을 지불했다. 특히 이와 병행하여, 온타리오주 교육부는 1977년 「캐나다의 다문화 유산」이라는 명칭의 역사 교육을 중등학교에 도입, 이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에 특별 면허를 부여하는가 하면, 또 초등교육에서의 다문화에 기초한 교육도 촉진시켰다.28) 그러나 캐나다 정부의 다문화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은 퀘벡주의 프랑스계 집단에서 나타났다. 이들에게는 오랫동안 그들의 경제권이 앵글로계에 장악되어 온 데 더해, 출산율마저 현저히 떨어진 상황에서 북미 전체를 휩쓸고 있는 앵글로화의 파도 속에서 프랑스의 가톨릭적 전통을 고수하려는 생존을 건 집념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방 정부의 일방적인 다문화주의 확산에 대한 거부감은 대단했다. 따라서 이들에게 있어 다문화주의 정책이라는 것은 프랑스계 캐나다인의 희생과 이에 대신한 영어 (혹은 다른 언어) 집단의 세력 증대로 파악하였다. 1969년 연방정부의 공용어법이 발표되고 국민연합당 정부에 의한 교육에 관한 법안 제63호가 주 의회에서 승인, 소수민족 ‘자녀들을 영어계 학교에 다니게 할 권리’, ‘부모에 의한 (자식의) 학교 선택권’이 인정되게 되면서 퀘백에서의 프랑스어 교육은 더욱 침체 국면을 맞게 된다. 그러나 당시 퀘벡주에 존재한 ‘위기의식’은 그러한 친 영국계 중심적인 정책을 허용할 상황은 아니었다. 당시 퀘벡당 당수 등은 신이민의 자식은 모두 프랑스어계의 학교에 다녀야 한다며, 국민연합당의 정책은 퀘벡주 내에서의 ‘프랑스어의 생존’마저 위협한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1970년 주선거에서 자유당이 국민연합당을 누르고 승리하고, 1974년에는 프랑스어를 퀘벡주의 유일한 공용어로 하는 「퀘벡 프랑스어 헌장」이 채택되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프랑스어의 능력이 없으면 주 정부의 관료가 될 수 없게 되었으며, 주 정부와의 계약문서는 프랑스어로만 쓰는 것은 물론, 프랑스어의 사용여부에 따라 계약에서의 우선권이 주어졌고, 또 경제계가 프랑스어의 사용을 촉진하려 할 때는 주 정부가 재정적 원조를 하고, 또 아이들이 학교를 선택할 때는 교육위원회가 그 아이의 언어능력을 테스트할 것 등을 실시하려 했다. 따라서 이 법은 대단히 애매한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앵글로계나 프랑스계는 물론 여타 민족집단에게도 지지를 받지 못한 채 혼란만 가중시켰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76년 11월 15일에는 분리주의를 표방하는 퀘벡당이 자유당을 제치고 주
정권을 장악, 퀘벡에서의 프랑스어 교육에 확실한 우선권을 부여한 법안 제101호를 제정하면서 캐나다에서의 다문화주의의 실현은
퀘벡에서 중대한 시련을 맞이하게 된다.29)
4. 다문화주의의 양면성 캐나다의 다민족 공존정책인 다문화주의는 아직도 그것에 대한 명확한 대차대조표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다문화주의는 그것의 적용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전개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적인 정책대안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점에서 이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몇 가지로 단순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먼저 다문화주의는 당초의 중요한 대상자였던 에스닉의 요구에 부응, 그들의 긍지 회복은 물론 동화에 대신하는 이문화의 유지와 발전이라는 아이덴티티 충족의 측면을 평가할 수 있다. 또 다문화주의는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수용한다고 하는 가치 전환을 통해 캐나다의 상징적 질서를 재구축, 소수민족 집단 전반의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켜, 다수 대 소수, 소수 대 정부(연방, 주)의 관계도 확실히 변화시켰다. 결국 다문화주의는 다수결 원리에 근거한 민주주의에 대신하여, 소수민족 중시의 민주주의를 캐나다 사회에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예컨대 영어와 비공용어를 교육 언어로 병용하는 이중 언어 교육을 공교육에 도입하는 것에 성공함으로써 영국계 다수가 지배하고 있던 공교육 분야에서의 실질적인 자원의 재배분을 실현시켰다. 또한 여성이나 원주민 그리고 장애자에 더해, 유색 소수민족을 대상 그룹으로 하는 고용균등법은 소수민족 중시의 민주주의의 한 모델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종래의 동화정책에 대신한, 새로운 통합이념으로서의 다문화주의로 캐나다의 대외적 이미지를 높여 결과적으로는 고도 산업화에 필요한 우수한 이민들을 확보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30) 다문화주의는 이상과 같은 긍정적인 성과가 있는 반면, 많은 문제점도 야기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주로 다문화주의 도입과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유입하기 시작한 유색민족이 예상을 뛰어넘는 다양성을 캐나다 사회에 가져왔기 때문이다. 캐나다 사회의 영국/프랑스계 주류 집단에게는 새롭게 몰려드는 유색 이민이 문화적인 차이는 물론 피부색의 차이에서 오는 가시적인 이질성 등으로 심리적 불안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특히 이 신이민 대부분은 유능하고 업적주의적 지향성을 몸에 익히고 있으며, 종래 이민과 달리 곧 바로 캐나다 주류 사회에 참여하여, 제한된 자원을 놓고 그들 주류 집단과 직접적으로 경쟁을 할 수 있는 적수로 인식되었다. 주류 집단의 이러한 불안이나 불만이 유색 이민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의 토양을 확대시켰고 이러한 감정이 경제불황에 대한 불안과 중첩되면서 다문화주의 그 자체에 대한 반발을 야기했다. 이밖에도 1980년대 후반 들면서 다문화주의는 사회 세분화 현상을 결과시켜 캐나다 사회의 통합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 자주 거론되었다.31) 특히 유색 이민에 대한 불안이나 편견을 이민 전체에 전가, 전반적인 이민정책의 개정을 요구하는 소리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유색인이나 그들을 옹호하는 입장으로부터는 그와 같은 주류 집단의 불만은 그들 집단이 스스로를 우대하는 현상유지를 고집, 소수집단에의 공정한 자원배분을 거부하려고 하는 동화주의의 발상이라고 일축하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32) 다문화주의에는 그것에 불만을 가진 세력뿐 아니라, 보다 구체적으로 그것에 대항하는 세력도 뿌리깊게 존재한다. 분리에의 요구를 최우선하고, 연방내에서의 특권적 지위의 확보를 주장하는 퀘벡의 프랑스계와 원주민이 그들이다. 다문화주의를 수용하는 것은 그들에 있어서는 스스로를 다른 소수집단과 동등한 지위로 끌어내리는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체 사회에의 통합에 반대하고, 영토적 분리 혹은 독립을 지향하는 한에 있어서는 양자 모두 필연적으로 다문화주의에 대항할 것은 틀림없다.33) 이상에서와 같이 다문화주의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며, 또 그것이 갖는 순기능 못지 않게 그것의 역기능도 쉼없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문화주의가 가지는 양면성에도 불구하고 다민족국가 캐나다에서 다문화주의가 가지는 생명력은 여전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나 갈등에 직면하면서도, 캐나다 정부가 다문화주의를 단념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무엇보다도 캐나다와 같은 다문화사회를 통합하는 이념으로서, 다문화주의에 대신할 적절한 대안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앵글로계 중심주의나 2언어2문화주의 등의 동화주의는 이미 인구 구성에서나 정치적으로도 경시할 수 없는 존재인 비 영국/프랑스계 소수민족 전체로부터 비난과 저항을 만들어내 지금 이상의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실제로 퀘벡을 ‘특이한 사회’로 만드는 연방 재편안이 좌절된 것은 캐나다 국민 다수가 2언어2문화주의마저 이미 지지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나타낸 사건이다. 복합 민족화가 진전되는 궤벡주에서도 연방에 속하고 있는 한에서는 다문화주의의 수용이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34) 캐나다에 있어 다문화주의의 존속을 불가피하게 하는 또 하나의 중대한 이유는 인구문제다. 광대한 국토에 비해 인구가 희박하고 출생률마저 저하될 뿐 아니라 인구의 노령화라는 선진 산업국 공통의 고민에 빠져 있는 캐나다에 있어, 이민 수입의 감소는 지나친 인구 감소를 결과시켜, 경제발전은 물론 국가로서의 존속 자체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35) 캐나다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충분한 노동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연간 총 인구의 10%에 상당하는 이민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으며, 연방정부는 현재도 이것을 계속할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앞으로도 질 높은 이민을 계속하여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캐나다로서는 이민에 대해 관용하고 차별이나 편견 없는 공정한 사회라고 하는 인식을 대외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불가피하며 이를 위한 효과적인 대안으로써 다문화주의 의미는 적지 않다. 다문화주의는 또 다른 관점에서도 그 합리성이 인정되고 있다. 다문화주의를 경제적 자원으로서 평가,
캐나다가 포옹하고 있는 언어 문화적 다양성을 무역 외교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본격적인 시장 참여가
기대되는 중국이나, 구 소련 각 공화국이나 동구제국으로부터의 이민은 물론, 출신국의 언어 문화를 유지하면서 조국과의 연결을 중요하게
여기는 캐나다의 이민은 자본주의 시장이 세계적 규모에서 확대하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무역 외교면에서 캐나다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유용한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5. 맺는 말
1971년, 당시 연방 수상이었던 튀르도는 캐나다를 통합할 새로운 이념으로서 ‘다문화주의’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 이념과 제도를 도입한 지 30여 년이 경과된 지금, 제3세계 출신의 유색민족 이민들의 대거 유입을 직접적인 계기로 그것의 통합이념으로서의 유효성이 다시 의문시되고 있는 등, 이 이념의 성과와 피해를 둘러싼 논의는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다문화주의에 대한 상반된 의견에도 불구하고 이 이념과 정책 이상의 다민족 공존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존재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확실하며, 바로 그런 면에서 보면 21세기의 변화된 국내외적 환경에 부응하는 새로운 국가경영의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캐나다의 이 같은 선행적인 다민족 공존을 위한 실험으로부터 많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겠다. 지난 시기 다민족국가 미국과 캐나다의 민족정책을 비교하여, 전자를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 후자를 ‘샐러드 접시’(salad bowl)에 비유하는 것이 유행했다. 미국은 각 인종집단이 그들의 모국 문화를 버리고 미국이라는 새로운 용광로에서 다양한 요소가 융해되어 그들이 원래 지녔던 개별적인 내용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간유형 즉 ‘아메리카인’화해가는 데 비해, 캐나다에서는 각 민족집단이 그들 고유의 문화와 독자적인 색깔을 유지하면서 캐나다 사회를 지탱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36)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미국과 캐나다의 민족정책을 위와 같은 맥락에서 비교하는 이는 없다. 왜냐하면 미국 또한 캐나다의 다민족주의의 구현책이라고 볼 수 있는 ‘샐러드’ 모형을 그들의 것으로 받아들인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도 우리는 다문화주의적 공존책 이상의 효과적인 민족들간의 공존의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여러 가지 한계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다문화주의는 캐나다에서 다양한 민족적·문화적 요소의 개별적 아이덴티티를 유지시키면서 전체 연방의 큰 틀을 유지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37) 착취와 격리의 대상이었던 원주민은 토지와 거주의 제한과 물질적 보상을 공유하는 것으로 그들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있었고, 퀘벡의 프랑스계는 영국계의 동화압력에 결코 굴하지 않고, 과거에는 가톨릭을, 60년대 이후에는 프랑스어를 아이덴티티의 중심으로 한 견고한 에스닉 아이덴티티를 유지시켜 왔다. 그런가 하면 오랫동안 캐나다 사회 한 모퉁이에 쳐박혀 있었던 화이트 에스닉도 1960년대 이후 전반적인 소수민족 내셔널리즘의 고양에 자극되어 잠재화되어 있던 에스닉 아이덴티티를 다시 활성화시키면서 2언어2문화주의 도입에 대한 불안과 위기감에서 다문화주의의 도입을 재촉할 수 있었다.38) 캐나다에서의 이런 다문화주의의 실험은 확실히 세계의 조류를 앞서가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님이 사실이다. 이는 다문화주의가 전제로 하고 있는 다양성의 수용이라는 것은 단순히 소수의 다양한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데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평등까지를 내포한 사회 전체의 다원화와 민주화 없이는 유지될 수도 발전될 수도 없는 한 발 앞선 이념성을 중심적인 내용으로 하는 미래지향적 이상태의 하나이다. 또 그것은 한 사회에 서로 갈등하면서 공존하고 있는 특수주의와 보편주의, 정실주의와 업적주의,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적 요구를 동시에 함께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39) 따라서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캐나다식 다문화주의적 실험에 대한 적실성 여부가 아니라, 이 같은 다문화주의가 극복해야 할 갖가지 과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서로 상충하는 가치를 공존시키고, 대립하는 제도들을 동시에 가동시켜야 하는 혼돈이 바로 다문화주의의 속성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공존할 수 없는 이질적이고 대립적인 요소들을 평화롭게 공존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들 간의 마찰을 어느 일방이 의도적으로 줄이는 방법이 아니라, 그것보다는 오히려 그들 사이에서 현실적으로 만들어지는 마찰의 극대화를 대립하고 있는 구성원 스스로가 경계하여 그들 스스로가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작동시키도록 유도하는 성숙된 기제의 개발일 것이다. 기존에 확립되어 있던 ‘nation-state’의 개념이 혼돈을 더해가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화
현장에서 우리 스스로와 사회 그리고 국가가 새롭게 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질적인 요소와의 평화적인 공존에 대한 문제이며,
이는 더이상 선택적인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부딪치고 극복해야 할 필수적인 과제인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지금 캐나다가
앞서서 펼쳐 보이고 있는 다민족주의를 중심 내용으로 하는 타자 내지는 타민족과의 공존을 위한 실험은 그것이 아직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몇 가지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단한 선행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보아 마땅할 것이다. 1) 『世界民族問題事典』 (平凡社，1995), 294쪽. 2) Hiller, H. H., Canadian Society : A Macro Analysis (Prentic-Hall Canada Inc., 1991), p. 167. 3) http://www.mofat, 검색일: 2001. 2. 7. 4) T. J. Samuel, Immigration and Visible Minorities in the Year 2001 : A Projection (Center for Immigration and Ethnocultural Studies, 1987), p. 14. 5) 정부에 의한 민족 분류가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통계에서 ‘발칸인’으로 취급하고 있는 범주에는 헝가리인·체코인·슬로바키아인·루마니아인 그리고 발칸반도에서의 이민도 포함되어 있으며, ‘스칸디나비아인’에는 노르웨이인·스웨덴인·덴마크인 등이 포함되고 있고, ‘발틱인’에도 복합적인 민족이 포함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楣田孝道 編, 『國際社會學』 (名古屋大學出版會, 1995), 221쪽. 6) 초기에 캐나다로 들어간 백인 가운데 가장 일찍 캐나다 내륙 깊숙한 곳에 들어간 모피업자들인 백인 남성과 원주민 여성 사이에 태어난 2세를 일반적으로 “메디스”라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17세기부터 대서양 연안에서 프랑스계 남성과 미크마쿠·마리시트 등 인디언 여성과의 사이에 메디스가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17세기말 이 메디스들은 5대 호 주변과 그 서쪽에서 모피 무역과 가톨릭 신앙에 근거한 독자적인 사회를 만들어갔다. 또 1713년 이후에는 영국의 허드슨만 회사가 5대 호 서부에 진출하여 모피 거래소를 설치하자, 영국계 남성과 원주민 여성과의 사이에도 메디스가 탄생하게 되었다. 메디스는 점차 세력을 확대, 19세기 후반에는 연방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여 두 차례에 걸쳐 반란을 일으켰으나 진압되었다. 그러나 1930년대에 들어오면 J. P. 프라티 등의 유력한 지도자가 나타나 정치적인 권리회복 운동이 가열되면서, 1982년에는 헌법상 원주민권을 인정받았으며, 1983년에는 메디스전국평의회가 결성되기도 했다. 메디스는 현재 1백만 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7) 『世界民族問題事典』, 298쪽. 8) 楣田孝道 編, 앞의 책, 222쪽. 9) 富田正史, 『多文化ネイション’に向けて』(晃洋書房,1996), 96쪽. 10) 『世界民族問題事典』, 225쪽. 11) 같은 책, 225쪽. 12) 같은 책, 1020-1021쪽. 13) 같은 책, 227쪽. 14) 初瀨龍平, 『エスニシチイと多文化主義』 (同文館,1996), 86쪽. 15) 친형제 등 근친을 보증인으로 하는 가족이민과 난민에 관해서는 인도적 견지에서 점수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단지 먼 친척을 보증인으로 하는 가족이민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그것이 적용되었다. 점수제가 전면적으로 적용된 것은 독립이민과 사업이민이었다. 단지 자본투자와 고용 창출을 기대하여 1978년에 추가 도입된 사업이민의 경우, 독립이민에 비해 점수제의 기준이 완화돼, 시민권 획득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짧게 하는 우대조치가 취해졌다. 이는 그들의 사업경험과 부가 캐나다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Hawkins, F., Canada and Immigration, 2nd ed., (McGill-Queen’s University Press, 1988), p. 347. 16) 캐나다의 이민성 장관 카플란은 현재도 “우리와 같은 상황에서의 성공적인 이민 계획은 이민 수가 아니라, 우리의 경제와 사회 그리고 문화를 건설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그 가족”이라고 공언하면서 질적인 기준을 중심으로 하는 캐나다 이민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http://www.chinaonline.com, 검색일: 2001. 2. 9. 17) 2000년도 캐나다 이민자의 출신국 별 분포를 보면 상위 5위가 중국(36,664명), 인도(26,004명), 파키스탄(14,163명), 한국(7,602명), 스리랑카 (5,832명) 등의 순으로 아시아계가 단연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http://www.chinaonline.com, 검색일: 2001. 2. 9. 18) A. Flera and J. L. Elliot, Multiculturalism in Canada (Nelson Canada, 1992), pp. 62-63. 19) 初瀨龍平, 앞의 책, 135쪽. 20) 같은 책, 235쪽. 21) 楣田孝道 編, 앞의 책, 235쪽. 22) 初瀨龍平, 앞의 책, 136쪽. 23) Weinfeld, M.,”Ethnic and Racial Relations”, in J. Curtis and L. Tepperman, eds., Understanding Candaian Society (Toronto: McGraw-Hill Ryerson Ltd., 1988), p. 600. 24) 初瀨龍平, 앞의 책, 138쪽. 25) 1970년대 말에는 사스카츈주와 마니도바주도 속속 비공용어(에스닉언어)를 공립학교의 교육언어로 인가했고, 그 이후 서부 3주에서는 공교육 커리큘럼 가운데 에스닉언어가 교육되고 있다. 初瀨龍平, 같은 책, 139쪽. 26) Multiculturalism Canada, Equality Now! (Progress Report, 1986) 27) Breton, R., “The Production and Allocation of Symbolic Resources : An Analysis of the Linguistic and Ethnocultural Fields in Canada,” in The Canadian Review of Sociology and Anthrojpology, Vol. 21, No. 2, 1984, pp. 123-144. 28) 中野秀一, 『エスニシチィと現代國家 - 連邦國家カナダの實驗』 (有斐閣,1999), 74쪽. 29) 같은 책, 76쪽. 30) 楣田孝道 編, 위의 책, 238쪽. 31) Bibby, R.W., Mosaic Madmess (Toronto: Stoddart, 1990), pp. 204-206. 32) Department of The Secretary of State of Canada, Multiculturalism in Canada (Minister of Supply and Services Canada, 1988), p. 3. 33) A. Flera and J. L. Elliot, op. cit., p. 120. 34) Ibid., pp.167-178. 35) Samuel, op.cit., pp.395-397. 36) 中野秀一, 앞의 책, 77-80쪽. 37) Isajiw, W.W., “Ethnic Identity Retention”, in R.Breton et al. eds., Ethnic Identity and Equality(University of Toronto Press, 1990), pp. 34-91. 38) 初瀨龍平, 앞의 책, 132 쪽. 39) 같은 책, 146쪽.
<민족연구 제6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