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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연방의 대내 민족정책
김경숙 / 공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1. 서 론
민족은 아득한 옛날부터 그와 같은 모습으로 존재해 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구성되는 역동적 산물이다. 즉, 민족과 민족주의란 ‘문화적 가공품’으로서 ‘상상된 정치공동체’를 산출해 내는 것이다.1) 이러한 점 때문에 민족문제의 경우에도 비록 대안적인 결과들을 도출해 내려는 다양한 노력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미 역사화된 기정사실들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질문을 상정해 볼 수 있다. 1991년 구유고연방의 폭력적 해체 과정에도 이 질문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구유고연방의 민족문제는 이 나라가 인위적으로 구성된 사례라는 점과 티토 사후 실패한 실험이라는 측면에서 분석되어 왔다. 즉, 국가 구성원들의 역사적·종교적·문화적·사회 경제적 상이성과 고대부터 전승되어 온 민족간 증오는 국가구성이 부자연스러운 것이었으며 따라서 구유고연방의 해체는 불가피한 것이었음을 설명하는 요인들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분석 방법은 두 가지 점을 전제로 한다. 첫째, 구유고연방의 특수성과 인위성을 강조하는
시각은 단일민족 국가만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지속적 유지가 가능하며, 정통성이 있는 것으로 보는 입장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모든 국가는 인간들이 구성해 낸 결과물이라는 점이 간과될 수 있으며, 현대의 복잡한 문화적·정치적 현상들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킬
우려도 있다. 둘째, 남슬라브민족의 부분 또는 전체는 항상 적대관계였으며 왕정과 공산정권만이 이러한 상호 보복적 폭력 정향을
억제했다고 보는 시각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2차 대전 중 내란기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세기 동안 이들 역시
둘 또는 그 이상의 민족이 공존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토 사후 유고연방은 폭력적 해체를 겪고 말았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구유고연방의 해체 양상을 개괄하고 그 동안의 분석처럼 연방해체가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폭력적 양상 만큼은 피할
수 있는 재앙은 아니었는지의 문제를 신유고연방 내에 잔류한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의 대내 이민족정책 전개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구유고연방의 해체과정 평가
구유고연방의 해체는 불가피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티토 사후 몇 개 민족의 정치가들이 보인 정치적 계산과 언행이 10년간 계속 악화되어 온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위기와 맞물려 나타났기 때문이다. 티토 사후 유고는 특유의 다양한 민족간 갈등과 긴장으로 공동체의 생존조차 확보되지 못한 채 정권과 체제의 정통성이 취약한 상태에 있었다. 따라서 단지 피할 수 있는 것은 연방해체가 급격한 폭력적 방법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뿐인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방해체 과정에서 노정된 엄청난 증오와 폭력의 비인간적 야만성은 정치가들의 계획적인 선동과 역사적 기억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화의 결과로 야기된 것이었다. 구유고연방은 고유한 역사와 문화·언어를 가지고 민족의식과 이념을 발전시켜 온 민족주의 시대에 있어 다 민족적 변칙의 사례이다. 그들은 유고슬라비아 이념의 공유와 외부지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열망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민족구성원간에 공통점이 거의 없는 셈이었다. 그러나 1941년 樞軸軍에 의한 파괴와 내전 및 상잔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없어보이는데도 생존해 냈었다. 또 구유고연방은, 영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윌슨의 14개 조항에 의해 국가가 형성된 경우도 아니다. 그리고 전후 복구과정에 있어서 배경적인 힘이 되기는 했으나 티토와 공산주의가 주도한 민족해방 전쟁의 결과로 재창조된 것이라고 볼 수만도 없다. 구유고연방은 각기 분리되어 국가 단위가 적고 국력도 약한 경쟁적 상태에 있는 것이나 이리덴티즘으로 인해 외부로부터 침략받기 쉬운 상태로 있는 것보다 연방형태가 낫다고 판단했던 남슬라브인들에 의해 1918년에 건국되고 1943∼1945년에 재건국되었다. 이처럼 제1유고슬라비아 왕정과 제2유고슬라비아 공산정권으로 국가가 두 번 탄생하고 두 번 해체됨으로써 묻혀버린 유고슬라비아의 이념이란 민족이 散在하거나 混在하는 곳에서 국경을 획정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과 이리덴티즘적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1980년대 말에는 유고슬라비아가 당시의 형태로 지속될 수 없음이 명백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제3의 유고슬라비아’ 국가 형태에 관해 여러 가지 상이한 이념이 제시되었지만 ‘티토의 유고슬라비아’식 연방 형태만은 더 이상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았다. 사실 유고인이 1당 및 권위주의적 공산지배나 자주 관리적 시장 사회주의, 그리고 자기민족이 불이익을 당했던 것으로 생각했던 당시의 헌법 및 정치적 제반 장치에 대부분 만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세르비아가 지배했던 왕조 시절 슬로베니아의 지도자 코로세치(Antun Korosec)가 “완전하지 못한 유고슬라비아라도 유고슬라비아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했던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1989년 여름쯤에는 개혁공산주의 또는 반 공산주의적 지도자들 중 이러한 코로세치의 주장을 상기시킬 만한 지도자는 없었다. 결국 이는 티토 계승자들이 어떻게 정부와 체제 그리고 국가 자체가 정통성을 상실해가도록 만들었는가 하는 문제가 된다. 또한 이는 유고슬라비아가 어떻게 그리고 왜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그리고 여타 동구국가들보다 빨리 그리고 보다 성공적으로 안정된 체제로 전환할 수 있었던 초기의 시장 메커니즘 및 정치적 준다원주의 실험과 경험을 실패로 이끌고 갔는가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사이에 세르비아인이 지배했던 유고슬라비아에서는 대부분의 비세르비아계는 자신들을 하나의 유고슬라비아 민족으로 융합하도록 계획된 선언과 정책하에 세르비아화됨으로써 그들의 민족공동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느꼈다. 반면 티토 시대의 유고슬라비아에서는 체제에 모두 만족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민족의 존재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당시의 개별적 남슬라브민족 그리고 1968년 이후부터는 이전에는 억압받던 코소보 알바니아계까지도 공화국으로부터 법률 및 문화적·민족적 정체성 제고를 인정받았다. 이처럼 어느 정도는 영토적·민족적 자율성을 인정하고 특히 세르비아계와 비세르비아계간의 경우처럼 필요에 따라 경쟁적 민족집단들간의 불만과 힘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는 방법을 통해 각각의 분절적 민족주의를 아우르며 담아내려 했던 티토의 전략은 연방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었던 셈이다.2) 그러나 1980년 이후의 문제는 그러한 전략이 부재하다는 이유에서 야기된 것만은 아니었다. 티토 지배의 마지막 단계에 시도된 준 연합적 연방주의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게다가 티토의 정책을 자신들을 분열시키고 약화시키기 위한 음모로 간주했던 세르비아인의 도전이 거셌다. 결국 세르비아인·알바니아인·슬로베니아인·크로아티아인 및 여타 민족 전부 또는 부분이 민족공동체로서의 삶과 민족자결권을 박탈당할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하게 되는 과정에는 코소보가 시한폭탄을, 그리고 밀로세비치가 기폭장치를 제공한 셈이었다. 코소보 문제는 그 기원이나 역사적 측면에서 볼 때 동일한 영토 내에서 노정된 한 민족의 역사적 주장과 또 다른 민족의 인종적 주장간의 갈등이 빚어낸 전형적 사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소보 문제는 1987년까지는 비록 처리하기 힘든 난제이기는 했으나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폭력 사태로 얼룩지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자치주 내에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구유고연방의 북아일랜드 형태로 지속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르비아인의 종주권 주장과 알바니아인의 코소보 영토 내 세르비아 유적에 대한 훼손 시도는 세르비아인의 민족적 감정을 자극했으며 이러한 민족주의를 이용해 코소보와 보이보디나 2개 자치주의 자율권을 박탈한 신헌법하에서 세르비아의 대통령이 된 밀로세비치는 세르비아의 재단합과 주도가 이루어질 것으로 장담했다. 밀로세비치와 세르비아인의 전략과 민족주의적 열정이 자신들의 자율성과 소수민족 생존에 위협이 될 것임을 예견하고 관심을 표명한 첫번째 공화국은 슬로베니아였다. 이러한 가능성을 간파한 슬로베니아는 각기 독립된 주권을 가진 국가의 느슨한 연합 또는 분리를 주장했다. 1989년 슬로베니아와 세르비아간의 갈등은 곧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간의 문제로 이어졌다. 밀로세비치가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흩어져 살고 있는 세르비아인의 보호자임을 자처하고 나서고 크로아티아 내 세르비아인이 그들이 다수 인종인 이 곳에서 크로아티아 정부가 행한 ‘문화적 대량학살’을 비난하고 자치를 주장하는 시위를 전개해 나가자 크로아티아 내 크로아티아인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슬라브계 모슬렘 및 크로아티아 소수민족은 점차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이는 제1유고슬라비아 왕조에서의 세르비아화 정책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마케도니아인과 스스로 세르비아인이 아니라 몬테네그로 민족이라고 믿는 몬테네그로인도 마찬가지였다. 1989년 3월의 세르비아 신헌법 채택과 9월의 슬로베니아 헌법 선언은 모두 민족 감정들을 명기하고 있어 사실상 연방헌법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계획하는 느슨한 연합이나 연방 탈퇴는 세르비아측이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세르비아가 시도하는 1950년대 이후의 유고슬라비아보다 더 중앙집권화된 대 세르비아 단합안 역시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에 의해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1990년 말경 6개 공화국은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경쟁적 다당 선거제도를 도입했다. 이에서는 슬로베니아의 당 서기장을 역임한 슬로베니아의 쿠찬 대통령, 당에서 축출되어 반공산주의 활동을 했던 크로아티아의 투지만, 그리고 마케도니아의 글리고로프(Kiro Gligorov)를 포함한 前공산주의자나 호선된 사람들이 포함되기는 했으나 비공산주의계가 정부의 대다수를 구성했다. 그러면서 모슬렘당·세르비아당·크로아티아당이 3민족으로 구성된 민족별 인구 구성 분포와 거의 정비례하는 양상을 보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제외하고는 1990년 7월 지배정당을 세르비아사회당으로 개칭한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공산정부를 포함한 신정부는 정책과 정치적 정향에서 볼 때 민족주의적인 정당이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만이 새로 구성된 집단 국가평의회와 정부가 한동안 불안정하나마 다민족적인 양상을 보이며 유고슬라비아의 영토적 통합과 시민적 평화 수호를 맹세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구유고연방 전체가 해체된다면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후 각 공화국의 민족주의적 정치가들은 내전이라는 위험 부담이 없이는 실현할 수 없는 정책들을 시도해 나갔다. 1990년 12월 23일 Demos정부에 의해 조직된 슬로베니아의 국민투표에서는 89%가 6개월 후의 완전한 독립을 골자로 한 정책에 지지했다. 1991년 3월 15일 세르비아 정부는 8인으로 구성된 유고슬라비아 집단지도 체제를 6일간 헌법상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했는데 이는 두 달 후 집단지도체제가 붕괴되는 단초가 되었다. 집단지도체제가 위기에 처한 다음 날인 3월 16일 “크라이나”(Krajina)로 불리는 크로아티아 내 세르비아 다수를 대변하는 세르비아 민족평의회는 자치를 선언함으로써 크로아티아로부터의 독립 시도 의사를 표명했다. 이후 심각한 폭력적 대립이 1990년 8월에 크로아티아의 前합스부르그 군사 변경지역인 보이나 크라이나(Voyna Krajina)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1991년 3월과 5월에 슬로베니아 중심과 동부지역에서도 사건이 발생했다. 이 지역들은 크로아티아인과 세르비아인이 수 세기 동안 공존해 왔던 곳으로 1991년 크로아티아의 분리 독립 전쟁에서 첫 전투장이 되었으며 구유고연방이 평화적으로 해체되기 어려울 것임을 나타내는 전조가 되었다. 이러한 양상은 두 번째로 보스니아에서, 그리고 세 번째로 코소보에서 나타났다. 이러한 사태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실시된 투표에서 대부분의 크로아티아 거주 세르비아인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기는 하였으나 84%의 투표자 중 90% 이상이 크로아티아의 구유고연방 잔류에 반대했다. 6월 20일 투지만 크로아티아 대통령과 쿠찬 슬로베니아 대통령은 경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기도 했으나 이러한 언급이 있은 지 5일만에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는 몇시간 간격을 두고 모두 연방으로부터 탈퇴했다. 결국 구유고연방의 해체와 내전의 책임은 정도는 각기 다르다 하더라도 구성 공화국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물론 구유고연방을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일원론적 형태로 지속시키고자 함으로써 폭력을 촉발시켰던 밀로세비치의 책임이 가장 크다. 즉, 세르비아가 주도하게 되리라는 징후와 알바니아인의 기본권 및 자유, 몬테네그로의 독립, 코소보와 보이보디나의 자치, 세르비아의 비판적 언론과 반대파에 대한 밀로세비치의 억압은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 및 모슬렘과 마케도니아인까지 연방으로부터 축출한 셈이 되었다. 그리고 밀로세비치의 지도하에 모든 세르비아인 들이 단합된 국가에서 모여 살도록 하려는 위대한 세르비아 또는 통합된 유고슬라비아를 건설하고자 한 전략은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로 하여금 폭력적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그들의 영토와 국민을 탈출시킬 수 없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독립을 시도했던 슬로베니아는 인접 공화국들의 잇단 독립 시도의 첫 주자로 상처 없이 독립을 이룬 자신들에게는 단기간의 제한된, 그러나 여타 공화국들에게는 폭력을 초래하게 했던 책임이 있다. 1989년 여름 슬로베니아의 지식인과 공산주의자 및 비공산주의 정치가들은 슬로베니아의 독립을 목표로 설정하였는데 이들 내용 중 상당 부분은 밀로세비치 등장 이전부터 고려해 오던 것이었다.3) 1991년 6월 25일 이전까지 몇 달간 시도된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조치는 1990년 여름 Demos 신정부 내에서 논의되던 전락과 유사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오히려 밀로세비치의 도움으로 원하던 것을 이룬 셈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슬로베니아의 경우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며 공화국 거주민의 90%가 슬로베니아인이고 여타 공화국에는 슬로베니아인이 거의 거주하지 않는 동질적 인구 구성이라는 특별한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990년까지만 해도 밀로세비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슬로베니아만 독립해 나가고 연방은 지속될 것으로 보았다. 연방 내 나머지 지역에 있어서 폭력 양상이 야기된 것의 부분적 책임은 슬로베니아공화국민과 Demos 연합 및 1991년 6월 탈퇴를 주도했던 대중 여론의 자민족 중심주의적 선입관, 그리고 탈퇴를 위한 ‘연합모형’ 계획의 공조자였던 크로아티아인 등 남슬라브인의 운명을 생각하지 않은 무관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의 경우도 크로아티아 내 세르비아인이 독립된 크로아티아에서 2등 시민이 될지 모른다고 느끼는 두려움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함으로써 내전으로까지 연결되도록 한 책임의 일단이 있다. 만약에 새로운 크로아티아 정부가 밀로세비치가 코소보와 보이보디나의 자치권을 박탈했던 것과 달리 크라이나의 자치권을 허용했다면 구유고연방의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1990년까지 밀로세비치와 크라이나 세르비아인이 시도한 ‘보다 더 위대한 세르비아’ 건설과 유고군의 폭력적 방법을 통한 연방 유지 노력을 저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세르비아의 두려움을 제대로 인식했더라면 이러한 세르비아의 시도를 방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실상 구유고연방은 비록 국제적으로는 국가의 사망에 대한 진단이 지연되기는 했으나 이미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의 탈퇴로 연방 해체가 이루어지기 전에 사망한 셈이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4) 결국 이는 “유고슬라비아 이념”속에
다민족을 묶어내고자 한 구유고연방 민족정책의 기본적 딜레마라는 원초적 문제와 다양한 이념과 역사 및 문화를 가진 다민족의 공존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하는 사실로 다시 환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연방 해체 과정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세르비아와 신유고연방에
함께 잔류한 몬테네그로의 대내 이민족 정책의 전개 양상을 통해 구유고연방의 해체가 폭력적 양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규명해 보고자 한다.
3. 세르비아의 대내 이민족 정책
1. 인구 구성 1991년에 이루어진 인구 조사에서 응답자 중 세르비아공화국 내 거주자는 1,034만 5,464명이었으며 이 중 62.69%인 648만 5,596명이 세르비아인이었다. 이 조사에 알바니아인은 거의 응하지 않았으나 당시 세르비아 관리들이 추산한 알바니아인은 약 170만 명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알바니아측 대변인은 이 숫자는 고의로 낮추어진 것이며 몇 년간 코소보에서 약 10만 명의 알바니아인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2백만 명을 상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1년 실시되었던 조사 통계와 비교해 보면 코소보 자치주의 세르비아인과 몬테네그로인은 14.9%에서 9% 이하로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면 알바니아인은 프레체보(Presevo)·부야노바치(Bujanovac)·메드베디야(Medvedja) 등 세르비아의 인접한 3지구에서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세르비아의 소수민족 중 두 번째로 많은 민족은 52만 명이 넘는 몬테네그로인이었으며 3번째는 34만 5,376명의 헝가리인이었다. 헝가리인은 주로 헝가리와의 접경지역인 북부 바예카(Baeka)와 북부 바나트(Banat)에 집중적으로 거주했다. 마자르족은 201만 2,517명으로 16.9%를 차지했는데 1981년 조사 이후 약 11.5%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7개의 시에서 다수를 구성하고 있었다. 마자르인은 1991년 이래 강제 징집과 세르비아인들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1,000명당 1명 꼴로
보이보디나를 떠남으로써 그 수는 계속 감소했다.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로부터 온 수천 명의 세르비아인이 보이보디나의
여러 지역에 재정착했는데 이로써 구성 민족 분포도는 세르비아인 들에게 유리하게 바뀌었다. 1991년도 조사에 의하면 보이보디나
자치주의 세르비아인 수는 1981년 54.4%에서 10년 후 57.3%로 증가했다. 세르비아 내 모슬렘 수는 32만 7,290명으로
이 중 156,115명이 이 지역 인구의 60.5%가 모여 있는 산쟈크 지역의 6개 세르비아 시에 거주했다. 그러나 모슬렘 지도자들은
이 숫자가 16만 5천 명이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비 파자르(Novi Pazar)·스예니차(Sjenica)·투틴(Tutin)
등 시 지역에서 압도적인 다수를 이루었다. 1990년 이래 7만 명의 모슬렘이 세르비아군에 의한 박해와 엄중한 단속을 피해 산쟈크에서
이주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 표1> 1991년도 구 유고연방의 민족 구성 양상
이 민족들보다 상대적으로 수가 더 적은 소수민족 중에는 집시가 13만 7,265명으로 집계되었다.
보이보디나와 베오그라드의 크로아티아인은 11만 5,463명으로 감소했다. 이들은 1991년 전쟁 발발 이후 3만 5천 명이 크로아티아·헝가리·서방으로
이주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슬로바키아인은 6만 7,234명으로 대부분 보이보디나에 거주하였다. 4만 8,437명의 마케도니아인과
4만 2,386명의 루마니아인은 주로 보이보디나의 바나트 지역에, 2만 5,124명의 불가리아 인은 대부분 불가리아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왈라키아인은 1만 7,557명, 터어키인은 1만 1,501명, 슬로베니아인은 8,747명으로
집계되었다. 그리고 인구의 4.5%에 해당하는 나머지는 루테니아인·우크라이나인·체코인·그리스인·독일인·폴란드인·러시아인이었다.
1991년 6월과 1993년 여름 두 차례의 내전 기간 동안 세르비아인들 역시 난민이 되어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로부터 탈출했다.
1993년 7월 베오그라드는 이미 절박한 상태에 놓여 있던 세르비아 경제에의 심각한 영향을 우려하여 더 많은 난민 유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공포하였다.5)
2. 정책의 역사적 개관
1) 공산화 이전 그리스정교를 믿는 세르비아인은 14세기 경 두산의 통치하에서 알바니아와 그리스 일대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를 차지하며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으나 1389년 오토만 터키와 코소보 전투에서 패배하고 이후 500여 년 간 터키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다. 세르비아 이외에도 보스니아·마케도니아·몬테네그로 등 유고지역 남부에 위치한 공국이 차례로 터키의 지배로 넘어가게 되었으며 이들 지역에서는 이슬람화가 이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발칸에 흩어져 살던 남슬라브족은 20세기 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19세기와 20세기 초에 민족주의의 발달도 이루었다. 유고지역에서 형성된 민족성의 기반은 남슬라브인의 언어와 삶의 유형으로부터 일체성의 기반을 찾고자 하는 것이었으며 이로부터 유고슬라비아 이념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유고슬라비아 이념을 세르비아인들은 세르비아·몬테네그로·오토만과 오스트리아제국에 흩어져 있는 세르비아인을 세르비아를 중심으로 한 하나의 국가 내에 통합해 내는 수단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제국들이 몰락하고 세르비아인뿐 아니라 크로아티아인·슬로베니아인들도 지배하는 강력한 세르비아왕국을 건설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세르비아의 정치 엘리트들은 여타의 남슬라브족이 각기 그들의 문화를 유지한다는 것을 수용하기 어려웠으며 이에 대해 다른 남슬라브족은 그들이 세르비아의 동화정책하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크로아티아인 역시 국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남슬라브족과 결합하되 이는 독립된 크로아티아를 중심으로 왕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유고슬라비아 이념을 각기 다른 입장에서 해석하는 이중적 잣대는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간의 경쟁으로 나타났고 종교의 차이와 맞물리면서 더욱 악화되고 상호간에 불신이 커져갔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트리아가 발칸 지배를 끝내자 1918년 세르비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왕국이 건국되었다. 인구의 39%를 차지하는 최다수 민족이자 남슬라브 해방 투쟁 과정의 리더로서 세르비아는 새로운 정치적 통합체에서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즉, 세르비아인에게 유고슬라비아는 기존의 민족국가인 세르비아왕국의 단순한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미 세르비아왕국이란 세르비아공국의 주민이었던 일리야 가라자닌(Ilija Garasanin)이 1844년에 제시한 ‘대 세르비아 계획’을 기초로 ‘모든 세르비아인을 하나의 국가 안에 규합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따라서 크로아티아 정치가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1921년에는 중앙집권적인 헌법이 채택되었다. 그리고 행정부는 세 개의 주요 남슬라브 집단이 구성한 정치적 연합에서 표명했던 중앙집권적인 일원주의(unitarism)의 개념을 기반으로 조직되었다. 정부 당국은 새로운 국가의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이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정치적 소요를 일으키자 세르비아의 알렉산더왕은 1929년에 헌법을 폐지하고 국명을 유고슬라비아(‘남슬라브인의 나라’)로 개칭한 후 개인적 지배체제를 정립해 나갔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기간 중에는 국가 구조를 둘러싼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의 상이한 입장 때문에 여전히 갈등이 계속되었다. 세르비아의 지도자들은 일원론에 기반을 둔 중앙집권적 국가를 추구했으나 크로아티아측은 양원론적 또는 연방제적 체제를 선호했다. 그러나 베오그라드는 크로아티아의 요구란 단지 이들이 왕국으로부터 분리해 나가기 위한 첫 단계 조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크로아티아의 정치가들은 점차 세르비아의 왕조를 과거 합스부르그 왕조 지배를 대체한 것 정도로 여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유고슬라비아 의회의 기능을 방해하고 알렉산더의 권위주의에 저항했다. 유고슬라비아 최초의 민족국가인 신생 왕국은 이러한 갈등과 대립으로 국가통합을 이루기 전에 정치적·사회적
혼란으로 치달았으며 결국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외세의 침략과 민족간의 내전을 동시에 겪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민족간의 대립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었는데 크로아티아의 친나치 협력자인 우스타치와 세르비아 비밀경찰 체트니크의 대립과 티토가 이끄는 공산 빨치산에
의한 분쟁과 대량 학살은 구유고연방의 해체과정에서도 끝내 극복될 수 없는 알력의 씨앗으로 남게 되었다.
2) 티토 시기 공산정권이 수립된 후 티토는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의 역사적 경험을 교훈 삼아 민족간의 통합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연방제를 채택하고 어느 한 민족의 힘과 야망을 제한하는 민족정책을 구사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구유고연방 구성원은 단일한 유고슬라비아주의의 실패와 연방주의를 수용하였다. 그러나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과 왕조주의자들은 연방의 틀 내에서도 여전히 강한 세르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유고슬라비아를 생각한 반면 다른 민족집단과 공산주의자들은 약한 세르비아를 상정하는 연방주의를 구상했다. 공화국 구성에 있어 공산주의자들은 종족적 요소와 역사적 요소를 모두 고려하였다. 이를 위해 공산세력은 각 유고민족에게 영토적 기반을 부여해 주었으며 비슬라브계 소수민족에게도 세르비아 가장자리에 자치주를 만들어주었다. 이로써 공산당은 민족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케도니아·몬테네그로·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분리된 공화국 구성으로 세르비아의 영향력은 상당히 축소되었다. 뿐만 아니라 세르비아공화국 내에 코소보와 보이보디나의 자치주로서의 위상은 세르비아의 영향력을 더욱 격감시키는 것으로 세르비아 민족주의자의 분노를 초래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렇게 구성된 각 공화국과 자치주에는 다른 소수민족이 포함되어 있었다. 즉, 한 공화국에서 다수를 점하는 민족이 다른 공화국이나 자치주에서는 소수민족을 구성하였는데 이는 연방 내에서 또 다른 민족 분규의 불씨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산권력은 때로는 민족적 대립을 이용했으며 정치적 이익에 따라 일부 소수민족들에게 이익이나 불이익을 가했다.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의 민족주의적 표현은 허용되지 않는 반면 작은 소수민족들과 주변 종족의 민족주의는 부추겨졌다. 이는 민족주의적인 경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새로운 민족을 창조한다는 명분하에 이루어졌다. 따라서 모든 민족들의 불만이 심했다. 또한 티토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인 마케도니아에서 마케도니아의 슬라브족을 별개의 민족으로 인정함으로써 세르비아·불가리아·그리스간의 경쟁을 없애고 이 지역을 연방 권력하에 예속시키려 했다. 그리고 이슬람인을 남슬라브의 새로운 민족으로 규정함으로써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에서의 세르비아인과 크로아티아인간의 대립을 불식시키고자 했다. 1974년 헌법을 통해 티토는 권력의 분권화를 시도했다. 이 때부터 정치 및 경제의 중심이 공화국으로
옮겨졌으며 공화국들은 각 지역 공산당에 의해 통제되면서 유고슬라비아는 공화국의 연맹 형태로 바뀌어 갔다. 그리고 티토는 한 민족이
유고슬라비아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토권에 기반을 둔 구성 민족간의 합의 도출 메커니즘을 구상했다. 이러한 체제는
최고의 중재자가 존재하는 한에서만 기능할 수 있는 것이었으며 결국 티토의 권위만이 구유고연방의 결속을 유지할 수 있었다.
3) 밀로세비치 시기 유고에서의 민족분쟁 재연은 해묵은 민족적 증오의 분출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 정치엘리트들의 의도적 작품이기도 했다. 즉, 정치와 경제 체계의 급격한 재 구조화 과정에서 개혁문제를 민족과 관련된 문제인 양 정치적 논의를 연계시킴으로써, 그리고 민족감정을 앞세운 폭력적 투쟁을 선동함으로써 이들 보수주의자들은 공산당 내에서의 자유주의자들의 반대를 극복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민족주의 강령과 대중 동원의 방식을 택했던 밀로세비치의 공산정권은 자유주의자로 분류될 수 있는 분파에 의해서만 공개적으로 거부되었을 뿐 다른 반체제 인사들은 이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을 삼갔다. 그 이유는 바로 밀로세비치의 민족부활에 대한 계획이 반체제 인사들 자신이 1985년에 만들어낸 프로그램에 기초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예술과학아카데미의 비망록 초안에 포함되어 있던 이 프로그램은 어떤 국가조직이 유고에 살고
있는 모든 세르비아인의 이익에 가장 잘 부합될 수 있는가 하는 논의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었다. 이는 종전 유고의 사회주의
연방제도 틀 내에서는 어떠한 민족집단도 자신들 공화국의 경계를 초월하는 이해관계를 지닐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세르비아
역시 세르비아공화국 내에서 이해관계 충족을 모색해야 했던 정치적 금기를 깨뜨리는 것이었다.
(1) 밀로세비치의 對 코소보 정책 밀로세비치는 ‘약한 세르비아를 통한 강한 유고슬라비아’를 창출하기 위해 연방 체제와 세르비아 내 두 자치주의 수립을 통해 세르비아를 규모와 힘에 있어서 약화시키고자 했던 티토 정책을 거부하고 세르비아인들이 1970년대 중반 이래 알바니아인이 지배하는 자치주 정부하에서 억압과 차별을 당해 왔다고 주장하는 코소보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었다. 세르비아의 선동가들은 알바니아 지도자들이 코소보에 남아있는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인들을 축출하고 공화국 분리를 선언한 후 알바니아와 합병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밀로세비치는 1987년에 있었던 코소보 지역의 진상 조사 활동에서 행한 연설을 계기로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의 영웅으로 부상되었다. 다음해 그는 대대적 가두 데모를 조직하고 기존의 코소보·보이보디나·몬테네그로의 당과 정부의 간부들을 대대적으로 교체시키면서 다원주의적 주장을 하는 세력들을 봉쇄하고 공격적이며 민족주의적인 정당으로 개편해 나갔다. 결국 밀로세비치는 권위주의적 정치와 공격적 민족주의·민중주의를 활용하여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대신 보스니아 내전의 불씨를 키워나갔다.6) 1989년 3월에는 세르비아 의회가 코소보와 보이보디나의 안전·영토방위·외교·재정·사회적 계획 등에 대한 직접적 통제권을 세르비아에게 부여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이 지역의 자치권 제한과 박탈을 위한 일련의 정치적 조치가 취해졌다. 이에 저항하는 대규모 알바니아인 시위도 연방 조직 및 세르비아 경찰에 의해 폭력적으로 진압되었다. 1990년 6월 세르비아의 민족의회는 코소보와 보이보디나의 자치권 제한을 더욱 강화하는 일련의 특별법령을 통과시켰다. 이는 방위군의 대권을 지지하고 공화국의 입법·행정·사법부가 자치주의 정부 활동을 중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으며 세르비아가 자치주의 관리를 임명할 수 있도록 했다. 1990년 7월 코소보 자치주 의회 해체가 임박했음을 감지한 알바니아 의원들은 코소보를 “유고연방 내의 독립적·평등적 단위체”로 규정하는 헌법적 선언을 발표했다.7) 세르비아 당국은 이러한 움직임을 위법이라고 비난하고 며칠 후 알바니아 지도자들이 유고연방으로부터의 탈퇴를 도모하고 있다는 구실로 코소보 의회를 해산했다. 자치주 정부의 권리 및 의무는 코소보가 1946년에 개별 지역으로 구성되고 1968년 자치주로 전환된 이래 처음으로 세르비아 의회로 양도되었다. 알바니아인 의원들은 세르비아의 중앙집권화를 무산시키기 위한 몇 가지 조치를 강구했다. 예를 들어 그들은 동등한 유고슬라비아공화국으로서의 코소보의 위상을 견지할 수 있고 알바니아인을 ‘민족적 소수’가 아닌 ‘민족’으로 선언할 수 있으며 1989년 3월 이후 발효된 모든 세르비아의 헌법 개정안이 무효로 선언될 수 있는 새로운 공화국 헌법을 요구했다. 그러자 베오그라드는 1990년 8월 푸리슈티나(Pristina) 라디오와 TV의 알바니아어 방송을 금지시키고 알바니아어 일간지 『릴린디야 Rilindja』도 폐간시켰다. 자치주에서의 집회 및 결사의 자유도 박탈되었으며 알바니아 정치인들 역시 위협을 받았다. 그리고 주도적인 지식인과 공동체 지도자들이 해고되고 군대와 경찰의 주둔으로 코소보는 사실상 포위상태가 되었다. 이처럼 억압이 심해지자 해산된 코소보 의회 출신 알바니아인 의원들은 1990년 9월 새로운 「카차닉(Kacanik)」 헌법을 채택하고 ‘코소보 신공화국’을 선언했다. 베오그라드측은 이러한 움직임을 유고슬라비아와 세르비아의 영토적 통합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1990년 9월 말 세르비아 의회는 코소보의 자치권을 공식적으로 박탈하는 세르비아 신 헌법을 공포했다. 그러나 알바니아인 지도자들은 이 헌법의 통과는 위헌이며 구속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8) 세르비아의 정부 대변인은 그들의 신헌법은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마케도니아와는 달리 세르비아를 ‘민족국가’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민주적 국가’로 규정하였기 때문에 소수민족의 권리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9) 그들은 헌법 제49조에서 “시민은 그들의 민족성과 문화를 표현할 자유 및 언어와 문자를 사용할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고 명기한 점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알바니아인은 그러한 조항은 알바니아인의 위상에 관한 주요 쟁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그들을 ‘민족’ 또는 ‘소수’로 계속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제4조에서는 세르비아공화국이 코소보의 자치권과 자결을 위한 이 지역 거주민 다수의 의지를 공식적으로 제한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밀로세비치 주도하에 세르비아사회당(SSP)은 민족주의적 강령을 공개적으로 채택했으며 국가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와 언론 독점 및 전국적 조직 유지로 1990년 12월 실시된 첫번째 다당제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코소보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알바니아인은 공화국에서 실시된 선거에 불참했다. 새로 조직된 코소보민주연맹에 모인 알바니아 지도자들은 코소보 신헌법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자치주는 평등하며 독립적인 공화국임을 선언했다. 따라서 세르비아에서 실시되는 선거는 코소보 자치주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세르비아의 선거법은 세르비아 의회 내에서 코소보에 할당된 의석 수를 제한함으로써 알바니아인 유권자들을 차별하였다. 1991년과 1992년 사이 코소보에서는 국가에 의한 억압 양상이 급증했다.10) 예를 들어 항의자들에 대한 발포와 납치, 구타, 고문, 임의체포, 반체제 인사 투옥, 추방, 해고, 알바니아 언론에 대한 검열 또는 폐간, 코소보인 기업과 알바니아인 기업 간의 강제 합병, 알바니아 노동자들의 대규모 해고, 알바니아 학교와 문화제도의 철폐, 알바니아인 집단 거주 지역에 대한 경찰의 습격, 교회와 회교 사원에 대한 약탈 및 폐쇄 조치, 지역 거주민의 강제 퇴거 등이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알바니아 지도부는 비폭력적인 방법을 택하고 정치조직과 분리해 경제적 방법들을 활용했으며 사실상 지하 조직이 된 교육과 문화적 영역들을 확고히 구축해 나갔다. 1991년 6월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독립 선언에 이어 코소보민주연맹(Democratic League of Kosovo, DLK)의 지도자 루고바(Ibrahim Rugova)는 알바니아인은 세르비아가 지배하는 신유고연방에 잔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1991년 여름 동안 임시 ‘민족구제정부’를 건립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알바니아 정당의 조정위원회가
프리슈티나에 설립되었다.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했을 때 망명 중이던 코소보공화국 의회는 코소보가 주권 공화국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결의안에 서명했다. 그리고 코소보 주권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와 새로 선출된 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계획이 발표되었다.
1991년 9월 국민투표에서는 경찰의 삼엄한 감시에도 불구하고 알바니아인의 87%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 중 76% 이상이 코소보의
주권 및 독립을 지지했다. 인구의 60%가 넘는 코소보 밖의 남부세르비아 세 지구의 알바니아인 다수도 코소보와의 합병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자치안에 지지표를 던졌다. 1990년 10월 코소보공화국 의회는 부코쉬(Bujar Bukoshi)에 의해 주도되는
새 임시 연립정부를 선출했으며 1당 집행위는 다당제 행정기구로 대체되었다.11) 알바니아 지도자들은 유고슬라비아가 연합형태로
재구성되는 경우 코소보에도 동등한 위상을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 및 여타 공화국이 분리 탈퇴 시도에
성공한다면 자신들도 이러한 선택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알바니아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망령은 다시 밀로세비치에 의해 세르비아의
민족주의적 열정을 촉구하기 위해 교묘하게 활용되었고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코소보전으로까지 치닫게 되었던 것이다.
(2) 밀로세비치의 對 보이보디나 정책 보이보디나는 종전 무렵 독일인의 대규모 축출 이후 인구 구성면에서 큰 변화가 이루어졌다. 다수의 세르비아인 역시 이 곳에 정착하자 헝가리인 수는 인구의 20% 정도로 격감했다. 그러나 언어 사용권과 교육권, 행정 및 경제 분권화 정책들이 집행되었다. 또한 공화국도 번영하고 헝가리로부터의 영토적 요구도 없어 보이보디나에서는 안정이 이룩되었다. 보이보디나는 전형적인 민족 혼합체였다. 이 곳에는 세르비아인과 헝가리인 외에도 상당수의 크로아티아인·슬로바키아인·루테니아인·루마니아인이 공존했다. 그러나 현저한 인종갈등 없이 관용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공동체가 유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로세비치는 보이보디나 자치주에서도 지역의 자치권을 축소하고 세르비아로부터의 분리를 위한 어떠한 요구도 인정하지 않는 몇 가지 조치를 단행했다. 1988년 10월 보이보디나의 당·국가·정부 지도자들은 “자치주의자 세력”에 대한 숙청으로 대부분 밀로세비치 충성파로 교체되었다. 세르비아 신헌법에서 보이보디나의 자치는 실질적으로 종지부를 찍었으며 대부분의 행정·관리·사법 기능은 베오그라드로 이관되었다. 이에 대해 헝가리인 대변인들 및 다인종적인 자치 보이보디나를 옹호하는 독립 집단들 사이에서 저항이 일어났다. 이들은 베오그라드의 중앙집권적 정책이란 자치주가 오스트로-헝가리제국 붕괴 이후 줄곧 누려온 고유한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세르비아 민족주의의 부활은 이 지역의 평화로운 관계를 저해하는 것이었다. 1989년 말 점차 거세어지는 베오그라드로의 압력에 대항하기 위해 헝가리인 조직이 형성되었다. 이 중 보이보디나헝가리인민주공동체(The Democratic Community of Vojvodina Hungarians, DCVH)는 가장 규모가 크고 활동적인 단체로서 소수에 대한 부당한 압박을 바로잡고 소수의 권리를 법규화하는 프로그램을 발간했다. 코소보 거주 알바니아인과 달리 DCVH는 의회 대표를 통해 헝가리인이 그들의 이익을 옹호할 수 있는 보다 나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되리라는 계산하에 1990년 12월의 다당제 선거에 참여했다. 헝가리인 지도자들은 세르비아가 문화와 교육 부문에 있어서의 소수의 권리을 축소시킬 뿐 아니라 헝가리인 투표를 분산시키기 위해 선거구를 임의로 개편하고 그들의 세르비아 의회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92년 1월에 보이보디나는 종전의 50개 행정지구를 7개로 분할된 행정지구로 대체했는데 이로써 헝가리인은 전 지구에서 소수가 되었다. DCVH는 영토적 기반보다는 헝가리인의 ‘문화적 자치’를 더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세르비아 의회에서 자문 역할을 수행하며 국가제도와의 관계에서 자신들의 집단적 제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全 헝가리인 거주민을 위한 ‘자치정부위원회’를 설립하고자 했다. 그리고 보이보디나 북부처럼 헝가리인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에서 지역 코뮨 수준의 정치적 자치 정부도 수립하려고 했다. 1991년 이런 구상들은 소수민족을 위한 공화국 장관직과 소수의 권리를 위한 법을 정립하려는 계획들과 함께 세르비아 의회에 의해 거부되었다. 보이보디나에서의 헝가리인과 여타 소수민족에 대한 압력은 1991년 내내 줄어들지 않았다. 헝가리어 학교와 어학반 수도 국가가 학교 체계를 재조직한다는 구실로 감소되었다. 이에 대해 DCVH는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헝가리인 교육에 대한 헌법적 보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베오그라드는 모든 신문·잡지·라디오·TV 방송국의 최고위 직책을 그들이 임명함으로써 헝가리어 언론 매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했다. 그리고 1991년 7월 세르비아 의회가 세르비아어를 유일한 공식어로 규정하고 공공부문에서의 헝가리어 사용을 금하는 새로운 언어법을 통과시키자 소수 민족의 인권은 더욱 제한되었다. 1992년 4월 세르비아 헌법상 소수 민족의 인권을 유지하기 위한 시도로 보이보디나에서의 헝가리인 자치에 관한 비망록이 발간되었다.12) 이 비망록은 개인적 또는 문화적 자치 확보, 헝가리인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코뮨의 특별한 위상 부여, 散在하는 소수 민족 촌락의 지역적 자치정부 수립이라는 3가지 측면의 자치를 제시했다. 그리고 바예카와 바나트의 8개 시에 관해 언급하면서 헝가리인이 주로 거주하는 “규정된 영토에 자치정부 정책이 보장되어야만 한다”는 원칙을 명기하고 있다. 또한 자치와 세르비아에의 합병을 선택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보이보디나의 헌법적 위상을 정립시킬 것도 요구했다. 보이보디나의 소수민족 크로아티아인은 중앙집권화와 억압에 대항해 크로아티아민주연맹(The Democratic Alliance of Croats, DACV)를 조직했다. 이들 역시 문화적 자치권과 지역 관리권을 추구했다. 크로아티아와 헝가리인 지도자들은 소수민족의 수를 줄이고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전쟁 지역으로부터 이주해 온 세르비아인 충성파들이 보이보디나에 재정착하도록 하기 위해 세르비아 당국이 크로아티아 마을에서 ‘인종 청소’라는 보이지 않는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부 세르비아가 북동부 몬테네그로로 뻗어나간 산쟈크 지역의 대단위 슬라브계 모슬렘 소수민족도 1980년대 이래 점차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비록 산쟈크 지방이 각각의 공화국에서 구별되는 정치적 단위체로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모슬렘은 그 지역의 동쪽 3개 시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했으며 연방이 해체되기 시작하자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을 구성했다. 1990년 8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산쟈크 및 코소보 내 모슬렘의 전국 정당으로 민주행동당(The Party for Democratic Action, PDA)이 창당되었는데 이것은 가장 규모가 큰 모슬렘의 정치조직이었다. PDA는 처음에는 산쟈크 지역의 문화 및 교육 자치권을 추구했다. 그러나 이 당의 지도자는 만약 유고연방이 해체되고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가 새로운 국가를 구성하게 되면 모슬렘은 영토적 자치권과 주권을 가진 보스니아와의 정치적 연계를 요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1990년 12월의 세르비아 선거에서 PDA는 모슬렘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모든 선거구에서 승리했다. 공화국간의 긴장이 유고슬라비아 전역으로 확산되자 PDA는 1991년 5월 의회 및 준행정단위로 산자크의 모슬렘민족평의회(A Muslim National Council of the Sandzak, MNCS)를 구성했다. 이 평의회는 PDA 지도자 우글리아닌(Sulejman Ugljanin)이 의장직을 맡은 全 산쟈크시 대표로 구성되었으며 베오그라드에 의해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경우 자기방어를 하기 위한 조직으로 알려졌다. 1991년 여름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의 독립 선언 이후 모슬렘 지도자들은 미래 산쟈크의 위상을 묻기 위한 국민투표를 준비해 나갔다. 평의회 지도자들은 자치적 상태, 새로운 연방 단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합병 또는 모슬렘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유고슬라비아 내 전 지역을 포함하는 새로운 국가 건립 등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이 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한 베오그라드의 경고에도 불고하고 1991년 10월 이 지역에서는 국민투표가 실시되었다. 10개의 산쟈크시에 거주하는 모슬렘은 정치적 및 영토적 자치를 이루고자 하는 안에 98.92%가 찬성표를 던졌다. 1992년 1월 MNCS는 ‘신유고연방에서의 토착 모슬렘 민족을 위한 최상의 해결책’으로 산쟈크를 위한 ‘특별한 위상’을 정립하기 위한 선거를 실시했다. 이에서는 비록 산쟈크가 독립 공화국으로 선포되지는 않았지만 지역 정부가 교육·문화·언론·사유화·농업·광업·사회적 서비스 부문·경찰·정의·은행·조세 부문에 있어 독자적 책임을 맡는 것으로 상정했다.13) 1992년 봄 동안 인접한 보스니아에서 적대적 상황이 발발한 후 이 지역에서도 첨예한 긴장이 고조되었다. 세르비아는 코소보에서와 같이 모슬렘 근본주의자들과 이 지역에서의 인종 청소를 계획하는 모슬렘 민족주의자에 의해 세르비아인이 산쟈크에서 추방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PDA 지도자들은 오히려 모슬렘 거주자들이 세르비아 방위군과 베오그라드의 지원을 받는 준군사조직체들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폭력과 군의 강제징집에 대한 두려움으로 1993년 초 7만 명의 모슬렘이 이 지역을 떠난 것으로 보고되었다. 특히 보스니아와의 서부 접경지역은 양 지역에서의 모슬렘간의 연계를 단절시키기 위해 모슬렘을 추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여름 이후 구유고연방의 해체가 시작되었을 때 밀로세비치는 연방의 나머지 지역에 대한 세르비아의 직접적 통제권을 강화하고 군대 내의 숙청을 지휘했다. 밀로세비치는 세르비아 내의 언론·법·경제부문·보안 등을 계속 장악했다. 밀로세비치의 반대파들은 공화국과 연방 선거에 관한 접근법 및 수단이라는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균열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또 이들간의 경쟁관계도 사회주의자들에 대항할 수 있는 연합세력 구축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방이 더 이상 유지될 가능성이 없게 되자 밀로세비치 정부는 나머지 영토만을 기반으로 해 규모는 줄어들지만 세르비아가 지배권을 가지는 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그 상태에서의 최상의 목표는 크로아티아 일부 지역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및 마케도니아를 연방에 잔류시키는 것이었다. 1992년 2월 모슬렘과 크로아티아 지도자들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독립을 선언하고 마케도니아가 이를 뒤따르자 밀로세비치는 새로운 국가 단위 체 영역 밖에서의 세르비아인의 거주 지역을 모두 유지할 수 있는 이중의 접근법을 택했다. 1년 전 크로아티아에서 발발했던 것과 유사한 분할 전쟁이 베오그라드와 유고군의 지원하에 보스니아에서 시작되었다. 연방평의회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갈등을 세르비아인과 모슬렘 및 크로아티아인 사이의 내란으로 규정하기 위해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두 공화국으로 이루어지는 신유고연방 건립을 선언했다. 1992년 4월 다른 공화국이 신연방에 합류할 수 있는 가능성의 여지를 남겨놓은 채 연방헌법이 급히 채택되었다. 헌법 제2조는 “유고 연방공화국은 현 헌법에 의거하여 나머지 공화국이 합류할 수 있다”고 명기하였다.14) 이 조항의 목적은 크로아티아로부터 빼앗은 세르비아의 크라이나(Krajina)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로부터 분할된 세르비아 지역을 장차 연방에 합류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1992년 5월 말 새로운 국가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방 선거가 실시되었다. 세르비아 당국은 사회주의자들과 몬테네그로 연맹 세력의 지지로 쉽게 승리를 거두었다. 야당은 선거가 위헌이고 선거법도 허위 문서이며 다당제 경쟁을 하기에는 선거 기간이 너무 짧다는 이유로 투표를 거부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급진파와 선거에 불참시 헝가리 소수민족의 지위에 대한 연방의 결정에 그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으리라고 판단한 DCVH 등 몇몇 정당은 선거에 참여했다. 투표가 끝난 후 베오그라드는 국제적 환심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정치적 망명자인 파니치(Milan Panic)를 수상으로 선출했다. 1992년 12월에 밀로세비치 정권에 정통성을 다시 부여하고 야당의 주장을 약화시키기 위해 실시한 연방과 공화국 및 지역선거에서 야당들은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밀로세비치측은 주요 언론 조직을 관할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선거법과 선거 절차도 지배당에 유리하게 파행적으로 운영되었다. 뿐만 아니라 유권자 등록과 투표 자료의 안전 관리 및 여타 정당들에 대한 자금 제공 등에 있어 심각한 문제들이 제기되었으며 야당 역시 대대적인 속임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알바니아인들은 모든 선거를 거부하고 파니치가 자신들의 지역에서 협박과 억압이 강화되고 있는 동안 알바니아 교육체계를 복구시켜 주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몇몇 모슬렘이 세르비아 야당을 지지하기 위해 투표에 참여하기는 했으나 세르비아 산쟈크의 모슬렘당도 선거를 거부했다. 이 선거에서 밀로세비치 세력은 몬테네그로의 DPS와 연합해 연방 차원에서도 다수가 될 수 있었다. 1993년 2월 새로운 세르비아 정부가 수립되고 이는 세르비아사회당(Serbian Social Party, SSP)의 충성파인 사이노비치(Nikola Sainovic) 수상에 의해 주도되었다. 1993년 5월 노비 사드 의회가 공무상 세르비아어와 동일한 지위를 헝가리어에 부여하는 안을 통과시킴으로써 회유 제스처를 구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지도자들은 차별과 박해에 대한 두려움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 1993년 초 유고연방 정부의 전문가 집단은 “연방 구성 공화국과 소수 공동체의 자유 및 권리”에
관한 법률 초안을 마련했다.15) 당국은 소수집단 문제 처리 양상을 둘러싸고 점차 거세어지는 국제적 비난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었다. 이를 위해 베오그라드는 각각 단위의 선거를 기초로 한 연방과 공화국 및 지역의회에서의 전 소수민족을 위한 비례대표제와
옴부즈맨제 및 소수 공동체의 권리들을 모니터하기 위한 연방 정부 위원회제를 도입하고 국가의 통합성을 저해하지 않는 소수의 다양한
형태의 자치권을 허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초안에는 유고슬라비아 또는 세르비아 당국에 의해 결정된 ‘민주적 자유선거’에서
선출되고 그 지역의 의회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만 대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알바니아인 소수의 지위를 더욱 약화시키는 조항들도
포함되었다. 만약 그러한 규칙이 실제로 적용된다면 코소보의 기존 정당들은 자치주에서 알바니아 공동체를 대표할 수 있는 권위를
부여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16) 결국 이러한 세르비아의 대내 이민족 정책은 보스니아전에 이어 코소보전을 야기시킴으로써 연방
해체 과정에 있어 폭력적 양상이 불가피하도록 만들었다.
4. 몬테네그로의 대내 이민족 정책
1. 인구 구성 연방 붕괴 직후인 1991년도의 몬테네그로 인구 조사에 따르면 61만 5,267명의 거주자 중
61.84%인 38만 484명이 몬테네그로인으로 파악되었다. 소수민족 중 최다수 민족은 거주자 중 14.62%인 8만 9,932명의
모슬렘으로 대부분 세르비아 국경에 인접한 산쟈크 주민들이다. 이들은 2개의 산쟈크 시인 플라브(Plav)와 로쟈예(Rozaje)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였으며 비옐로(Bijelo)·폴리예(Polije)·이반그라드(Ivangrad)·플리예브리야(Pljevlia)에서도
비중이 높은 소수민족이었다. 자신을 세르비아인이라고 답한 사람은 인구의 9.29%인 5만 7,176명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인구
구성 양상은 몬테네그로인을 하나의 구분된 인종집단으로 보는 입장과 세르비아 민족의 한 부류로 간주하는 입장간의 논쟁을 야기시켰다.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은 자신을 몬테네그로인으로 규정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실제로는 ‘몬테네그로 거주 세르비아인’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몬테네그로 민족주의자들은 이러한 주장을 일축한다. 알바니아인들은 거주민의 6.64%인 4만 880명으로 공화국
내 제3의 민족집단이다. 그러나 알바니아인 지도자들은 많은 알바니아인이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자신을 유고슬라비아인이라고 답했기
때문에 실제의 알바니아인 수는 더 많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들도 최근 들어 정치적 압박과 경제적 기회의 감소로 수천 명의 알바니아인이
떠났음은 인정했다. 알바니아민족은 특히 알바니아와의 남부 접경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는데 울치니(Ulcinji) 시민 중
절대 다수이며 플라브와 바르(Bar)에서도 소수민족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공화국 거주자 중 4.2%인 2만 5,854명은
스스로를 계속 유고슬라비아인으로 규정했다. 통계학자들은 이들이 민족간 통혼을 한 경우이거나 위축되고 있는 유고연방에서의 인종적
민족주의 부활에 대항하는 몬테네그로인이라고 보았다. 이보다 적은 수의 소수민족으로는 크로아티아인이 6,249명, 마케도니아인
860명, 슬로베니아인 407명으로 나타났다.
2. 정책의 역사적 개관
1) 공산화 이전 슬라브족이 몬테네그로의 산악지대(Crna Gora)에 정착한 것은 17세기였다. 몬테네그로의 중심 지역은 20세기에 세르비아왕조의 지배하에 들어갔으나 그 지역에서 세르비아의 힘이 약화되자 지역의 지배자들이 이어받아 통치했다. 14세기 말 세르비아 군대가 오토만 터키에 패하자 수천 명의 세르비아인이 몬테네그로의 산악지역으로 도주했다. 몬테네그로인은 이 때문에 자신들이 오랫동안 세르비아인으로의 동화과정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16세기 동안 몬테네그로인은 그리스정교의 주교(Vladike)들이 정치적·종교적 관할권을 갖는 준신정정치를 발전시켰다. 처음에는 민족의회에 의해 주교들이 선출되었으나 17세기 말 무렵부터 150년간은 주교 왕자로 그 지역을 지배한 네고스(Negos) 왕조로 왕위 계승이 제한되었다. 몬테네그로의 왕자 페트로비예(Nikola Petroviæ)는 1905년 의회 법을 정립하고 5년 후 자신이 왕임을 선언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세르비아의 지원을 받으면서 망명중이던 신생 몬테네그로위원회가 몬테네그로의 남슬라브연합에의 합병을 주장하는 동안 페트로비예는 망명을 떠났다. 종전이 되자 페트로비예의 지배는 끝나고 국가는 새로 수립된 세르비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왕국의 일부가 되었다. 베오그라드는 몬테네그로왕조의 복귀와 독립 국가 재건을 저지하기로 결정했다. 세르비아의 관리와 지역의 친세르비아 빨치산은 몬테네그로에 대한 베오그라드의 지배를 합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통합 지지 선거를 계획했다. 두 차례의 대전 사이에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의 엄격한 신탁통치하에 있었으며 지역 행정부는 세르비아파
정치가들과 군 지도자들에 의해 지배되었다. 그러나 세르비아의 합병 내지 동화 시도에 저항하는 움직임은 구몬테네그로의 중심지에
잔존하고 있었다. 반세르비아 반란이 여러 번 이 지역에서 계획되었으나 조직이 미약하고 정치적 단합도 이루어지지 못해 세르비아
군에 패배했다. 1941년 독일 침공과 유고슬라비아 정복 이후 몬테네그로의 많은 영토는 이탈리아령이 되었다.
2) 티토 시기 1945년 공산주의자들의 정권 장악 이후 몬테네그로는 공화국의 지위를 부여받았으며 몬테네그로인도
명백한 남슬라브민족임이 선언되었다. 티토 정부는 연방 내 공화국간의 균형 유지를 도모하였으므로 세르비아의 지배를 제한하고 몬테네그로가
세르비아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1980년대에 부상한 세르비아 지도자들과 민족주의적 정치가들의
분노를 초래했으며 티토 사후 유고슬라비아에서의 세르비아의 권위를 다시 주장하는 명분으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3) 블라토비치 시기 1989년 1월 베오그라드의 지원을 받는 대규모 노동자 시위로 수도 포드고리챠의 공산당 및 정부 지도부는 전원이 교체되었다. 이 ‘反관료적’ 쿠데타는 구유고슬라비아 지도자들과 독립을 추구하는 정치가들을 축출했으며 밀로세비치에 충성스러운 세르비아파 행동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당과 정부 지도부가 충원되었다. 신지도부는 유고연방이 점차 심각해져 가는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되자 정치적 다원주의를 공약하고 공화국 선거를 실시했다. 1990년 12월 몬테네그로의 첫 다당제 선거에서는 언론을 계속 통제하고 정치 자금과 조직면에서 새로 창당된 야당들보다 우세한 몬테네그로공산주의자연맹(League of Communists Montenegro, LCM)이 승리했다. 뒤이은 선거에서 공산주의자들은 사회주의민주당(The Democratic Party of Socialists, DPS)으로 당명을 개칭하고 정치적·경제적 개혁 속도에 대한 통제를 시도했다. 포드고리챠는 1991년 일련의 과정을 거쳐 연방이 해체되자 공개적으로 세르비아 당국을 지지했다. 그리고 실제로 몬테네그로 사회주의자들이 누렸던 지배적 지위란 대부분 베오그라드의 정치적·군사적·경제적 지지로 가능한 것이었다. DPS의 핵심 인물들은 유고연방 유지와 몬테네그로의 자치권 제한과 직접적인 개인적 이해관계를 가진 관료와 안전 담당 조직 인사, 공장 관리자 및 군 고참들이었다. 블라토비치 대통령은 몬테네그로와 세르비아간의 지속적 연계를 입증하는 공화국 국민투표를 1992년 3월에 실시했다. 사회주의자들은 1992년 5월 유고연방 선거에서도 낙승했다. 모든 야당은 이 투표가 불법이라고 비난하면서 참여를 거부했다. 선거에서의 승리로 DPS는 정부와 언론 및 경제의 주요 수단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몬테네그로 내 알바니아인 및 모슬렘 소수민족 역시 공화국에 대한 세르비아의 통제 및 몬테네그로와 크로아티아 및 보스니아간의 갈등 확산 양상에 대해 더욱 관심을 높여갔다. 알바니아와 모슬렘 지도자들은 전반적으로 몬테네그로의 주권 및 독립을 지지했으며 교육·문화·언어·지역 행정에 있어서의 보다 나은 집단적 권리 확보를 위한 운동을 전개했다. 포드고리챠 정부는 베오그라드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묵인되는 호전적 세르비아 게릴라 조직의 활동을 용납하지 않는 듯했다. 실제로 1992년 여름 파니치가 유고슬라비아 수상으로 임명되자 블라토비치 정부는 자신의 재임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판단하에 밀로세비치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몬테네그로의 사회주의자들은 공화국 분리와 독립을 지지하는 민족주의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자신들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 세르비아의 급진주의자들은 알바니아와 모슬렘 분리주의자들이 폭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90년 12월 선거는 1938년 이래 몬테네그로의 첫 다당제 선거로 기록되었다. LCM은 선거에서의 승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 국가의 기금과 언론에 대한 독점권을 활용함으로써 의회의 85석을 차지했다. 비록 1991년 초반 오래 끈, 그러나 결국 실현되지 않은 연합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협상 기간 동안 밀로세비치에 대한 몬테네그로 정부의 충성심이 확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 여름 전쟁이 발발했을 때 포드고리챠는 베오그라드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1년 9월 듀카노비치(Milo Djukanovic) 수상이 비록 유고슬라비아라는 틀 내에서이기는 하지만 몬테네그로의 주권 선언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다음 날 블라토비치 대통령은 크로아티아 내 전선으로부터 몬테네그로 예비병의 철수를 요구했다. 포드고리챠가 유고슬라비아 통합주의와 몬테네그로 주권 사이에 미묘하게 등거리를 유지한 정책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전쟁이 발발한 후인 1992년에 더욱 확실해졌다.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에서 활동중인 준군사조직들과 세르비아 게릴라들이 모슬렘 주민에게 체계적으로 전쟁 범죄를 자행한 사실이 보고되자 블라토비치 지도부는 점차 평화주의적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1992년 7월 파니치의 유고슬라비아 수상 임명 후 몬테네그로 위원들은 유고슬라비아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제안을 지지했다. 실제로 파니치는 몬테네그로의 지지에 힘입어 연방의회에서의 두 번에 걸친 불신임 투표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게다가 블라토비치는 세르비아계 보스니아인과 베오그라드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분권화하려는 밴스-오웬(Vans-Owen)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로세비치에 의한 공공연한 비난과 정부 전복 시도를 막기 위해 포드고리챠는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공화국만이 잔류하는 연방에서의 몬테네그로의 구성원 자격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DPS 역시 1992년 5월에 실시된 연방 선거에 참여했다. 포드고리챠 당국은 밀로세비치와 몬테네그로 내 그의 급진적 연맹이 모슬렘과 알바니아인 소수와의 갈등을 야기시킨 후 이를 정부 전복과 베오그라드 정책에 대한 지지도 제고 명분으로 활용하려고 계획중임을 감지했다. 1992년 3월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와 신유고연방에 급히 합류하고 이어 4월에 신연방헌법이 통과되자 10월에 자신들의 헌법도 채택했다. 이 헌법에서는 모든 영역에서의 몬테네그로의 주권이 연방제도의 책임으로 명백히 규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국가의 공식 언어를 세르보-크로아티아어로부터 세르비아인의 이예카비안(Ijekavian) 방언으로 바꾸었으며 몇 개의 조항에서는 소수민족의 권리에 관해 언급했다. 또한 특히 그들의 민족적·인종적·문화적·언어적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한 민족 및 인종집단의 권리를 주장했다. 이에는 각자의 고유 언어에 대한 정보와 교육권, 민족 상징물을 전시할 수 있는 권리,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 교육 및 문화 결사체를 설립하는 권리 등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시민이 ‘타인의 것을 침해하는’ 행위나 인종적 정체성 또는 인종적 적대 관계 속에 ‘문제를 선동하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알바니아인 소수민족에 대한 폭력사건이 가끔 보고되는 중에서도 알바니아 지도자의 몬테네그로에 대한 비판은 주로 직업적 차별과 교육적 불이익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이들은 대규모 알바니아인 거주지역을 포함한 지역 당국의 권한이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몬테네그로가 경찰·재정·교육·문화를 포함한 주요 제도들을 지도했으며 심지어 소수인종이 거주하는 지역에서조차 세르비아어가 공식언어였다. 개인적 계약, 출생 및 교육 증명 등 공식 문서는 세르비아어로 작성되었으며 알바니아인 소수의 가족 이름에도 세르비아어 접미사를 붙이도록 강요되었다. 이 때문에 언어와 관련된 논쟁이 언론의 주요 쟁점이 되었다. 몬테네그로의 공화국 라디오 방송은 알바니아어 프로그램에 하루에 단지 30분만 할애했으며 포드고리챠 TV는 알바니아어 방송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알바니아어 출판 매체와 소수민족의 공영 뉴스도 없었으므로 출판 언론 부문에는 알바니아어가 전혀 쓰이지 않았다. 1982년 이래 몬테네그로 당국은 연방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알바니아기 게양도 금지시켰다. 더욱이 알바니아인의 민족 경축일을 공식 행사를 통해 경축하는 것도 공인하지 않았다.17) 알바니아 지도자들은 1992년 3월 몬테네그로의 신 유고연방에의 합류와 몬테네그로 신헌법의 조속한 통과 및 1992년 5월 실시된 연방선거에 높은 관심을 기울였다. 몇몇 소수민족의 행동주의자들은 인구 중 알바니아인이 상대적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에서의 알바니아인 자치에 관한 국민투표 저지를 계획하고 있었다. 1992년 9월 알바니아인 최대 정당인 몬테네그로민주연맹(The Democratic Alliance of Montenegro, DAM)이 알바니아인의 지위에 관한 비망록을 발간했다. 몇몇 알바니아 지도자가 몬테네그로의 잠재적인 민족주의에 대한 두려움을 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알바니아인은 세르비아의 준군사조직의 활동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컸으며 급진파의 표를 견제하기 위해 1992년 12월 공화국 및 지역 선거에 의도적으로 참여했다. 두 번째 다당제 선거에서 DPS는 몬테네그로 민족의회에서 45석을 차지했다. 블라토비치는 몬테네그로 대통령에 재선되었다. 그리고 몬테네그로의 전 수상이자 DPS 멤버인 콘티치(Radoje Kontic)가 파니치의 뒤를 이어 신유고 수상에 임명되었다. 세르비아 대통령 선거에서의 파니치의 패배와 쵸시치(Dobrica Cosic)의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직
하야에 대한 압력 증대 그리고 세르비아 투표에서의 급진당의 성공으로 포드고리챠는 베오그라드로부터의 탄압이 더욱 가중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 때문에 몬테네그로 야당과의 보다 확고한 공조체제가 형성되었다. 1993년 4월에는 신정부가 수립되었다. 유고슬라비아
대통령 쵸시치가 축출되고 세르비아 시민군에 대한 서방의 군사 개입 위협도 사라졌으며 블라코비치가 지지를 선언한 보스니아에서의
「벤스-오웬안」도 무산되자 포드고리챠는 밀로세비치에 대한 입장을 완화해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993년 6월 세르비아의
사회당 총서기 미니치(Milomir Minic)가 밝힌 몬테네그로의 DPS와의 합병을 위한 회담도 결국 DPS의 독립적 입자를
약화시키고 몬테네그로의 정치 엘리트들간의 알력의 씨앗을 배태시키며 몬테네그로의 공화국 위상을 저해할 수 있는 새로운 범세르비아연방
형성을 준비하기 위해 시도된 것으로 나타났다.18)
5. 결 론
페레스트로이카 이전까지만 해도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1980년의 코소보 사태를 제외하고는 민족분규의 공개적인 표출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민족문제가 거의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페레스트로이카 이후에 폭발된 민족분규는 구사회질서의 심각한 체제위기로부터 촉발되기 시작했고 이러한 체제위기는 바로 민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 시행된 연방제도와 민족정책의 문제점을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즉, 지배민족과 소수민족의 민족적 이해관계에 따라 그 목적을 달리하였던 연방제도는 실제로는 중앙집권적으로 운영되는 과정 속에서 지배민족의 이해관계가 관철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다민족국가에서의 민족정책은 통합 또는 동화의 정책으로 시도되었다. 다민족국가 내의 민족을 하나의 새로운 초월적 정체성으로 통합, 동화시킴으로써 국가 내에서의 민족적 차이점들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유고슬라비아에서도 유고슬라비아니즘 창출로 구체화되었고 이 이념 속에는 세르비아민족의 패권적 지배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중 대량학살의 경험은 유고처럼 민족간의 긴장이 존재하는 곳에서의 민족정체성에 대한 억압이란 단기적으로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함을 보여주었다. 결국 이는 사회주의 붕괴의 빈 자리에서 또 한차례의 복수를 재현함으로써 아무리 유고 민족에 대한 캠페인이 강하다 할지라도 각 인종적 민족주의의 민족 정체성을 해체시키지는 못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유고의 민족갈등은 세르비아의 지배와 이에 맞선 타민족의 반발이라는 구도로 이어져 왔다. 이미 이러한 민족문제는 전쟁 전부터 유고를 분열시켜 놓았다. 독일, 이탈리아와의 싸움이라는 더 큰 전쟁에 가려졌으나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인들은 민족주의 때문에 내전을 치렀다. 사회주의 체제 수립 이후에도 티토 생존시에는 어느 정도 억제되었으나 끊임없이 공산정권을 곤혹스럽게 하였고 티토 사망으로 연방을 묶어주었던 상징적 통합기제가 사라져 버리자 곧 유고연방은 해체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결국 어떠한 이념과 제도로도 완벽하게 조형될 수 없는 유고슬라비아니즘이 각 인종적 민족주의로 대체되는 과정에 특히 세르비아의 대내 이민족 정책에 나타난 배타적 민족주의의 양상과 아직은 유고연방에 잔류하고 있는 몬테네그로의 대내 이민족 정책을 살펴보았다. 결국 유고슬라비아의 문제는 처음도 민족이었고, 끝도 민족이었던 셈이다. 유고연방 대통령이 된 코스튜니차는 연방의회에서도 소수당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몬테네그로사회당의 지지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고연방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르비아공화국에서는 아직도 밀로세비치의 최측근인 밀루티노비치가 대통령직을 맡고 있으며 의회도 밀로세비치 추종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연방에 잔류한 몬테네그로의 듀카노비치 대통령은 코스튜니차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다만 몬테네그로의 연방 탈퇴를 위한 협상 상대로만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가 화해를 시도할 만큼 구유고연방 구성 공화국 중 같은 민족으로서 형제간의 다툼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민족이지만 알바니아계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코소보 자치주는 여전히 독립을 꿈꾸고 있어 세르비아의 배타적 대내 이민족 정책의 과녁이 되고 있다. 결국 유고연방의 대내 이민족 정책이란 모자이크적 종족구성을 가진 지역에서 순수한 인종적 민족국가를
추구하는 에스닉 내셔널리즘의 발흥이 얼마나 극심한 인간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는 설령
학살·추방·인종청소를 통해 강압적인 인위적 단일 민족국가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미 보스니아 전과 코소보 전에서 보여진 바와 같이
그 한계가 명백히 존재함을 알게 하는 교훈이 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1) Benedict Anderson, Imagined Communities : Reflections on the Origins and Spread of Nationalism, (Verso, 1983) 참조. 2) Aleksa Djilas, The Contested Country, (Cambridge, Mass.: Harvard Univ. Press, 1991), p 187. 3) Carole Rogel, “Slovenia’s Independence : A Reversal of History”, Problems of Communism, Vol. 40, No. 4, (July-August, 1991), pp. 31-40. 4) Sabrina Petra Ramet & Ljubisa S. Adamovich(ed.), Beyond Yugoslavia-Politics, Economics & Culture in a Shattered Community, (Westview Press, 1995), pp. 13-33. 5) Janusz Bugajski, Ethnic Politics in Eastern Europe-A Guide to Nationality Policies, Organizations & Parties, (M. E. Sharpe, Armonk, N.Y., London, 1996), pp. 131-133. 6) Stephen White, Judy Batt, Paul G. Lewis(ed.), Developments in East European Politics, (MacMillan, 1993), p.144. 7) Pristina Domestic Service, July 2, 1990, Federal Broadcast Information Service, Daily Report : East Europe, FBIS-EEU-90-128, July 3, 1990. 8) 두 헌법을 둘러싼 상호 비난 내용은 Tanjug,(Belgrade, Sept. 20, 1990), 『FBIS-EEU-90-184』, (Sept. 21, 1990)에서 재인용, Blerim Reka and Emin Azemi, “Life Under Two Constitutions”, Flaka e Vellazerimit, (Skopje, Sept. 30, 1990), 『FBIS-EEU-90-196』, (Oct. 10, 1990)에서 재인용 참조 9) 이 헌법에 대한 세르비아의 공식 입장은 Prvoslav Ralic, Minority Rights in Serbia : Facts, Figures, Orientation 참조. 10) 코소보에서의 인권 침해 사건 일지는 The Crisis in Kosovo : Heading Towards an Open Conflict, (Pristina Branch of the Yugoslav Helsinki Committee, Pristina, Feb. 1991) ; Dismissals and Ethnic Cleansing in Kosovo, (Int’l Confederation of Free Trade Unions, Brussels, Oct., 1992) 참조. 11) Milan Andrejevich, “Kosovo : A Precarious Balance Between Stability and Civil War”, RFE/RL, Report on Eastern Europe, Vol. 2, no. 42, Oct. 18, 1991 참조. 12) Memorandum on the Self-Government of Hungarians in the Republic of Serbia, (Working Document of the General Assembly of the Democratic Community of Hungarians in Vojvodina, April 25, 1992) 13) 이에 관해서는 M. Antic & F. Hamidovic, “Muslim National Council of Sandzak Formed : Sandzak out of Serbia?”, Borba, (Belgrade, May 20, 1991) ; Memorandum on the Establishment of a Special Status for Sandzak, (Muslim National Council of Sandzak, Novi Pazar, June 1993) 참조. 14) Constitution of the Federal Republic of Yugoslavia, (Belgrade, 1992) 참조. 15) Branislav Radivojsa, “Law for Minority Communities Prepared : Anyone Can Be in a Minority”, Politika, (Belgrade, March 9, 1993) 참조. 16) Janusz Bugajski, op. cit., pp.141-148. 17) Dom Nike Ukguni, Demand for the Defence of the Rights of Albanians in Montenegro, (The Democratic Alliance of Montenegro to the Conference on Peace in Yugoslavia, Brussels, May 17, 1992). 18) Janusz Bugajski. op. cit., pp.171-178. <민족연구 제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