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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민족정책 강권찬/ 본원연구원 1. 스페인의 민족현황
1. 스페인의 민족구성 스페인은 작은 유럽대륙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영토(프랑스 다음)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피레네 산맥을 경계로 프랑스와 나뉘어지는 이베리아 반도의 맹주 스페인은 아프리카 대륙과 가장 가까이 머리를 맞대고 있으며 대서양에서 지중해로 들어오는 관문인 지브롤터 해협을 지키고 있다. 스페인의 이러한 지리적 여건은 다른 유럽국가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스페인만의 독특한 문화적 이질성을 갖도록 기여했는데 혹자는 유럽의 경계를 논함에 있어서 피레네 산맥 너머의 세계, 즉 스페인(그리고 포르투갈)을 제외시키기도 할 정도이다. 게다가 스페인은 그 지리적 여건과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한 나라안에 이질적인 다수의 에스닉그룹을 가진 유럽의 가장 대표적인 다민족국가이다.1)
<표1> 스페인의 민족구성
약 4,000만 인구의 97%가 로마 카톨릭인 압도적 구교국가 스페인은 스페니쉬(Spanish,
혹은 Castilla인)가 73%로 주종이고 카탈란(Cataluna인)이 8%, 그리고 바스크족이 2%로 인종적 구성을 하고
있다. 스페인의 주요민족은 스페니쉬이다. 스페인의 역사를 주도하여왔고 국민국가를 형성할 시기에서도 스페니쉬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머지 다른 민족들은 스페니쉬라는 중심민족에 무력으로 복속되는 형식으로 동화, 통합되었다. 하지만 카탈루나인과
바스크족은 명확한 지리적,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고 독특한 고유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스페니쉬 중심의 강제적인 동화정책에
반발해 왔다. 특히 수도 Madrid를 중심으로한 다수의 스페니쉬와 제2의 도시인 바르셀로나(Barcelona)를 중심으로한
카탈루냐인 사이의 갈등은 여전하며 바스크족의 분리주의는 테러주의로까지 치달으며 스페인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이
이외에도 포루투칼계, 아랍계, 북아프리카계, 그리고 남미계(스페인혼혈)등이 이민의 형태와 각종 식민지 정책으로 인해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존재해 왔으며 최근에는 아시아에서의 이민도 증가하였기 때문에 민족구성에 있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 외국인 현황 <표2> 출신별 외국인 현황(1994-1997) (단위/ 천명)
출처: OECD, Trends
in International Migration, 1999
80년대에 들어서면서 동유럽, 북아프리카, 아시아지역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대량으로 유입되고 유럽통합에 발맞추어 인구유동성이 더욱 증가하게 되었다. 기존에 소수민족이외에도 역사적으로 형성된 남미계 혼혈인들의 급격한 이민도 외국인 노동자의 이주형태로
진행된바 있다. 아랍계와 북아프리카계의 이민 및 이주도 대부분 외국인노동자라 할 수 있다. 실제, <표3>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전체 외국인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 그리고 그러한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제3세계에서 이주한 노동자가
대부분이라는 것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표3>국적별 외국인 현황(1985-1997) (단위 / 천명)
출처: OECD, Trends
in International Migration, 1999 외국인 현황중 유럽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수치는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니다. 더군다나 유럽국가 중 EU국가출신은 전체적으로 40%정도를 구성하고 있다. 최근에 스페인으로 이주하는 유럽출신의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유럽출신의 증가는 주로 동유럽 붕괴이후 이 지역의 노동자들의 대거이동을 의미한다. 특히 폴란드, 루마니아, 러시아, 불가리아, 보스아니아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프리카는 국적으로 분류해보면 말리, 나이지리아, 알제리, 모로코 등 역사적으로 스페인과 연관이 있거나 지리적으로 인접해있는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주로 유입된다. 97년에는 아프리카 출신이 전통적인 외국인 유입지 였던 남미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할 정도로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표3>에서 보듯 스페인의 외국인 유입은 특히 90년대 들어오면서 6-7여년 만에 2배가 넘게 증가하였다. 유럽국가나 미국에서의 유입은 거의 변동이 없지만 모로코, 페루, 중국, 필리핀,쿠바등 제 3세계 국가에서의 외국인 유입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모로코출신이 11만으로 영국(68,000), 독일(50,000)을 제치고 가장 많은 외국인 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스페인의 외국인 현황을 가장 단적으로 상징하는 것일 것이다.2) 남미의 경우에는 아르헨티나의 비율이 떨어지고 페루, 콜롬비아, 쿠바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특히 중국인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의 외국인 유입은 특히 90년대 들어서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을 반영하고 있다. 주로는 북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에서 대량의 외국인 노동자가 쏟아지고 있는데 자국인의 높은 실업률과 맞물리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더군다나 엄격한 이민법과 체류자격 심사를 적용하게 되면서 불법체류자가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출신지별 외국인 노동자를 살펴보면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분이 제3세계출신임을 확인할 수 있다.
스페인으로 이주하는 외국인노동자는 매우 다양한 지역에서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표4>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의 대략적인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표4> 출신지별 외국인 노동자 추이 (1994-1997) (단위/천명)
출처: OECD, Trends in International Migration, 1999. 비고: 유럽중 EU국가 출신은 제외 <표4>에 나타난 출신지별 외국인 노동자의 총합과 실제 전체 집계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1994년 출신지별 합계는 88,600명인데 전체는 121,8000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대부분 불법체류자를 의미한다. 90년대
중반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던 외국인 노동자추이는 97년을 접어들면서 체류자격이 재심사되고 유입을 억제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집행하면서
통계상으로는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그만큼 많은 수의 외국인 노동자가 불법체류자로
전락하였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만큼 스페인 당국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은 실패하였다고 볼 수 있다.
<표5> 국적별 외국인 노동자 현황(1988-1997) (단위 / 천명)
출처: OECD, Trends in International Migration, 1999
<표5>에서 보듯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되는 국적들은 대부분 과거 스페인과 연관이 있었던
나라들이다. 스페인의 식민통치를 경험했다던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에 해당한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는 1988년 까지만 하더라도
5만 8천명 정도로 미미하던 수준이 1997년 불과 10년이 지나지 않아 17만 6천 여명으로 급작스럽게 늘어났다. 외국인 노동자의
국적별 유입현황을 볼 때 두드러진 특징은 과거 식민지 경험과 언어적 민족적 동질성으로 인해 남미계의 유입이 두드러졌다면 최근의
양상은 북아프리카에서 주로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되며 남미에서도 콜롬비아, 에쿠아도르, 페루등 국적이 매우 다양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2. 스페인의 민족정책
1. 자치국가정책3) 복잡한 민족구성과 이들간의 대립은 스페인의 고질적이고도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고 이에 대한 스페인의 민족정책은 지방화를 중심으로 하는 자치국가정책으로 설명할 수 있다. 1931년 헌법은 시와 지방의 자치권을 선포하였고, 이들과 국가간의 권한의 분배를 확립하였다. 이 헌법에 의하여 1932년 카탈루냐 지방의 정관과 1930년대 내란이 한창일 때 바스코 지방의 정관이 승인되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방자치이지 연방국가의 형태는 아니었고 지방정관의 적용의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프랑코 정권의 수립으로 스페인으로 통합되었고 자치국가로의 헌법은 모두 폐기되었다. 프랑코가 사망하는 1970년대에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고 지방 자치권은 다시 인정되게 된다. 자치정부 구성에 대한 단일 형식은 없고 역사적 전통이 있는 주, 즉 카탈루냐, 바스코 그리고 갈리시아 등과 앞으로 자치정부를 구성할 나머지 주들과는 구별된다는 것이 그 내용에 있어 핵심이다. 다시 말해 스페니쉬라는 중심민족과 끊임없이 대립하여 왔던 각 민족들에게 이전의 중앙집권식의 강력한 동화정책을 포기하고 자치성을 고도로 부여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결속의 원칙과 자치정부 사이의 연방금지를 확립함으로써 정치의 지방분권화를 이루었으나, 자결권은 인정하지 않고 자치적 통치만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또 다른 특징으로 한다. 헌법은 국가와 자치정부의 권한분배를 확립하였다. 그렇게 국가가 독점적인 권한을 갖는 분야와 지방정부에 양도할 수 있는 분야를 정하고 있다. 권한의 분배는 큰 유연성을 갖는데, 그 결과 체제는 지역주의 국가 또는 연방국가에 가까운 형태가 되었다. 각 자치지방의 기간 조직은 비례대표제의 보통선거에서 선출된 입법의회에 바탕을 두고, 그 지방의 여러 지역을 대표하는 그 구성은 행정적인 권한을 지닌 지방 자치 정부 자치회 즉 집행 및 행정기능을 지닌 정부 내각과 의회에서 선출되어 국왕이 임명하는 수상으로 구성된다. 수상은 자치정부를 주도하고 자치단체를 대표하고 또 자치단체 내에서 국가를 대표한다. 또 최고 법원이 설치되어 대법원의 사법권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각 자치 단체의 영토 내에서 최고법원으로 기능한다.4) 다시 말해 스페인에 있어 민족정책의 가장 큰 핵심은 민족간 분쟁과 대립이 분리독립으로 발전하여 스페인이라는 국가 자체가 붕괴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 무력에 의한 방식이 78년 헌법을 통해 공존의 방식으로 대전환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때 연방국가가 아닌 자치제 - 형식에 있어서는 단일한 정부와 국가 하에 실제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연방적 성격-이긴 하지만 보통의 자치제와는 그 성격이 사뭇 다른 자치국가의 형태5)를 띠게 되었다. 스페인의 자치단체들은 카탈루냐, 바스코, 갈리시아 이외에도 발렌시아, 안달루시아, 엑스트레마두라,
가스티야, 레온, 아라곤 , 카나리아스 등이 있다. 이들은 복합적 지방체제이고, 단순한 지방체제로는 아스투리아스, 칸타브리아,
나바라, 무르시아, 마드리드 등이 있다.6) 그리고 스페인 영토의 새로운 조직에는 지리적, 역사적 개념이 존재하고, 따라서 일종의
국가와 자치단체의 중복된 행정이 같은 지역에 적용된다. 이 모든 것은 민족간 분쟁의 역사와 민족간 감정을 조절, 순화시키기 위한
법, 제도적 반영과 현대적 지방자치가 결합되면서 나타나게 되었다. 각 자치정부는 독립적인 교육, 보건, 경찰, 행정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다. 단적으로 언어의 경우에도 헌법에 의해 4개 언어가 공용어로 명시되어 있다.7) 통상 서반아어(Spanish)로 칭하는
언어는 카스티야어이며 브라질을 제외한 중남미 국가들의 공용어이기도 하다. 특히 카탈루냐어는 카탈루냐 지방의 독자적 문화 부흥을
위하여 사용을 적극 권장하여 거리의 푯말, 일상 언어, 관공서 공문 등에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스페인의 민족정책을 ‘자치국가정책’이라
표현한 것은 상당한 적실성을 획득한다. 지방자치보다는 더 높은 자치- 즉 지리적 역사적, 경험이 내재되어 있는- 그리고 벨기에
등의 연방국가보다는 자치의 수준은 낮다고 볼 수 있다.
2. 외국인 노동자 정책 소수민족문제와 더불어 스페인의 민족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의 급격한 이주로 인한 문제들이다. 더군다나 북아프리카나 아랍계, 그리고 남미계 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은 스페인의 식민지 통치를 경험한 바 가 있었던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었던 국가들이기 때문에 단순한 외국인 노동자, 또는 불법 체류자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문제가 깊이 개입되어 있다. <표5>에서 보듯 주로는 북아프리카, 남미, 아시아등지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90년대 들어오면서 갑작스럽게 밀려들기 시작한다. 복잡한 역사적 과정 때문에 이민에 대해 - 특히 과거 식민지국가로부터의 역이민- 관대하던 스페인 정부는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지고 실업율이 증가하면서 보다 엄격한 외국인노동자 정책을 구가하게 된다. 스페인 의회가 1996년에 통과시킨 개정 이민법으로 인해 구비서류가 없는 스페인 거주 이민자들은
즉각적으로 추방되었다. 조정 과정에서 바르셀로나 한 지역에서만 무려 34000개의 청원서가 탈락되기도 하였다. 불법체류 노동자로
전락한 수만의 노동자들이 단식, 도로점거등 극단적인 시위를 벌였고 좌익정당 지도자들과 비정부 기구 대표자들도 시위에 합류, 불법이민자들의
거주 허가 탄원서를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1997년의 통계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규모가 감소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표상의 문제이고 실상은 수만의 외국인들이 불법체류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던 것이 문제이다. 이로 인한 사회의 갈등양상은
정치적 대립마저도 낳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의 유입을 억제하겠다는 발상은 결국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스페인의 민족문제: 바스크 분리주의를 중심으로
스페인은 중심민족과 유력한 소수민족간의 분쟁으로 점철되어 왔다. 민족간 문화적 이질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며 국민성의 차이마저 보여준다. 이러한 분쟁과 대립은 수세기 동안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그 뿌리가 상당히 깊다. 고대, 중세시기의 서로 다른 왕국과의 합병, 대제국과 소왕국 등의 분열과 재통합의 역사를 반복하더니 근대 국민국가로의 통합시기에는 곳곳에서 분리독립 운동이 일어나고 중심민족에 의한 소수민족에의 대대적 탄압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스페니쉬와 카탈루냐인의 전통적인 대립은 말할 것도 없고 바스크 분리주의자의 반복되는 테러8)는 에스닉 그룹간 대립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족간 대립과 격렬한 무장투쟁의 양상은 세계에서 가장 민족분쟁이 격렬한 국가로 스페인을 꼽을 만큼 스페인에게 있어 민족문제는 국가적인 난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대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페인의 역사를 살펴보아야 한다. 스페인의 역사는 수많은 민족의 이동과 침입을 통해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복잡한 역사적 배경이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B.C. 11세기경부터 페니키아인들이 스페인 남부의 Cadiz와 Sevilla에 상업기지를 만들었으며, B.C. 6세기경에는 카르타고인들이, B.C. 2세기경에는 로마인들이 스페인으로 침입해 들어왔다. 5세기 중엽에는 게르만족의 대이동으로 내려온 서고트인들이 왕국을 세웠고, 그 후 711년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침입한 이슬람인들에 의해 서고트 왕국이 무너진다. 800년 가까운 이슬람 지배의 고리를 끊은 것은 1492년 이사벨과 페르난도 부부왕이 이슬람 최후의 근거지인 Granada를 함락시키면서부터이다. 이렇게 볼 때 다른 여타의 유럽나라보다도 훨씬 늦게 스페인의 역사적 출발은 거의 르네상스시기에 와서야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스페인영토를 장악한 국가의 형태가 비로소 이때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16세기에 무적함대를 이끌며 남부유럽, 북아프리카, 중남미, 필리핀등 세계적인 제국을 건설하기도 하였지만 영국, 프랑스등에 주도권을 빼앗겨 이베리아반도 내로 영토는 계속 축소되었다. 19세기 초반부터는 중반까지 왕권의 약화와 강화를 반복하면서 움트기 시작한 자유주의자들과 왕권 보수파들과의 내란이 거듭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유럽적인 제국국가, 즉 황가를 중심으로 통치되던 시절에서 보다 근대적인, 다시 말해 근대민족국가를 이베리아반도내에 스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재설정하는 시기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형성의 과정은 고대 중세와 마찬가지로 전쟁과 내전, 우세한 민족의 열세민족에 대한 정복과 복속등으로 점철되어졌다. 20세기 들어오면서 각 지방의 민족들이 자치와 독립을 향한 깃발을 들기도 하였지만 이것 역시 현재의 스페인 주류세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게 된다. 1930년대 공화파가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공화국이 성립되자마자 각 민족간의 자치와 독립에 대한 열망이 표출되기 시작하였다. 1934년 카탈루냐 주가 자치를 선언하였으며, 아스투리아(Asturia) 지방이 우파 정권에 대항하는 반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반란에 이어 군부를 중심으로 한 무자비한 진압이 뒤따랐으며 정치적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그리고 곧이어 1936년 7월 북아프리카에 근무하던 프랑코(Franco) 장군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공화국 정부를 공격하면서 4년 동안의 피비린내 나는 시민 전쟁이 발발하였다. 파시스트의 국제지원을 받았던 프랑코 장군은 지방의 분리독립을 무력으로 진압하였고 독일의 나치정권은 바스크족 지역인 게르니카 지역을 폭격하면서 인종청소를 자행하기도 하였다. 결국 1939년 4월 마드리드의 최종 함락으로 프랑코 군이 승리하였고 민족간의 분쟁은 폭압적으로 정리되었다.9) 이러한 내전과정에서 소수민족들의 희생은 현재까지도 깊이 각인되어 있고 유혈충돌이 계속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배경이 되고 있다. 프랑코는 37년 동안 독재를 지속하였고 1979년에 와서 후안 카를로스가 국왕으로 즉위하면서 프랑코 독재는 종식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비로소 카탈루냐, 바스크, 갈리시아의 자치제가 제정 승인되었다. 자치제를 인정하고 17개주가 독립적인 입법부를 설치함으로써 중심민족에 의한 일방적인 지배를 종식하기는 하였지만 민족간 융합과 공존은 쉽게 달성되지 않았다. 특히 바스크족 분리주의는 스페인과의 무력투쟁을 재개하면서 테러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바스크족은 프랑스와 스페인을 가르는 피레네 산맥을 중심으로 양국 국경에 걸쳐 분포한다. 바스크족의 총인구는 스페인 4개주에 2백만명, 프랑스 3개주에 35만명 정도로 알려졌다. 이 민족은 스페인 내전 때 공화파를 지지했던 탓에 파시스트 정권인 프랑코에 의해 무차별 학살을 당하고 스페인에 강제 통합됐다. 75년 프랑코 죽고 난 후 79년부터 자치권을 부여받았지만 ‘바스크 조국과 독립’을 중심으로 하는 바스크민족 분리주의자들은 완전 독립을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Euskal Herria’(바스크 공화국)는 정치적으로 프랑스와 스페인사이에서 모두 7개의 주로 나누어져 있는데 Iparraldea 혹은 Northern Basque Country(북바스크)라고 불리는 3개의 주는 프랑스의 통치에 있고, Hegoaldea 혹은 Southern Basque Country(남바스크)라고 불리는 나머지 4개의 주는 스페인의 지배를 받고 있다. 1901년에 Sabino Arana라는 바스크 국민당(Basque Nationalist Party)의 창시자가 7개의 바스크 주로 구성된 가식적인 바스크 연합국을 가리키기 위해 Euzkadi (Euskadi)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Basque Fatherland and Liberty(a.k.a Euzkadi Ta Askatasuna, ETA)는 1959년 스페인의 바스크지역의 독립을 목표로 창설되었다. ETA는 1960년대 초 치명적인 테러공격을 시작하면서부터 8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으며 최근 1997년에는 13명의 스페인 고위공직자들의 암살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페인 정부와의 30년 무장 투쟁을 마감하고 98년 9월 휴전을 선언하기도 했었으나 최근 다시 투쟁을 선언하면서 잇단 테러를 가하고 있어 스페인 전 사회의 지탄이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종종 IRA에 비견되는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라는 무장 독립 단체는 휴접협정을 깨고 요인암살과 잇단 테러를 통해 스페인을 민족분쟁이 가장 격심한 국가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바스크인들은 20년 동안 지방분권제도 아래 매우 높은 수준의 지방자치를 누려왔다. 자치의회와 세금 징수권은 물론 국비로 운영되는 바스크어 학교까지 있다. 그러나 ETA의 목표는 단 한 가지, 스페인으로부터의 완전 독립뿐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바스크 민족 특유의 민족적 자부심과 고집이 한 몫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언어적 민족적 배경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쉽게 문화적으로 공유할 수 있거나 동화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과거 학살이라는 역사적 울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자치의 수준으로 만족하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10) 비타협적이기는 스페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ETA가 휴전을 선언했을 때 스페인 정부는‘책략성 휴전’이라고 폄하할 정도로 양민족간의 서로에 대한 신뢰도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바스크는 북아일랜드 사태와는 달리 세계의 관심을 끌지도, 막강한 중재자를 끌어들이지도 못한다.
대다수 국가가 바스크 독립투쟁을 단순한 스페인 내정문제로 간주하기 때문에 평화협상을 추진해줄 강대국도 없다. 투쟁 자체가 뚜렷한
종교나 문화적 전통의 색채를 띠고 있지도 않다. 독립에 대한 의견은 자기네들끼리도 제 각각이며, 해외 교민들도 편들기에 관심이
없다. 이러한 양상은 스페인의 소수민족문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4. 맺음말
스페인은 유럽국가중 민족간 대립이 가장 심한 곳이다. 영국과 더불어 민족간 대립이 무장투쟁의 양상을 빚고 있기에- 영국과 아일랜드는 휴전협정과 평화협상을 벌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격렬한 민족분쟁이 벌이지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의 각 민족의 대립은 일반적인 시민의식에서 뿌리깊게 형성되어 왔다. 서로에 대한 배타적 의식이 싹튼지는 오래다. 실제 한 국가와 한 국가의 국민이라는 의식은 매우 빈곤하다. 단지 과거시기에는 중심민족의 강력한 무력에 의해 진압되어 왔고 민주화이후에는 자치정부하에서의 경제적 번영이 분리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기 때문에 한 국가를 유지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자치정부의 수준이 다른 연방국가처럼 그리 높지는 않다. 특히 벨기에와 비교해 본다면 그 차별성은 더욱 눈에 띤다. 벨기에는 민족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고 모범생이라 한다면 스페인은 열등생에 해당할 것이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바스크 분리주의 문제는 스페인의 최대 난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통합시기 다른 유럽제 국가에 비해 낙후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안정된 투자환경은 스페인에게 매우 절실한 과제이다. 하지만 관광객에게까지 테러를 가하는 바스크 분리주의자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가경쟁력에 대한 심각한 훼손을 동반할 수 밖에 없다. 현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떠한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뚜렷한 해결책도 없다. 극단적
테러를 봉쇄하고 더 많은 자치를 통해 달랠 수밖에 없는 것이 스페인 정부의 고민이다. 스페인의 역사는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과
중심민족에 의한 강력한 동화정책으로 일관하였다. 그러한 역사적 과정이 타협과 공존의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다민족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한지 20년정도의 시일이 흘렀을 뿐이다.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책을
입안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공존의 문화가 정책이 시행되는 순간 형성된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발상에 불과하다. 스페인에게는 이제
새로운 실험에 대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1) http://www.mofat.go.kr/web_mission/spain , 검색일: 2001. 1. 18. 2) OECD, Trends in International Migration, 1999, p. 283. 3) 자치국가정책이라는 개념은 명시적인 언술은 아니다. 이글에서 필자가 스페인의 민족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쓴 개념일 뿐이다. 4) http://www.mofat.go.kr/web_mission/belgium , 검색일: 2001. 1. 22. 5) http://www.state.gov/www/background_notes/spain.html 검색일: 2. 22. 6) http://www.mofat.go.kr/web_mission/belgium , 검색일: 2001. 1. 22. 7) 4개 공용어는, 첫째 카스티야어(Castellano)로 스페인 중부 지방인 마드리드, 카스틸야 라 만챠, 카스틸야 레온, 엑스트레마두라, 아라곤 등 7개 주, 남부 지방인 세빌야, 무르시아 주 그리고 동부 지방인 발렌시아 주의 대부분에서 사용한다. 둘째, 카탈루냐어는 스페인 북동부인 카탈루냐 주, 피레네 산맥에 위치한 독립 소국인 안도라(Andorra), 발레아스 제도, 발렌시아 주의 일부에서 사용한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에 면한 스페인 접경 지역도 마찬가지로 카탈루냐어를 사용하는 지역인데, 이는 역사적으로 동일한 아라곤 왕국에 속했기 때문이다. 셋째, 갈리시아어(Gallego)는 북서부에 있는 갈리시아 주에서 사용되며 포르투갈어와 매우 유사하다. 마지막으로는 바스크어(Vasco)가 있다. 바스크어를 제외한 3개 언어는 라틴어를 모체로 한 로망스 언어에 속하며 바스크어는 인접 지역의 언어와는 완전히 다른 `언어의 섬’을 형성한다. 8) 『중앙일보』 2. 23 일자. 9) http://www.state.gov/www/background_notes/belgium.html, 검색일: 2. 19. 10) 『중앙일보』 2. 23 일자. <민족연구 제6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