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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민족정책과 현황 강권찬 / 본원 연구원
1. 벨기에의 민족현황
1. 벨기에의 민족현황 <표1> 벨기에의 민족구성
벨기에의 민족은 다른 여타의 복수민족국가와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그것은 두 개의 주요 에스닉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 에스닉 집단은 인종적 특질은 물론 언어도 확연히 구별된다. 전체 인구는 약 1,019만명(1997년 기준)인데 라틴계 왈롱인과 게르만계 플라만인 2개의 인종이 주요 민족으로 형성되어 있다. 비율로 보면 왈롱인이 약42%, 플라만인 57%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왈롱인은 벨기에의 남쪽 지방인 왈롱지방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의 행정구역으로는 에오, 나므르, 리에게, 룩셈부르크의 각주와 브라만주의 남쪽 지방에 걸쳐 있다.1) 한편 플라만인은 벨기에의 북쪽 지방과 동서의 프랜달, 앙뜨베르펜, 링르크 각주와 브라만주의 북쪽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2) 1932년 언어법에 의해 양 민족은 언어 경계선을 기준으로 2개의 대립체 로 나뉘어졌다. 언어로 볼때는 네덜란드의 방언의 일종인 플라만어를 585만명(57.5%)이 사용하고 불어계인 왈롱어는 330만명(32.5%)정도가 사용한다. 다른 한편, 소수로 독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있으며 7만명(0.7%)이다. 특이한 것은 수도 브뤼셀을 중심으로 플라만어와 왈롱어 둘다를 사용하는 주민이 약 95만명(9.3%)가 형성되어 있다.3) 국민의 11%정도가 양방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알며 대부분의 네덜란드어계 사람들도 프랑스어를 최소한 이해하는 정도이다. 한편 벨기에의 많은 사람들이 영어의 기초지식을 지니고 있어 영어를 사용하더라도 큰 불편을 겪거나 하는 일은 없다. 다시 말해 민족적 분할선이 뚜렷하고 또 이것이 언어적인 분할과도 교차하지만 비슷한 역량을 가진 두 개의 에스닉 집단이 벨기에라는 하나의 나라를 공동운영한다는 정신에 입각하여 공존의 문화와 생활양식이 일찍이 발달해 왔기 때문에 극단적인 갈등이 표면화되어 있지는 않다. 이러한 공존의 문화와 질서는 정치제도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지방자치가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한 연방국가이기 때문에 지역별 자치단체(Region)는 주로 경제·사회·환경·복지· 교통 등의 지역문제에 관한 권한을 가지며 언어공동체(Community)도 존재하여 이를 통해 교육, 문화, 언어 등 인적문제에 관한 독자적인 정책을 수립, 집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방, 외교이외에는 독자적인 국가라고 불려도 지장이 없을 정도인 두 개의 주요 자치집단인 왈롱지방과 플라만 지방의 특징을 좀 더 살펴보자. 왈롱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과거에는 왈롱어라고 불리우는 라틴계 언어였지만 역사적인 경위로부터 자체적으로 프랑스어로 변해가면서 18-19세기 초 프랑스의 통치하에 있을 때 양 언어의 차이는 거의 없어지게 되었다. 때문에 현재 왈롱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프랑스어의 방언수준이고 순수한 왈롱어는 거의 사용 되지 않고 있다. 플라만인들이 사용해 왔던 플라만어는 계르만계의 언어이다. 원래 네덜란드어와는 전혀 틀린 언어였지만 1814년부터 시작된 네덜란드 통치 시대에 네덜란드 어와 합쳐지기 시작하면서 네덜란드 어로 흡수된 것이다. 현재 일상생활이 대화를 할 때 사용하는 플라만어는 네덜란드 표준말과 약간의 차이가 있는 방언이지만 전혀 불편이 없이 통용되고 있다. 한편 이 지방 사람들은 영어도 수준 있게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며 불어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네덜란드와 플란더스는 언어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정치적·문화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네덜란드라는 단어는 낮은 나라(Nederlanden：Low countries)라는 의미와 함께 원래 두 지역을 함께 부르던 명칭이었다. 도시 중심의 주 개념으로 발달해 온 이 지역은 1831년 벨기에가 독립해 나오기까지 역사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의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1815-1830년까지의 짧은 기간 동안 연합 네덜란드 왕국으로 정치적 연대를 이루었고 그 이전의 카를 5세(Karel V)의 통치 기간에도 통합 왕국에 함께 속해 있기도 하였다. 다시 말해 플란더스지방은 주로 네덜란드계라고 할 수 있고 왈롱인은 프랑스의 영향을 주로 받았다.
19세기 후반에 와서야 하나의 나라로 통합된 두 민족간이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수반할 수 밖에 없었다.
2. 벨기에의 외국인 현황 <표2> 연도별 외국인 현황(1994-1997) (단위/ 천명)
출처: OECD,
Trends in International Migration, 1999
<표2>에서 보듯 벨기에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대략 90만명선이다. 해마다 거의 편차가 없다는 것은 안정적인 거주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안정적인 거주의 양상을 보여주는 것은 영주권의 형태로 안정적으로 거주해 왔던 사람들이 상당히 존재한다는 의미와 함께 벨기에에 상주하는 외국인─주로 외교관, 비즈니스업무관련자─소속 단체와 기관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국적별 외국인 현황을 보아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표3>에서 보듯 국적별 외국인에서 보면 인접한 EU국가에서의 외국인현황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고 네덜란드로부터 보다 나은 경제적 상황과 노동여건으로 많은 이주가 이루어져왔음을 알 수 있다. 최근 80년대 중후반 이후 밀려오는 제3세계로부터의 외국인노동자들은 주로 모로코와 터키, 자이레(콩고), 알제리순으로 나타나고 있다.4) 특징적인 것은 이들 국가에서 90년대 후반에 와서 조금씩 이주가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는 90년대 후반에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억제정책이 어느정도는 이루어져왔음을 보여준다. <표4>에서 보면 90만 정도에 달하는 외국인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그 1/3에 해당하는 30만선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노동자보다 기업가, 외교관등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세도 90년대 후반 이래 그리 큰 특징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표3>국적별 외국인 현황(1985-1997) (단위 / 천명)
출처: OECD, Trends
in International Migration, 1999
<표4> 국적별 외국인 노동자 현황(1995-1997) (단위 / 천명)
출처: OECD, Trends
in International Migration, 1999
2. 벨기에의 민족정책
1. 연방국가정책5) 벨기에는 1831년 독립당시 제헌 헌법에 의한 중앙집권식 제도를 채택하였으나 양대 언어권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1970년부터 언어권을 기준으로 지역을 나눈 연방제를 목표로 국가개혁을 추진, 1993년 헌법개정에서 연방제 국가가 되었다. 중앙정부 밑에 4종류가 있으며, 각 지방정부는 행정부 및 입법부(Council)를 두고 있다. 지역별자치단체는 불어권인 왈롱지역(Walloon Region)과 네덜란드어권인 플랑드르지역(Flemish Region)그리고 이중언어권인 브뤼셀지역(Brussels Region)으로 나뉜다. 언어공동체(Community)는 불어권 공동체(Fre-nch Community), 네덜란드어권 공동체(Flemish Community), 독일어권 공동체(German Commu-nity)가 존재한다. 주(Province)는 지방정부 하위단위가 되었다. 9개의 주가 존재하는데 네덜란드어 지역이 4, 불어 지역이 4, 브랏셀 지역이 1가 된다.6) 지역별 자치단체(Region)는 주로 경제·사회·환경·복지·교통 등의 지역문제에 관한 권한을 가진다. 언어공동체(Community)는 교육, 문화, 언어 등 인적문제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주(Province)는 자치정부(Region)이 생긴 이후 중요성이 크게 감소되었다. 2차대전 종전 후 벨기에가 당면한 최대과제는 네덜란드어계와 불어계 양대 언어권간의 고질적 갈등을 조정하고 이들 양자 간의정치·사회적 균형을 가져다줄 국가개혁을 이루는 것이 최대 현안이었다. 정치권은 국내 좌·우파의 대립과 언어권의 갈등에서 비교적 중도적 입장을 취해온 기독사회당이 중심이 되어 사회당·자유당이 연합하는 연립정부가 전후 정국을 주도해 오게 된다. 이들 연립정부는 비교적 단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및 외교 정책에서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분권화를 위한 정치권의 협상을 꾸준히 추진하여, 마침내 1993 헌법개정에 의해 벨기에를 연방국가로 변혁시키게 되었다.7) 민족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겠지만─실제 완전한 해소는 불가능한 문제일 수 도 있다─적어도 갈등을 조절하는 제도적 기반을 성공적으로 마련하였고 공존의 문화를 정치적, 법적 테두리로 성공적으로 갈무리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공존의 다민족문화가 창출된 것은 아니다. 국가수립이래 지속적인 양보와 타협, 그리고 갈등과 투쟁의 양상은 반복되어졌다. 벨기에 국내정치를 지배해 온 양대 언어권의 갈등은 독립이래 동등한 언어교육, 문화행정을 요구하는 네덜란드어계 플란더스지역의 단합된 투쟁이 평등한 언어정책을 반대하는 왈롱지역의 반대를 무릎 쓰고 1910년 카톨릭계통의 학교에 플레미쉬를 불어와 함께 공식 교육언어로 채택하는 법안을 쟁취하면서 표출되기 시작하였다. 이때만 해도 민족간 언어권간 갈등은 타협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세계사를 통틀어보더라도 이는 분리,독립의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주도 에스닉에 의한 소수에스닉에 대한 탄압과 배제로 나아가는 것이 정설이라 할 수 있었다. 특히 2차 대전직후 이른바 전후 질서가 등장하면서 양대 민족간의 갈등은 보다 심각한 양상을 동반하였다. 전후 지역분열을 가열시킨 사건으로 소위 “국왕 문제(Question Royale)를 들 수 있다. 2차 대전중 국왕 레오폴드Ⅲ세는 내각과 사전 상의 없이 벨기에 군대를 독일에 투항토록 지시했고, 각료와 함께 런던망명정부에 귀속을 거부하고, 히틀러와 함께 벨기에 장래에 관해 비밀협상을 벌인데 대해 국내에서 문제시되었으며, 특히 전쟁중 독일에 대해 격렬한 저항을 벌린 왈릉지역에서 국왕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었다. 종전후 벨기에 국회는 레오폴드Ⅲ세의 귀국을 거부하고 왕제인 Charles공을 섭정자로 지정하게 된다. 그러나 1950년 국민투표에서 섭정이 종료되고 국왕의 귀국이 결정되자 1950년 왈롱지역에서 국왕의 귀국에 반대하는 대규모 폭동이 발발하기에 이른다. 국왕은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퇴위를 발표하였고 1951년 장남인 Baudouin 국왕이 즉위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전체인구에서 소수파인 불어계 왈롱지역이 폭동을 통해 국민투표의 결정을 무효한 사건으로 기록되어, 다수파인 플란더스계 주민의 단결을 가속화시킨 계기가 되었다. 양민족간의 대결양상은 보다 격렬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정치권에도 그대로 반영될 수 밖에 없었다. 언어권에 따른 지역대립은 양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우파지역당의출현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1954년 플란더스 지역에 연방주의를 지향하는 보수민족당(Volksunie)이 탄생하였고, 이에 대항하여 1965년 브뤼셀지역을 중심으로 자유민주 불어계당(FDF)이 창당되어, 1960년대 이래 중도파 기독사회당에 맞서는 지역을 대변하는 야당으로 세력을 굳히게 된다.8) 이러한 지방당의 출현에 동조하여 기존의 정당들도 언어권에 따른 분열을 시도하였는 바, 그때까지만 해도 하나의 정당으로 간주되어온 기독사회당이 1968년 플레미쉬 기독민주당(CVP), 불어계 기독사회당(PSC)으로 양분되었고, 사회당은 1978년 플레미쉬 사회당(SP)과 불어계 사회당(PS)으로, 자유당은 플레미쉬 자유당(VLP)와 불어계 자유당(PRL)으로 양분되었다. 한 국가내에 하나의 이념을 대변하는 정당이 하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곧 언어와 민족에 따라- 복수의 정당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민족적 갈등의 정치적 표출이라는 한 측면에도 불구하고 갈등의 정치적 제도화와 이를 통한 공존의 정치질서를 구축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요소도 갖고 있었다고 평가해 볼 수 있다. 위기가 곧 기회이듯이 정치권은 양대 민족의 새로운 통합과 공존을 위한 정치질서의 개혁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은 지역 감정으로 인한 국가분열의 확대를 막는 돌파구로서 국가개혁에 착수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1970년대 들어 분권화를 통한 국가개혁 작업은 급속히 추진되었으며, 1980년 플란더스 및 왈릉지역에 각각 “언어공동체 (Community)”와”지역자치단체(Region)”가 창설되고, 이들 단체에 각기 독립된 정부와 의회가 설치되기에 이른다. 이와 함께 정부는 중앙·지방 간의 권력배분을 적극 도모하게 되었다. 언어, 교육, 문화정책을 지방단체에 대폭 이양하였고, 주요 사회·경제정책면에서도 권한 이양이 이루어졌다. 또한 1989년 브뤼셀지역의 소수파인 플레미쉬계 주민의 권리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브뤼셀 지역을 중립언어지역으로 법제화하게 된다. 1992년 출범함 Dehaene 수상의 연립정부는 분권화 후속조치로서 언어권간의 정치대화를 성공적으로 유도(Saint Michel 협상)하였고 93.4월 대폭적인 헌법 개정을 통해 벨기에를 연방국가로 변혁시키게 된다. 70년대 이래 꾸준히 발전해온 지방분권화의 제도화가 완전히 정착하고 완성되는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으며 세계역사상 유래가 없는 양 민족간의 연방정부가 수립된 것이다. 연방정부안은 양 민족간의 정치적 타협을 완벽히 제도화하고 있다. 입법권은 의회와 왕이 모두 가지고 있으며 연방의회는 양원제이다. 하원 212석 가운데 124석이
네덜란드어권, 88석이 프랑스어권에게 주어진다. 상원 184석 가운데 105석이 네덜란드어권, 78석 프랑스어권, 1석은 중립이다.
정해진 의속수는 양민족간의 인구비례수에 의한 것이다. 내각은 수상과 장관들로 구성되며 수상은 국무 회의의 의장, 왕이 참석하는
장관 회의의 위원장을 겸직한다. 수상과 외무장관을 제외한 다른 장관들은 각 언어권에서 동등한 비율로 선출되어야 한다. 중앙 정부는
국제적으로 단일 체제이어야만 할 경우의 대외 정책과 화폐, 사회 보장 제도, 농업, 법 제도만 관여하고 나머지 지역 경제, 환경,
주택, 상수도, 에너지, 고용, 공공 사업, 운송 등은 각 지방정부가 관할하게 된다. 2. 브뤼셀중심의 통합정책 양 민족이 지역중심의 사실상의 ‘국가’형태로 독자적인 정부와 의회, 그리고 독자적인 정부정책을 수립할 수 있지만 그것이 분리의 형태로 나아가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벨기에의 높은 경제발전의 수준과 벨기에인 이전에 유럽인이라는 국제주의적 면모를 동시에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유럽통합의 기운과 더불어 벨기에가 유럽통합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이에 따른 새로운 경제발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라는 것이다. 또한 플란더스 지역과 왈롱 지역은 다른 민족국가에서 보여주던 양상과는 달리- 특히 이탈리아의 예를 들 수 있다. - 경제편차가 그리 심하지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양 지역의 경제구조가 서로를 보족하는 형태로 발전시켜왔다라는 것이다. 즉, 양 지역이 분리, 독립하였을 경우 경제적 손해는 물론이거니와 유럽적 통합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는 사고가 팽배하다 할 수 있다. 이것이 경제적으로는 조금더 발전한 플란더스 지역에서 사회보장을 위한 세금이 왈롱 지역으로 흘러 들어가더라도 이를 감내할 수 있다는 인식의 밑바탕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플란더스는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지역 경제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나라 전체의 수출 가운데 대부분이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구조 재조정 및 첨단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중앙 정부는 최근 플란더스 지방 정부도 국제 조약에 가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독자적인 외교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런 권한은 한편으로는 연방정신의 적극적 구현이거니와 벨기에의 유럽통합에 대한 역할에 있어 플란더스지역의 독자적인 계획을 보다 활기차게 수행할 것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왈롱지역은 지하자원이 매우 풍부하다. 철과 석탄의 매장량이 풍부한 왈로니아는 중세기 이래 산업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으며 유럽 대륙에서 산업 혁명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은 지역이기도 하다. 왈로니아 경제의 추진력은 중공업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플란더스지역과 왈롱지역을 하나로 이어주는 것은 무엇보다 브뤼셀이라는 중간지대이다. 다시말해 벨기에의 경제발전의 핵심이자 국제주의적 사고의 중심을 이루면서 양민족의 통합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브뤼셀이라는 것이다. 브뤼셀을 중심으로하는 통합정책을 벨기에 민족정책에 있어 연방국가정책과 함께 가장 중요하게 취급받아야 할 것이다. 브뤼셀은 유럽의 수도이자 벨기에의 수도, 플란더스, 왈로니아의 수도이다. 이 곳의 모든 게시물 및 행정 관청의 서류, 심지어는 영화 포스터까지도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 두 개씩 되어 있다. 아이스크림 행상도 3개 국어는 거뜬히 하는 도시가 바로 브뤼셀이다. 이 곳을 중심으로 반경 400km 이내에 수천만 명이 밀집되어 세계 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쾰른,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등이 여기에 속하며 거리는 모두 두 시간 이내이다.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해저 터널 통과 철도가 하나는 파리로, 또 하나는 브뤼셀로 이어진다. 따라서 브뤼셀지역은 곧 양 지역의 통합과 유럽통합의 중심도시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브뤼셀지역을 중심으로하는 국제주의적 정책, 민족통합적 정책은 외국인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무엇보다 브뤼셀에 EU, NATO(북대서양 조약 기구) 등의 본부가 위치하고 있는 것에 힘입어 이 곳의 경제 발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 및 민간 차원의 국제 기구 1000여 개가 밀집되어 있어 국제 회합의 중심지 및 금융 시장으로서 각각 세계 4위와 7위를 차지하고 있다. 제2의 국제 회의 도시라는 명성에 맞게 브뤼셀 시내 250여 개 호텔에서는 각각 한꺼번에 1만 명씩 수용할 수 있는 국제 회의장 시설을 완비하고 있으며 특히 금융 방면은 유럽 5위이기도 한데 외국인 투자 은행이 60여 개에 달하고 있다. 유럽의 심장 브뤼셀에는 120여 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EU뿐만 아니라 유럽 공동체 위원회(The Council of European Community), 경제 사회 위원회, 유럽 의회의 본부이자, 얼마 후에는 유럽 사법 재판소까지 브뤼셀로 옮겨 올 예정이다. 이에 관련하여 1만 5000여 명의 전문 인력이 활동하고 있다. 총 1490여 개의 국제 기구 외에도 250여 개의 외국 기업의 유럽 기지이기도 하다. 상업 및 서비스 분야는 큰 자랑거리이며 컨설팅, 정밀 기계 공학, 전자, 화학, 제약, 컴퓨터, 식품 가공, 통신, 음향, 영상 산업 등에서 수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제발전과 국제주의적 풍모는 벨기에의 민족통합과 관대한 외국인정책을 낳고 있는 물질적 기초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브뤼셀지역이다. 플란더스의 수도이자 왈롱의 공동수도인 브뤼셀은 벨기에의 양 민족의
통합의 상징이자 통합 그 자체를 지탱시켜주는 핵심이다. 또한 벨기에 국민이외에 빈번한 외국인의 입출입과 거주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벨기에의 외국인 정책의 핵심을 이루기도 한다. 브뤼셀중심의 통합정책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외국인 정책 벨기에는 공식적인 영주권 제도가 존재하지 않으며, 1974년부터 공식적으로는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신하여 ‘노동허가’ 또는 ‘영업허가증’을 받은 외국인과 그 가족은 장기체류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노동허가(Work Permit)는 1967년 7월 27일자 Royal Decree 34호에 의거, 벨기에에서 고용되어 체류하는 외국인에게 A, B, C 3종류의 노동허가장(Work Permit)을 발급하게 된다. 노동허가 A는 미국의 영주권에 상당하는 체류자격으로 특별한 문제점이 발생되지 않는 한, 5년마다 자동연장 되므로, 노동허가 A를 받게되면 실질적으로 영주가 가능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노동허가 B를 받은 사람이 3-4회 자격갱신 후 노동허가 A를 취득하게 되나, 벨기에 정부는 높은 실업율(약 9.5%)로 인해 A종 노동허가증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 보통 연간 100명 이내로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허가 B는 최초 취업자 외국인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1년간 체류가 가능하며, 매년 갱신해야 한다. 노동허가 C는 보통 청소부, 개인용 간호인, 임시체류 노동자들에게 부여되며, 매년 갱신해야 한다. 영업허가증(Professional Card)은 1965년부터 시행되던 것이다. 자영업을 하는 외국인에게 영업허가증을 부여하며, 본인 및 그 가족들에게 5년 유효한 체류자격을 부여하게 된다.9) 하지만 이러한 외국인 정책이 엄격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EU국가의 국민이라면 벨기에에서
거주하는데 거의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브뤼셀지역은 이미 국제도시로 성장했기 때문에 외국인이 거주하는데
거의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또한 지방자치정부를 중심으로 해서 외국인과의 공존을 위한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거주민으로서 생활상의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몇몇 까다로운 절차들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제3세계로부터의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과 불법체류자에 해당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불법체류자라 해서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는 경우에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들에 대한 보호법령은 자국 노동자의 권리에 준하는 보호를 받을 정도로 발달되어 있다.
3. 벨기에의 민족 문제
벨기에는 분명 성공적인 민족정책을 구사하여 왔다. 격렬한 대립 없이 양민족간의 통합과 공존의 질서는 연방국가라는 틀로 완성되었다. 하나의 국가를 유지하면서도 민족간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이 된다. 또한 브뤼셀지역은 양 민족의 통합의 상징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은 벨기에의 안정적인 경제발전에 의해 뒷받침 되고 있으며 유럽통합과 탈냉전의 시대를 맞이하여 벨기에는 국제주의시대 그 중심으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것이 반영됨으로써 관대한 외국인정책을 낳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든 갈등의 양상은 내재되어 있다 최근의 외국인 문제만 하더라도 국내실업률과 연계되면서 불법체류노동자라든가 제 3세계로부터의 외국인노동자의 급속한 유입, 그리고 이들에 의한 범죄의 증가등은 벨기에의 최대 현안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혐오가 사회에 만연하게 되면서 극우주의정당들의 발흥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극우주의 정당들은 끊임없이 외국인노동자들의 추방을 역설하고 있고 지방정부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극우주의 정당들의 득세는 벨기에의 민족문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물론 당장은 연방정신으로 대표되는 벨기에의 타협모델이 지속될 수 있지만 - 벨기에의 연방화는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나, 국가분리론까지 대두되는 상황 하에서 불가피한 대안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으며 양 민족 공히 더 이상 분리된 다는 것은 국가역량의 손실일 뿐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을 의미한다.- 극우주의 정당의 존재가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혐오가 맞물리면서 자국의 경제발전에 심각한 위기상황이 발생한다면 잠재적 민족문제가 폭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 은 사실이다. 90년대 중, 후반이래 유럽에서 고조되고 있는 극우주의 정당들의 득세는 벨기에에도 양민족간의 절충과 타협의 정치문화에도 상당한 위협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10) 예를 들어 94년 들어 정치권의 뇌물수수사건인 소위 “Agusta 스캔들”(1988 이탈리아산 헬기 도입과 관련 불어계 및 플레미쉬계 사회당 의원들의 뇌물수수사건)에 연립정부 구성정당의 연루사실이 폭로되면서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고조되었고, 94년 선거와 지방자치단체선거에서는 연립정부 참여 정당 등의 지지율이 하락하였고 극우지방 정당의 세력팽창을 가져오게 되었다. 극우 지방정당들은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집권자체는 분리, 독립에 일정이 현실화되어 버린다는 위험한 결과로 나타날 수 도 있었다.(물론 국민투표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1995년 총선에서 기독사회당이 사회당과 연합, 재차 집권케 되었는 바, 이는 정치권의 스켄달에도 불구, 언어권간의 갈등해결을 위한 기독사회당의 중심역할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벨기에의 정치양상은 기존 연방정부를 지지하는 기존 정당들간의 경쟁과 연합을 주요축으로 하여 분리, 독립을 지향하는 지방극우정당들이 도전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11) 하지만 여전히 국제적인 시각은 벨기에 국민들이 지난 1세기 동안 터득한 타협과 공존, 그리고 국제적인
문화가 보다 우세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의 불안한 양상들이 모범적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를
벨기에라 주저 없이 평가하는 것도 모두 벨기에의 성공적인 민족정책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4. 맺음말
벨기에는 민족간 대립을 가장 효과적으로 통합시킨 가장 모범적인 국가라 할 수 있다. 유럽지역이 90년대 중반을 넘어오면서 겪게되는 다양한 민족간 분열, 지역주의의 고조 등의 현상이 벨기에에서는 재현되지 않고 있다. 약간의 잡음이 있긴 하지만 대립적 양상이 현실적으로 표출된다거나 정치, 사회적인 의미를 가질 만한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벨기에만큼 잠재되어 있는 민족문제가 심각한 경우는 드물다. 무엇보다 명확히 구분되는 민족적 특질,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그리고 심지어 역사마저도 서로 공유하면서 한 국가를 이룬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든 다른 사회적, 정치적 배경하에 서로 다른 두 나라로 충분히 분열될수 있는 소지가 있다. 왜냐하면 벨기에는 우세한 중심민족과 열세한 주변민족으로 구성되어 중심민족에 의한 국가 통합, 국민통합, 그리고 효과적인 동화정책이 실시되는 국가가 아니라는 데 있다. 다민족 공존의 문화는 흔히 유럽의 기본정신이 되어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분명한 중심민족에 의한 국민통합의 명분하에 존재해왔다. 벨기에는 대등한 두 민족간의 분리에 기초하여 국가를 구성하였다. 즉 국민통합이 아니라 국민분리에
국가의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다. 국민분리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고도화하여 통합을 이루어내는 역설적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것은 조건은 당연히 분리가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데 있다. 최근 이러한 분리의 평등한 제도화라는
벨기에적 특징이 국제화시대에 유럽의 중심지가 되면서 오히려 중대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특히 브뤼셀을 중심으로 양 국민의 문화적
통합들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실지로 만일 분리가 실현된다면 브뤼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제에 빠질 수밖에 없고
분리의 기회비용은 통합시기보다 더욱 비쌀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벨기에를 지탱시켜 주고 있고 가장 모범적인 다민족국가를
이루게 한 핵심이라 할 수 있다. 1) http://www.mofat.go.kr/web_mission/belgium , 검색일: 2001. 1. 22. 2) http://www.state.gov/www/background_notes/belgium.html, 검색일: 2. 19. 3) http://www.mofat.go.kr/web_mission/belgium , 검색일: 2001. 1. 22. 4) OECD, Trends in International Migration, 1999, p. 267. 5) 여기서 사용하는 연방국가정책은 명시적인 언술은 아니다. 벨기에의 민족통합정책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필자가 정의내린 것이다. 6) http://www.mofat.go.kr/web_mission/belgium , 검색일: 2001. 1. 22. 7) http://www.state.gov/www/background_notes/belgium.html, 검색일: 2. 19. 8) http://www.mofat.go.kr/web_mission/belgium, 검색일: 2001. 1. 22. 9) OECD, Trends in International Migration, 1999, p. 269. 10) 『중앙일보』 2001. 2. 21일자. 11) http://www.state.gov/www/background_notes/belgium.html, 검색일: 2. 19. <민족연구 제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