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미국인 이주의 특성과 시민권문제

-이스라엘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례

우평균(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 정치학과 객원연구원)

 

1. 서 론


현대 국가체제 내에서 다른 나라로의 이주(migration)가 한 나라의 인구 구성을 비롯하여, 한 국가의 면모를 바꾸고 있다. 따라서 국제 이민(immigration)으로 국가를 형성·발전시켜 온 합중국(United States) 미국(America)의 경우도 일반적인 민족국가와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재외미국인들(Americans abroad)이 얼마나 존재하고 그 양상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 정부의 정책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관심의 대상으로 제기될 수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미국으로의 이민을 원하고, 반면에 미국인들 자신은 이민 가기를 원치 않는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이러한 경향은 연구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미국에 이주해 온 수많은 외국 출신의 미국인들에 대한 연구는 활성화되어 있지만, 역으로 미국인들이 외국으로 이주해 정주(定住)한 사례에 대한 연구는 대단히 빈약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의 나라, 미국에도 미국 태생의 시민(native-born U.S. citizens)이 외국으로 이주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이 존재한다. 미국사회의 형성에 기초로 작용한 개인의 자유 관념 속에는 자유로이 조국을 떠날 수 있는 자유 또한 깃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떠나는 사람들의 숫자는 오늘날까지 제대로 알려지거나 기록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 숫자를 마지막으로 파악한 것도 아이젠하워(Eisenhower) 행정부 당시였다. 이 같이 자료는 빈곤하지만, 20세기 들어서 약 1천만 명이 미국을 떠났으며, 대부분이 이전에 미국으로 이주했던 사람들로 이루어졌으며, 약 15만 명이 매년 미국을 떠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사실에 착안하여 미국의 재외 미국인 정책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논의에 앞선 예비적인 고찰을 위해 미국인 이주의 객관적인 사실들과, 미국정부에서 채택하고 있는 시민권의 범주를 점검하고,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에서 나타나는 이주 현상의 특성을 제시하려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인 이주의 심리적 배경을 중시하면서 왜 이주하는가의 동기(motive)를 제시할 것이다. 왜 미국인들이 ‘기회의 땅’, 미국을 떠나려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푸는 것은 사실 간단치 않은 것이기에 위의 문제제기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와 더불어, 미국인 이주의 주요 대상국들 중에서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와 이스라엘(Israel)을 주요 사례로 삼아 이들 나라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양상을 개괄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2. 미국인들의 이주경과와 재외 미국인 현황

 

일반적으로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민과 미국을 떠나가는 이주자들 간의 격차는 대단히 불규칙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의 일반화에 따르면, 미국으로의 이민은 1907년에 130만 명으로 최고조를 이루는데, 이런 현상은 20세기 전반기에 ‘미국행’이 ‘탈미국’보다 월등히 많았음을 나타내주는 상징적인 지표라고 볼 수 있다. 2차 대전 이후에는 미국이민이 도피처를 찾는 다양한 부류의 인구가 증대하면서 느린 속도로 증가해 왔다.

 

<표1> 미국으로의 유입과 해외이주 인구 대비(1900-1979)

(단위: 천명)

시 기

증 감

미국이민

해외이주

합 계

비 미국시민

미국시민

전체시기

20,169

30,450

10,281

9,492

789

1900-1904

2,041

3,256

1,215

1,215

*

1905-1909

3,154

4,947

1,793

1,793

*

1910-1914

3,733

5,175

1,442

1,442

*

1915-1919

458

1,173

715

618

97

1920-1924

1,601

2,775

1,174

893

281

1925-1929

1,009

1,520

511

390

121

1930-1934

-16

427

443

336

107

1935-1939

66

272

206

153

53

1940-1944

109

205

96

57

39

1945-1949

468

653

185

94

91

1950-1954

885

1,099

214

211

*

1955-1959

1,190

1,401

211

390

*

1960-1964

1,028

1,418

390

390

*

1965-1969

1,285

1,795

510

510

*

1970-1974

1,376

1,923

547

547

*

1975-1979

1,782

2,411

629

629

*

출처: U.S. Immigration and Natrualization Service and U.S. Bureau of Census data, Warren, P., and Kraly, E. P.,

"The Elusive Exodus: Emigration from the United Stattes." Population Trends and Public Policy 8, p.5. 재인용.

<표1>은 1900-1979년 사이의 시기별 이주를 포함하여, 미국으로의 이주와 미국 밖으로의 이주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이 자료에는 미국 시민의 이주가 포함되어 있지만, 1980년 이후의 기록이 없어서 불완전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비미국시민의 이주는 인구통계학상의 변화를 측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서, 점차 증대해왔다.

 

<표2> 미국인 해외이주 통계 약사

공식 발표

학자들의 추정

1908-1957

480만 명 이주(미국으로의 이민자의 31%에 해당, 이민국(INS)의 통계)

1980-1987

23만8000명 이주 추정(Woodrow)

1918-1950

78만 9000명 이주

1988

총 해외 거주자 260만 3000명으로 추정(Woodrow)

1957

INS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 중단

1980-1990

미국이민자의 약 20%가 도착

10년 내에 미국을 떠나고 있다고 추산(Warren and Peck, 1980, Jaaso and Rosenzweig, 1982, Bojas and Bratsberg,1996)

1993.5. 1.

약 260만 명이 65개국에 걸쳐 거주하고 있다고 공개(미국무부)

2000.5.

미국 인구센서스 실시, 해외거주 미국인들의 등록 받음


 

<표3>은 1960-1976년 동안 미국에서 다른 선택된 나라들로의 이주 상황을 연평균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데이터가 제시된 이주국가는 19개 국가들 중에서 18개 국가이며, 이것은 동기간 동안의 유엔 통계국(UN Statistical Office)의 기록에 의한 것이다. 1960-76년 동안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주한 상위 7개국을 들면 그 순서는 다음과 같다 : 멕시코, 독일, 영국, 캐나다,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이스라엘. 이들 나라들은 동기간 동안의 연평균 이주의 88%를 점하고 있다. 또한 전체 이주민들 중에서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비율을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한 멕시코와 캐나다가 차지하고 있고, 전체의 약 1/4이 독일이나 영국 같은 유럽을 목적지로 하여 떠났다. 그리고 이를 제외하고 난 나머지 이주민들의 대부분이 일본, 호주, 그리고 이스라엘로 간 것으로 나타났다.

 

<표3> 미국에서 특정국가들로의 이주자 수(1960-1976)

목적지(국가)

연평균 이주

보고된 횟수

1960-1976

1970-1974

1965-1969

1960-1964

전체 국가

180,200

281,000

151,700

66,100

아르헨티나

14

400

400

300

300

오스트레일리아

15

8,500

12,800

8,500

4,400

벨기에

16

3,100

4,300

3,200

1,700

브라질

13

1,000

900

1,100

1,100

캐나다

11

21,900

24,600

19,900

*

프랑스

14

900

1,400

900

400

독일

15

24,800

27,800

26,400

21,600

홍콩

12

2,900

3,400

2,000

*

이스라엘

17

3,898

5,449

4,550

2,154

이탈리아

17

2,700

5,400

1,400

300

일본

17

1,720

23,400

15,100

12,100

케냐

17

500

400

800

200

멕시코

13

64,600

142,000

40,600

17,300

네덜란드

13

3,400

3,800

3,100

*

뉴질랜드

15

1,400

2,300

1,300

1,000

나이지리아

13

1,400

1,700

1,100

1,300

노르웨이

17

2,900

3,200

2,800

2,600

스웨덴

17

1,700

1,700

1,600

1,800

영국

12

20,900

21,300

21,500

*

출처: United Nations Demographic Yearbook, Warren and Kraly(1985), p.11에서 재인용.

<표4>는 1993년 5월 1일 현재,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시민의 총 숫자를 대륙별, 국가별로 제시한 것으로 미 국무부가 공식발표했고, 현재까지 공개된 데이터 중에서 가장 최근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이나 한국과 같은 일부 미군 주둔 국가들과 멕시코와 같은 최인접국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미국인들은 부유하고 미국과 인접한 나라들에 거주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해당국가와 미국과의 관계가 우호적이거나 영어 사용의 문제 등이 외국거주국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견해는 외국 거주 총숫자가 이민은 물론 일시 체류자, 여행자를 포함한 모든 미국인들 포함하기에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4> 외국거주 미국시민 현황(1993. 5. 1)

국 가

미국인 수

국 가

미국인 수

유럽

854,607

아프리카

54,210

오스트리아

9,936

이집트

9,946

벨기에

27,655

케냐

6,000

체코슬로바키아

10,000

모로코

1,676

덴마크

8,670

시에라리온

600

핀란드

2,621

남아프리카공화국

6,512

프랑스

32,784

탄자니아

1,132

독일

159,882

우간다

400

그리스

53,388

잠비아

1,450

헝가리

7,000

오세아니아

95,311

아일랜드

30,000

오스트레일리아

68,945

이탈리아

102,830

뉴질랜드

12,420

네덜란드

15,230

북아메리카

1,043,567

노르웨이

15,000

캐나다

335,490

폴란드

15,525

코스타리카

21,890

포르투갈

18,464

쿠바

1,230

스페인

39,013

도미니카공화국

69,000

스웨덴

7,947

엘살바도르

7,500

스위스

34,900

과테말라

13,495

영국

214,740

아이티

10,375

구소련

3,903

온두라스

11,135

유고슬로비아

2,867

자메이카

7,000

아시아

437,525

멕시코

522,274

방글라데시

1,052

파나마

12,504

중국

5,081

남아메리카

101,735

홍콩

23,828

브라질

27,586

인도

14,842

칠레

5,634

인도네시아

13,662

콜롬비아

15,982

이스라엘

125,000

에콰도르

13,687

일본

36,803

페루

7,565

한국

21,760

우루과이

2,149

레바논

5,000

스리랑카

375

말레이시아

4,521

타이완

9,098

파키스탄

3,060

태국

1,720

필리핀

131,400

터키

6,709

싱가포르

6,400

합 계

2,586,955

출처: 미국무부, Bernt Bratsberg & Dek Terrell,

"Where Do Americans Live abroad," International Migration Review, Vol. 30, No. 3(Fall 1996), p.791, 재인용.

 

3. 사례분석 : 오스트레일리아와 이스라엘


오스트레일리아와 이스라엘은 대조적인 사례에 속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캐나다, 영국, 스위스와 더불어 미국인들이 이주를 원하는 국가들 중의 하나로 꼽혀왔다. 그 결과, 1947년에서 1982년 사이에 3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났으며, 국가별로는 영국,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에 이어 오스트레일리아에 정착한 외국 태생(foreign-born)의 호주인을 이루고 있다. 미국인의 호주 이주는 1971-1972년에 피크를 이루며, 그 후로는 줄어들었지만 이주는 지속되고 있다. 1970년대 초반의 이민 열기 고조는 미국이 대내외적으로 곤경을 겪던 시기와 일치한다.

<표5> 오스트레일리아와 이스라엘의 미국이주자 비교

(단위 : %)

지 표

이스라엘의 미국인

오스트레일리아의 미국인

미국내의 성인

18-29살

42

57

30

남성

45

60

48

기혼

60

60

66

대학졸업

42

36

17

전문직 종사

40

40

16

주: 각 통계 수치는 1982-1983년에 근거함.

출처: Dashefsky, A., J. DeAmicis, and B. Lazewitz, "American Emigration: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among Migrants to Australia and israel," Comparative Social Research, 1984, p.57.

반면에 미국인의 이스라엘 이주는 1948년 이스라엘 국가 수립의 시기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최소한 일세기도 더 전에 터어키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패권을 유지하고 있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의 경우, 이스라엘로 이주하는 미국인의 대부분이 유태인이고, 이들은 자신의 성스런 땅에서 여생을 마치길 원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1948년 이스라엘 정부 수립 이후 도착한 이민은 원주민의 3배에 해당하는 150 만 명으로, 이 중에 미국에서 온 사람들은 국가별로 볼 때, 7번째였다. 이스라엘이민이 가장 고조되었던 시기는 ‘6일 전쟁’ 이후인, 1968-1971년으로 매년 6,300여 명이 떠났다.

미국인의 오스트레일리아 이주는 무엇보다도 이주의 동기가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아서, 혹은 도전을 위해 떠났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충족할 수 없는 종교-인종적인 기회(religioethnic opportunities)를 찾아 떠난 사람들이 대부분인 이스라엘 이주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러나 나이, 결혼여부, 공식 교육 수준 등의 이주자들의 개인적인 배경의 측면에서 오스트레일리아와 이스라엘 이주는 유사하다.

<표6> 미국인들의 해외이주의 동기

지 향

이주의 목적

특정한 목적

수단적 목적

자 신

모험/여행

기업활동

소외

취업

종교인종적 정체성과 자아충족

진학

타 인

가족결합

의료 봉사요원

고국에 돌아가려는 배우자의 소망

교육 봉사요원

소외된 가장

출처: Dashefsky, A, & Deamicis, Jan, & Lazerwitz, B, & Tabory, E, op. cit., p.40.


많은 미국인들이 영주를 목적으로 오스트레일리아와 이스라엘로 갔지만, 그들의 이주 동기는 단일한 원인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일부는 경제적 곤경에서 벗어나고자 떠나기도 하고, 또 일부는 개인적인 경력상의 문제로 가기도 한다. 그 외에 ‘개인적인 소외’(presonal alienation)도 많은 이들에게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데, 이 경우는 특히 이스라엘로 이주한 사람들에게서 다수 발견된다. 그런데 이스라엘 이주자들이 미국에서 충족시키기 힘든 종교·인종적 정체성을 찾기 위해 이주하는 사례는 호주 내 일부 Yanks들이 미국을 떠나온 이유로 들고 있는, 더욱 세속적인 사회적 무관심(estrangement)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소외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이스라엘 이주자들과 동일하게 오스트레일리아 이주자들도 미국에서의 억압적인 사회적 환경에서 탈출한다기보다는, 기존의 개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혹은 유지하기 위하여 이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미국인의 해외이주에 있어 무관심이 일정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가족관계(family loyalty)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하는 미국인들은 대체로 임시로 일을 하러 가거나, 결혼 등으로 새로운 가족관계를 만들기 위해 가거나, 모험심에서 가거나, 혹은 자신이 소외당하는 환경이나 경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난다. 이러한 여러 이유들을 분류하여 객관화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따라서 첫 번째 국면에서, 왜 이들이 떠나는가 보다는 왜 이스라엘과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외국에 영주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 이주자연구의 분석적 지평을 넓혀줄 것이다. 머물거나 떠나려는 결정은 종종 최초의 정착 의도와 관련되어 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특히, 오스트레일리아의 Yanks에게 있어, ‘영구 정착’(permanent settlement)은 신중한 결정 없이, 우연히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다.

미국인의 오스트레일리아 이주의 동기가 대체로 개인적(privitized)인 반면, 이스라엘 이주자들은 보다 인종적(ethnicized)이고 집단화(collectivized)한 측면이 강하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 이주의 주요 동기는 자신의 유태인적인 정체성(Jewish idenfication)과 이스라엘을 유태인들의 고향으로 여기는 관점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유태인들은 이스라엘을 유태인의 고향으로 여기는 충성스러운 감정이 확산되어 있지만, 이스라엘 이주자들 중의 약 절반 가량(49%)이 기회가 되면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4. 미국의 시민권 정책; 수동적 수용은 허용, 이스라엘의 사례

미국에서 외국으로 이주한 미국 시민들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그 동안 큰 관심의 대상이 되어 오지는 못했지만, 그와 관련한 몇몇 사례들이 제기되어 왔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로 간 미국인 이주자들의 경우, 그들의 시민권과 관련하여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는 이주의 동기이고, 두 번째는 이스라엘의 법률 자료와 이중시민권(dual citizenship)과 관련한 미국 사법부의 결정이다.

해외로 이주한 미국인의 시민권이 관심의 대상으로 제기되는 이유는 주로 이주자의 참정권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로 이주한 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이 이스라엘의 정치과정에 전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사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군에 가야하고 시민권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1968년까지 미국 당국은 이스라엘 시민권 수용을 외국정부에 대한 충성의 지표로, 즉 미국에 대한 불충으로 간주하여 이스라엘 시민권을 얻은 사람에 대해 미국 시민권을 말소시켰다. 당시에 Olim(미국에서 이주해 온 이스라엘인)에게 이스라엘 시민권을 얻고, 미국시민권을 잃는 문제는 대단히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그러나 1968년 미국 대법원은 Afroyim 사건을 통해 외국 시민권을 수동적으로(passively) 얻은 미국인에 대해서는 이중국적(dual nationality)를 인정하는 판례를 남겼다. 이스라엘에 있어 이것은 시민권을 요청함이 없이 그것을 받게 된 사람은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상실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표7> Afroyim V. Rusk 판결을 통해 나타난 주요 내용

판 결 이 전

판 결 문 요 지

◇ 미국 시민권유지 상태에서의 외국(이스라엘)총선에서 투표→외국의 정치적 선거에서 투표하면 시민권을 상실한다는 1940년 제정된 국적법401(e)조항에 의거, 미국무부는 여권갱신을 거부함. 즉 본인이 자발적으로 시민권을 포기할 의사가 없어도 시민권을 박탈당할 수 있음(Peter V. Brownell)

◇ Perez 사건의 판례 수용 거주

·미 의회는 본인의 동의없이 미국 시민권을 빼앗을 수 있는 어떠한 명시적이거나 혹은 제한된 일반적 권리가 없다.

·모든 나라가 지니고 있는 주권에 입각해서 해석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인민은 주권적이며 정부는 인민의 시민권을 박탈함으로써 인민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 없다.

·미국에서의 시민권은 국가와 시민의 상호 협력적인 관계의 일부분

·시민권은 국가이며 국가는 시민권

·자유로운 미국정부의 근본성격은 관청에 일시 근무하는 일단의 시민들이 그들의 시민인 또 다른 일단의 시민들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완전히 근거 없음을 밝힌다.

·본 판결은 자발적으로 시민권을 포기하는 의사가 없는 한 자유로운 국가에서 시민으로 남을 헌법적 권리를 포기하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 본 사건 이전의 주요 쟁점은 의회가 제 14차 수정헌법에 기초해 자발적으로 시민권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미국시민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법을 임의로 제정할 수 있는 가의 문제였음→1957, Perez 사건까지는 찬성의견이 다수 견해

◇ 이외의 역사적 선례 : 1794, 1797, 1818

·1794, 1797: 의회의 많은 성원들이 영국에 대한 영구적인 충성을 아직 고수하고 있었고 시민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시민권을 포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

·1818: 이때는 거의 모두가 자발적인 포기의 권리에 대해서는 인정하였으나, 몇몇 판결은 그러한 권리가 입법형태로 된 연방정부의 동의없이 시민에 의해서 행사될 수 없다고 지적, 이에 따라 시민이 관할 법원에 서면으로 된 시민권 포기를 선언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미국을 떠남으로서 시민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할 수 있는 법안이 도입됨. 그러나 이 법안의 반대자들은 의회가 시민권박탈에 관한 어떠한 행동도 규정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 권한이 없다고 반대→수정헌법 제5조의 Due Process Claues에 위배된다고 봅

·1866: 시민권법과 제14차 수정헌법: 흑인들의 시민권 보장

대법원의 결정 이후,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현재 일시 거주 기한(temporary resident expires)만 허용되는 이스라엘 시민권을 수동적으로 받고 있다. 시민권 발급 절차는 대단히 기술적이다. 이스라엘 내무부는 임시 거주 비자가 만료되는 3년의 기간이 지나면 이민 비자를 발급해 준다. 이 때 이민자는 자신이 3개월 내에 시민으로서의 법적 권리를 거부하는 양식(a waiver form)에 기재하지 않는 한 자동적으로 시민이 된다는 사실을 통지 받는다. 신청자는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는 양식에 서명한다. 3개월이 지나면, 자신이 이스라엘의 시민으로 기재된 새로운 시민권자 명부를 간단히 받게 된다.

미국에서처럼, 새로운 시민권 전환을 의미하는 서약을 포함한 일체의 행사도 없다. 내무부는 심지어 시민권이 허용되는 조항을 언급하고 있는 증명서를 요청하면 발급해 주고 있으며, 이것을 미국정부는 ‘시민권의 수동적 수용’(Passive Acceptance of Citizenship)의 증거로 인정해 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이스라엘의 미국인들(Israeli Americans)은 이스라엘과 미국, 양 국가의 법에 종속된다. 즉 이들은 양국의 징병대상자 명부에 기재되며, 양국에서 연간 소득세도 추산하게 된다. 그래서, 하나는 미국, 하나는 이스라엘 하는 식으로 두 개의 여권을 가지고 여행하는 사람들을 접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인 이스라엘인(American Israelis)들은 양 국가의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 의회의 의원으로 당선되는 경우도 있었다. 미국인들은 대개 이스라엘에서 아기를 낳으면 미국영사관에 출생신고를 하고 이스라엘 출생 증명서를 “재외미국시민 출생 보고”를 위해 제출한다.

1968년 미국에서의 판결 이후에도 모든 미국인들이 이스라엘 시민권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이스라엘 시민권을 수용하지 않은 미국인들은 법과 절차가 다시 바뀔 수도 있으며, 그렇게 될 때 자신들의 미국 시민권과 미국의 사회보장 권리를 상실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스라엘로 간 것은 엄격하게 종교적인 입장에서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세속 정부의 정치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과 같은 ‘수동적인 시민권 수용’의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미국 시민권 고수냐, 아니면 호주 시민권 획득이냐의 양자택일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Yanks들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살면서도 미국시민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일부 영구 체류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시민권을 획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오스트레일리아 거주 미국인들은 대체로 대단히 개인적이고 실용적인 이유에서 호주 시민권을 획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이브(Dave)와 그의 아내, 슈(Sue)는 목화 농장주로서 호주 시민권을 얻었다. 그들은 얘기하길,


우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시민이다. 자신의 땅과 재산이 미국 시민의 것으로 귀속된다고 생각해 보라. 우리가 미국시민권을 가진 상태에서 죽고 난 후에 미국 정부에서 세금을 매기기 때문이다. 그 중의 일부가 아니라, 적어도 75%의 소유물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오스트레일리아 시민권을 얻게된 하나의 이유이고, 다른 이유는 내가 비즈니스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비즈니스 업무이지만 정치적인 수준에서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위원회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처음에 미국에서 가져온 재능으로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 그것은 가능성이 아니라 자산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시작하고 넘어갈 수가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이 아닌, 전문성으로 평가하게 되며, 현지인들은 왜 많은 무리의 사람들을 모으지 못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인이 되고 나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다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더 나아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이 곳 시민이 되는 데에는 전혀 어떠한 압력도 작용하지 않았다.


데이브의 경우는 물론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다. 재외국민 상태에 있는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미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체로 미국에 대한 강한 정체성의 일치를 느낀다고 한다. 그들은 이스라엘과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처럼, 다른 나라에서 살기를 원하면서도 자신들의 미국 시민권을 유지하는 문제에 대단히 관심을 갖고 있다. 사실, 그들의 입장에서 미국에 들어 갈 때는 물론, 세계의 다른 어떤 나라를 여행 다녀도 이스라엘이나 호주의 여권보다는 미국 여권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수단상의 이러한 이점은 미국에 대한 정체성과 결부되어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 하다. 미국인 해외 이주 사례 중에서 종교·인종적 색채가 제일 강하다고 여겨지는 이스라엘의 미국인들조차 미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 미국문화를 옷이나 예절, 음식, 그리고 미국의 시사 현안에 이르기까지 포괄하면서 관심을 기울인다. 이스라엘의 미국인 협회 회원들은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독립기념일을 공식적으로 기념하고 있다.


5. 결 론

 

이 글에서는 미국인들의 해외 이주 현상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이주의 첫 단계에서 나타나는 “왜 미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하려고 하는가”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조국인 미국이 정작 이민으로 이루어진 국가이기에 역설적이게도 다른 나라로 이주하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미국에서는 대단히 예외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가정을 누구나 쉽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이주에는 여러 가지의 개인적인, 혹은 타인 지향적인 동기들이 작용했으며, 이것은 쉽게 객관화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도 하나의 민족국가라고 상정할 때, 국가의 내외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고국을 등지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할 수 있다. 20세기 미국인의 해외이주가 최고조에 이른 시기는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였다는 사실은 미국이 수행한 월남전이 파생시킨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혼란과 이러한 현상이 더불어 야기한 아노미 현상이 한 몫 했다는 추측도 가능하게 해준다.

이 글에서는 Yanks라 불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미국인들과 Olim 이라고 불리는 이스라엘의 미국인들을 통해 미국인 이주의 교차-민족적인 비교(cross-national comparison)의 초보적인 예시를 통하여 양자간에 나타나는 유사함과 차이점을 파악하려 하였다. 일반적으로, 양자는 나이, 결혼 여부, 공식교육의 정도, 그리고 고용과 같은 지표들을 포함한 여러 특성에 있어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들은 미국내의 평균적인 미국인들과 비교할 때, 더 젊고, 결혼 비율이 낮으며, 더 고등교육을 받았고, 더 전문직업에 종사했었던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이주 동기에 있어, Yanks는 모험과 워킹 홀리데이를 포함한 여행을 주로 들었고, Olim은 종교·인종적 정체성의 충족을 들어 대단히 대조적인 측면을 보여주었다.

또한 국가정체성의 주요한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이주자들의 국적 보유 실태를 이스라엘을 주요 사례로 살펴보았다. 미국 정부가 수용하고 있는 외국 국적의 ‘수동적 수용’을 법적·현실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경우, 대부분의 Olim이 미국과 이스라엘, 양국의 시민권을 보유하고 2개의 여권을 지닌 채 미국과 이스라엘을 오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에 오스트레일리아의 미국인들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영주하려는 일부의 미국인들만 미국국적을 포기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시민권을 획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끝으로 미국의 해외 이주자 문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멕시코나 캐나다, 영국 등을 포함하여 미국인들이 많이 이주한 나라들로 교차민족적인 연구가 확대되어야 하며, 이와 더불어 광범위하게 진행중인 미국으로의 이민 연구에 이민자들의 본국에로의 귀국 여부와 실제 귀국하는 경우에 대한 연구가 덧붙여져서 미국인의 해외이주연구와 연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한민족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미국에 유입되는 한민족 이민 사례와 적응 연구에서 한국에 귀국하는 한국계 미국인의 귀국동기, 한국사회에의 적응 문제, 한국에 대한 정치적 충성의 문제, 그리고 미국에 대한 정체성, 내지는 충성이라는 문제를 포괄하는 연구로 심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인 이주 연구의 근본적인 전제로 ‘미국 정체성’(American Identity)에 대한 미국 이민자들의 사고와 미국인 해외 이주자들의 사고를 비교하고 이를 개념적으로 정립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족연구>제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