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구소련 지역 러시아인 정책 김인성(본원연구원)
구소련의 붕괴는 신생독립국가들에게 많은 문제를 유산으로 남겨주었으며, 그 중 가장 중요한 현안중 하나가 각국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살고 있는 소수 러시아인들 문제이다. 이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서로 긴밀히 결부되어 있는 세 가지 범주에 대한 동시적 이해가 필요하다. 첫째, 현지 러시아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과 그들이 그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둘째는 신생독립국들의 사회쇓경제적 상황과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이다. 셋째는 근외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외교정책과 현지 러시아인들에 대한 정책이다. 여기서는 세 가지 범주의 핵심적인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구소련지역에 거주하는 소수 러시아 민족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러시아 민족 이민의 역사와 최근의 경과
1989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러시아가
아닌 구소련국가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은 대략 2천5백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 정부의 정책과 각국 거주 소수러시아인들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비러시아인들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소수민족으로서 구소련국가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 벨로루시인, 타타르인, 유대인, 폴란드인, 한인 등을 포함한 소규모의 민족들은 대체적으로
러시아화된 민족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표1> 구소련 구성 공화국의 러시아인 분포도(1989) (단위: 천명)
러시아인들은 구소련 14개국 전체에 분포되어 있다(<표1>
참조). 이중에서도 러시아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국가는 우크라이나로서 그 규모가 1천1백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카자흐스탄에
6백2십만, 우즈베키스탄에 1백7십만, 그리고 벨로루시에 1백2십만의 러시아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비율상 가장 많은 러시아인이 거주하는 국가는
카자흐스탄으로 총인구중 무려 37.8%를 러시아인이 점하고 있다. 다음은 라트비아로 34.0%, 에스토니아에서는 30.3%가 러시아인들이다.
<표2> 러시아 민족의 이주경과
러시아인들이 구소련 지역의 남부와 서부로 이주를 시작한 것은 17세기였다. 이 당시의 이주는 자연발생적인 소규모의 이주였다. 본격적인 국가주도의 대규모 이주는 19세기부터 시작되었다. 이주의 유형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전통적인 유형의 이주로서 농경지를 확보하기 위한 러시아 농부들의 이주이며, 둘째는, 근대적인 유형의 이주로서 비러시아 지역의 산업시설에 취업하기 위한 러시아 근로자 및 산업 인텔리겐챠들의 이주이다. 최초의 대규모 이주는 스톨리핀의 개혁이 진행되었던 1906년에서 1910년 사이에 전통적인 유형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스톨리핀의 농업개혁은 농지부족과 농촌 지역에서의 불만을 해소하거나 진압할 목적으로 행해졌다. 이 개혁에 의해 당시 카자흐스탄 북부지역(현재는 키르기즈스탄 북동부 지역)으로 러시아인들의 이주가 이루어졌다. 볼셰비키 혁명 이후에도 전통적인 유형의 이주는 두차례에 걸쳐서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스탈린 집권 당시인 1928년부터 1932년 사이에 이루어졌던 농업집단화에 반발하던 약 500만 명에 달하는 쿨라크들을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강제노동수용소로 추방하는 형태로 이주가 행해졌다. 흐루시초프시기에 이루어졌던 황무지 개척 운동 역시 중앙아시아로의 러시아인들의 이주를 동반하였다. 소비에트 시기에는 전반적으로 근대적 형태의 이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930년대 이후 급속도로 전개된 비러시아 지역에서의 근대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러시아인들이었다. 러시아인들은 다른 민족 집단에 비해 근대화와 도시화 과정을 일찍 겪었기 때문에 사회적, 지리적 유동성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고, 또한 1960년대까지만 해도 러시아인들의 출산율이 꽤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잉여인구의 이주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었다. 중앙아시아와 코카서스 지역은 경제발전에 필요한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러시아인들의 이주가 필요했고,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는 낮은 인구증가율로 인해 급속히 진전되는 도시화에 필요한 노동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러시아인들의 이주를 필요로 했다. 또한 브레즈네프 시기에는 당-국가의 관료들이 비러시아 지역으로 꾸준히 이주해갔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1970년대 초 러시아인들의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되면서부터 러시아 자체의 유휴노동력이 고갈됨에 따라, 대규모의 이주는 사실상 중단되었다. 따라서 구소련공화국에 존재하는 러시아인 공동체는 거의 대부분 70년대 이전에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말부터는 반대로 중앙아시아나 코카서스 지역으로부터 러시아로의 역이주가 시작되었다. 1980년대 말부터, 근외 러시아인들의 지위가 하락하고 생활수준의 저하됨에 따라 역이주의 경향이 가속화되었다. 1990년부터 1998년까지, 구소련지역에 거주하던 러시아인들의 약 11.4%에 해당하는 약 2백8십5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러시아로 이주하였다. 특히 분쟁지역으로부터의 이주가 두드러졌다. 타지키스탄 거주 러시아인 중 55.3%, 아제르바이잔, 아르메이나, 그루지아에서는 각각 45.3%, 56.2%, 43.6%의 러시아인들이 러시아로 귀환하였다. 1992년까지는
민족주의의 열기로 인해 민족들이 각자 자신의 민족단위 공화국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 반면, 1993년부터는 경제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였고, 특히 1994년 러시아의 경제가 활성화될 조짐이 보임에 따라, 러시아로의 이민은 급격히 증가하였다.
<표3> 러시아와 구소련지역간 러시아인 순 이민자 증감 추이 (단위: 천명)
<표3>에 나타난 바와 같이, 1990년부터 1998년 사이에 2백8십만 이상의 러시아인들이 러시아로 돌아왔는데, 그 중 절반은
1993년과 1994년에 돌아왔다. 1995년부터는 체첸에서의 전쟁과 경제위기의 도래로 이해 러시아인들의 역이민 추세가 한풀 꺾이기 시작하였다.
<표4> 러시아연방과 비구소련국가간 이민자 유입과 유출 현황 (단위: 천명)
한편 <표4>에 보이듯, 개방정책이 본격화되었던 1988년부터
미국, 독일을 위시한 서구지역으로의 이주가 시작되었고, 1990년대 이후에는 그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현재에도 이주가 계속되고 있다.
2. 구소련 각국의 러시아인 현황
1. 우크라이나 1989년 현재 총인구 5천1백5십만명 중 러시아인은 1천1백4십만명으로 총인구중 22.1%를 점하고 있다. 러시아인들과 우크라이나인들 사이에 민족적 균열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인종적으로 동일하며, 언어는 구분되기는 하지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며, 문화와 역사가 서로 얽혀있고, 같은 종교를 믿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주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 거주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은 우크라이나의 민족적 정서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인 문제는 민족적인 균열이 아니라 지역적인 균열의 성격을 띠고 있다. 90년부터 98년까지 이 지역 러시아인구의 3%에 해당하는 3십만6천여명이 본국으로 귀환하였다. 두가지 요소가 러시아인들의 귀환을 부추기고 있다. 먼저 민족주의적 정서를 들 수 있다. 1994년 선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70%이상의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나 CIS와의 통합이나 협력관계를 지지하고 있고, 독립 초기에 위력을 과시했던 민족주의 정당이 95년 이후에는 10%에도 못미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등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의 열기는 배타적 성격을 띠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94년 대통령 선거 당시, 러시아인의 지지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된 쿠츠마가 공약과는 달리 러시아어의 공식적인 사용을 배제하고, 정치적 차원에서도 우크라이나어 사용자를 우대하는 등의 정책을 사용해 온 관계로 현지 러시아인들은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쿠츠마 대통령이 자국 거주 러시아인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와 관련된 러시아인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그리 큰 편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위기이다. 소련 시기의 경제 체제가 남겨준 유산은 우크라이나의 경제에 많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과 농업 분야는 만성적인 비생산성을 노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95년 들어 인해 러시아인들의 귀환의 열기가 가라앉기는 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숫자가 러시아로 빠져나가고 있고,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크리미아
자치 공화국 문제는 아직까지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지역 총인구 250만 중 러시아인이 64%를 점하고 있고, 23%는 우크라이나인,
10%가 타타르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리미아는 원래 러시아의 영토였던 것을 1954년 흐루시쵸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합병 300주년을 기념하여
양도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영토가 되었다. 이 지역은 러시아 민족적 일체감이 강하게 보존되어 있고 러시아 언어와 문화가 지배적으로 남아있다. 1944년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로 추방되었던 당시 2십6만의 크리미아 타타르인들 중 다수가 90년대 이후 이 지역으로 귀환하면서 이들에 대한 민족 차별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이 지역의 민족문제는 복잡성을 더하게 되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는 예산의 부족으로 인해 적당한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크라이나 전체지역 및 크리미아 지역의 분쟁은 폭력이나 무력분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2. 벨로루시 1989년 현재, 총인구 1천2십만 중 13.2%에 해당하는 1백3십만 정도가 러시아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2차대전 후 정착하였다. 90년부터 98년까지 이 지역 러시아인 중 2%에 해당하는 2만4천여명의 러시아인이 본국으로 귀환하였다. 벨로루시에서는 민족분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전지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편이지만 다수 러시아인들은 벨로루시 동부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벨로루시 서부 지역은 전통적인 벨로루시의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반면, 동부지역은 도시화되어 있다. 벨로루시에서 러시아 문화와 벨로루시 문화는 상호침투된 상태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벨로루시인들은 일상언어로서 러시아어를 선호하고 있다. 95년 투표에서는 국민의 83.1%가 러시아어를 벨로루시어와 똑같은 공식어로 채택하자는 안에 찬성한 바 있다. 한편 러시아인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사회쇓문화공동체를 형성하지 않고, 토착문화에 적응해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기할만한 점은 중간급 국가관료층에 러시아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친러시아 정책의 지지기반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1995년 5월 투표에서 나타났듯이 국민 대다수가 러시아와의 통합을
원하고 있다. 루카센코 대통령의 강력한 희망에 따라 러시아와 벨로루시간에 경제적 통합, 장기적으로는 정치적 통합을 목표로 하는 조약이 이미
체결된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측에서는 벨로루시의 경제적 부담을 떠맡기를 꺼리고 있는 상태이다.
3. 몰도바 1989년 현재, 총인구 4백3십만 중 러시아인은 56만명으로 총인구의 13.0%를 차지하고 있다. 90년부터 98년까지 이 지역 러시아인의 9%에 해당하는 5만여명이 본국으로 귀환하였다.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 2차대전 후에 주로 이주하였다. 이들 대부분은 도시지역과 동부 트랜스드네스트르 지역에 정착하였다. 몰도바의 경제는 소련시기부터 이미 낙후되어 있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는 지극히 높으며, 생활수준 또한 열악하다. 몰도바는 러시아인들이
직접적으로 군사분쟁과 관련된 유일한 국가이다. 트랜스드네스트르 지역의 러시아인구는 약 20만명으로, 총인구의 23%를 점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인들이
25%, 토착 몰도바인들은 약 40%를 점하고 있다. 몰도바 독립직후부터 러시아인들과 우크라이나인들은 지속적으로 분리독립을 희망해왔다. 러시아
제14군의 투입과 러시아정부의 중재노력으로 일단 무력분쟁은 종식되었지만, 본질적인 문제해결은 아직도 요원하다. 이 지역 주둔 러시아군의 수상쩍은
행동으로 인해 러시아 정부의 속내에 의구심을 표현하는 의견도 많지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몰도바인들은 문화적으로 루마니아와 일체감을
가지고 있고 언어 역시 루마니아어를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가 드네스트르 공화국의 독립을 부추길 경우 몰도바는 열악한 정치쇓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루마니아와의 통합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정부는 그러한 모험을 행할 의도가 없으며, 현재는 자신의 문제해결에 바쁘기
때문에 이 지역까지 신경쓸 여지도 별로 없다.
4. 아제르바이잔 1989년 현재 총인구 700만명 중 러시아인들은 39만명으로 5.9%를 차지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거주 러시아인들은 주로 석유 및 제조 산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90년부터 98년까지 전체 러시아인중 45.3%에 해당하는 약 18만명이 본국으로 귀환하였다. 아제르바이잔은 바쿠가 수도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석유자원이 풍부한 나라이다. 그러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분쟁이 이곳에서 발생함으로써 전쟁비용과 함께 석유산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였고, 이는 경제위기를 결과하였다. 또한 대통령 알리예프 정권의 부패와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으로 인해 사회쇓정치적 혼란 역시 존재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자녀들의 장래 문제,
안전에 대한 두려움, 사회생활의 어려움, 언어문제, 사회적 지위의 하락, 본국과의 단절감, 주변사람들의 귀환 등의 이유로 인해 본국으로의 귀환을
희망하고 있다.
5. 아르메니아 1989년
현재, 총인구 3백3십만 중 러시아인들은 5만2천명으로 총인구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비율상으로 볼 때 구소련국가중 가장 낮은 수치이다.
90년부터 98년까지 현지러시아인들의 56.5%에 해당하는 2만9천여명이 본국으로 이미 귀환하였다. 아르메니아 정부가 친러시아 정책을 펴고
있고, 러시아 정교회와는 종교적 일체감도 있기 때문에 다른 코카서스 국가들보다는 러시아인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러시아인들의 본국귀환이 줄을 잇고 있다.
6. 그루지아 1989년 현재, 총인구 5백4십만 중 러시아인은 34만명으로 총인구중 6.3%를 차지하고 있다. 90년부터 98년까지 현지 러시아인의 43.6%에 해당하는 14만9천명이 본국으로 귀환하였다. 러시아인들은 중공업분야, 특히 광업과 금속산업 및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루지아의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아 공화국은 러시아의 북부 코카서스 지역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루지아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주장해 오고 있다. 오랜기간의 내전 끝에 현재는 휴전협정을 맺고 어느 정도 안정을 회복한 상태이다. 두 공화국은 자체적인 선거에 의해서 정부를 구성하고, 사실상의 독립을 누리고 있다. 그루지아 정부가 두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이 문제로 인해 정치적 분열 상태에 있기 때문에 무력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내전으로 인해 그루지아 사회와 경제는 심한 타격을 받았다. 그루지아 정부에게 내전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했고, 따라서 경제개혁에 필요한 투자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경제 침체는 불가피했다. 경제위기와 내전은 사회쇓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졌고, 이로인해 많은 러시아인들이 이미 그루지아를 떠났거나, 떠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7. 카자흐스탄 1989년 현재, 총인구 1천6백5십만중 러시아인은 6백2십만명으로 전체인구의 37.8%를 차지하고 있다. 90년부터 98년까지 이 지역 전체 러시아인의 16.2%에 해당하는 약1백만명이 본국으로 귀환하였다. 오랜동안의 러시아인 유입과 스탈린 시기 백만이 넘는 인명손실로 인해 카자흐스탄은 구소련국가들중 자민족 구성비율이 과반수에 못미치는 유일한 국가이다. 러시아인들은 주로 러시아와의 국경지대인 카자흐스탄 북부에 밀집해 살고 있다. 따라서 북부지역은 민족구성비율상 러시아인들이 다수민족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카자흐스탄 정부는 분리독립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자민족화 정책은
러시아인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그러나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어를 공식어로 채택하지는 않고 있지만, 교육언어로서 인정하고
있고, 카자흐어를 강제하는 급진적인 언어법안은 부결시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키릴문자를 알파벳문자로 바꾸는 법안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점진적
자민족화 정책으로 인해 러시아인 사회는 동요하고 있다.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덜하기는 하지만 러시아인들의 본국귀환은 계속되고 있다.
8. 우즈베키스탄 1989년 현재, 총인구 1천9백8십만명
중 러시아인은 165만으로 총인구중 8.3%를 차지하고 있다. 98년까지 러시아인 중 24.6%에 해당하는 4십만명이 러시아로 떠났다. 우즈베키스탄은
다른 국가에 비해 정치적 안정성이 높은 편이어서 대규모의 귀환이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현정권의 권위주의적 성격과 자민족화 정책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해 본국을 향한 러시아인들의 행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9. 타지키스탄 1989년 현재, 총인구 5백만 중 러시아인은 약 39만으로 총인구중 7.6%를 차지하고
있다. 98년까지 러시아인 중 55.3%에 해당하는 약 21만5천명이 러시아로 귀환하였다. 타지키스탄은 계속되는 내전으로 인해 정치적인 불안정에
시달려 왔고, 경제와 사회 역시 심각한 불안정을 노정하여 왔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같이하고 있는 현실로 인해 러시아가 군사적인 원조를 계속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치적 안정의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10. 키르기즈스탄 1989년 현재, 총인구 426만명 중 러시아인은 약 90만명으로 총인구중 21.5%를 차지하고 있다. 98년까지 러시아인중 23%에 해당하는 21만1천명이 러시아로 귀환하였다. 러시아인들의 귀환은 93년 6만6천명을 정점으로 급격히 감소하여 98년에는 93년의 거의 1/20에 해당하는 3천3백여명만이 러시아로 귀환하였다. 키르기즈스탄은 정치적으로는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러시아에 의존적이다. 러시아와의 우호적 관계유지와 고급기술을 가진 러시아인들의 유출을 방지할 목적으로 키르기즈스탄 정부는 94년과 95년에 걸쳐 러시아인들을 묶어두기 위한 유인정책을 실시하였다. 비록 의회의 승인을 얻진 못했지만 이중국적제 도입을 시도하는 한편, 러시아어를 공식어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이러한 유인정책이 러시아인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시키진 못했지만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 것은 사실이다. 러시아인들의 본국귀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까지 목격되고 있다.
이를테면 96년에는 1만4천명의 러시아인들이 떠난 반면, 이주해들어온 러시아인들은 8천5백명에 달한다. 물론 이주해간 사람의 숫자가 더 많긴
하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들 중에 이 정도의 러시아인의 유입을 경험하고 있는 국가는 키르기즈스탄이 유일하다.
11. 투르크메니스탄 1989년 현재, 총인구 350만 중 러시아인은 33만명으로 총인구의 9%를 차지하고 있다. 98년까지 러시아인중 24.4%에 해당하는 8만2천명이 러시아로 떠났다. 중앙아시아 국가중 러시아로의 역이민의 추세가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다음으로 낮다. 현지 러시아인들은 투르크메니스탄 경제에 사활적인 석유쇓가스 산업에
주로 종사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러시아인들을 국내에 붙잡아두기 위해 구소련국가들중에서 유일하게 이중국적을 인정하는 조약에 서명한바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꾸준히 추진되고 있는 이슬람화 정책으로 인해 러시아인들의 심리적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12. 발트3국 수십만의 러시아인들이 발트국가들로 이주한 것은 주로 2차대전 이후였다. 러시아인들의 유입은 80년대 말까지 계속되었고, 이들 국가의 러시아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되어 왔다. 러시아인들은 다른 슬라브인들과 함께 러시아와의 국경지대에 거주하면서 주로 공업부문에 종사해왔으며, 군인과 관료, 정보요인 출신도 상당수 있다. 발트국가들이 독립을 선포한 이래로 민족간 갈등이 증폭되었다. 발트국가에서는 러시아 이민의 증가가 발트국가를 러시아의 영향력에 두려는 러시아 정부의 계획적인 정책에 기인했으며, 러시아 이민자의 다수는 정보요원이라 여기고 있다. 따라서 처음의 약속과는 달리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는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의 이주자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았고, 엄격한 언어능력검정 등의 조건을 마련함으로써 러시아인들에 대한 차별정책을 실시하였다. 구소련국가중 2차대전후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는 나라는 이 두나라가 유일하다. 따라서 94년까지 이들 국가의 러시아인들은 역이민이나 러시아국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94년부터는 그 숫자가 현저히 감소하였다. 러시아인들에 대한 차별정책에도 불구하고 높은 생활수준과 사회적 안정, 같은
유럽인종이자 기독교인으로서의 문화적 동질감 등으로 인해 다수 러시아인들은 발트 사회에 남아있는 쪽을 택하고 있다. 한편 이들 국가의 엄격한
이민정책으로 인해 러시아로부터의 신규이민은 중단된 상태이며, 이는 모국 러시아와의 유대의 끈 중 하나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트 거주
러시아인들이 거주국의 민족 정책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러시아인들이 거주 사회에 동화되는 정도는 끊임없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3. 에스토니아 1989년 현재, 총인구 1천6백만 중 러시아인은 48만으로 전체인구의 30.3%를 차지하고 있다. 90년부터 98년까지 현지 러시아인구의 12%에 해당하는 5만8천명이 본국으로 귀환하였다. 에스토니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94년 현재, 4십3만5천8백명의 러시아인중 시민권자는 9만1천5백명으로, 러시안인들중 79.0%는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거주 러시아인의 40%는 에스토니아 태생이다. 반면 92년 4월의 한 조사에 따르면 단 9.2%의 러시아인들만이 에스토니아어를 유창하게 읽고 쓸 줄 알며 32.0%는 단 한마디의 에스토니아어도 구사할 수 없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1.6%만이 확실히 에스토니아를 떠나겠다고 응답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4.5%만이 에스토니아 문화를 받아들이겠다고 응답하였다. 일면 모순적으로 보이는 이 조사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러시아인들은 에스토니아에 남아서 시민권을 획득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러시아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기를 원하며, 에스토니아어를 배울 의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에스토니아 거주 러시아인들의 이러한 인식은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자치지역 추구로 현상화되었다. 1993년 7월
12일 러시아 접경지역인 나르바에서는 주민투표를 통해서 주민들의 97%가 자치지역선포를 지지하였다. 나르바지역은 러시아계가 95%를 차지하고
있다.
14. 라트비아 1989년 현재, 총인구 2백7십만 중에서 러시아인구는 90만명으로 전체인구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러시아계 인구는 우크라이나인과 벨로루시인을 포함하여 45%에 이른다. 90년부터 98년까지 현지 러시아인의 9.9%에 달하는 9만명이 본국으로 귀환하였다. 라트비아의 러시아인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지는 않고 있지만 정당한 권리 행사에 제한을 받고
있다. 한편 구소연방 시절 라트비아 러시아인들은 라트비아의 독립 물결에 합류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계들은 주로 수도 리가에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민족갈등은 정치적 갈등의 형태로 표출되곤 했다. 또한 라트비아에 주둔하고 있던 러시아군의 철수 문제가 민족차별정책과 결부되면서
라트비아와 러시아 양국간 국제적인 갈등의 양상으로까지 치닫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1994년 8월 31일 러시아군 철수가 완료되었다.
15. 리투아니아 1989년 현재, 총인구 3백7십만
중 러시아인은 34만명으로 전체인구의 9.4%를 점하고 있다. 90년에서 98년까지 러시아인구의 14.2%에 해당하는 4만9천명이 본국으로
귀환하였다. 총인구의 80%에 달하는 리투아니아 민족에 비해 러시아 민족은 소수에 불과하며,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인들과
본국과의 관계도 원활하지 못하고, 러시아인들 자체가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집단을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리투아니아인들은 러시아인들이
자신들의 문화나 독립에 위협이 될 것으로 여기고 있지 않다. 이러한 여건에 기반하여 리투아니아 정부는 러시아인 문제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융화정책을 실시하여 왔다. 이는 러시아 정부의 정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이미 1993년 8월 러시아군의 철수가 완료된 바 있다.
3. 시민법을 통해본 각국의 러시아인 정책 발트3국을
예외로 한다면, 대개의 CIS 국가는 러시아인을 포함한 소수민족에 대한 시민법상의 차별은 없다. 시민법이 발효되기 전에 3년 혹은 5년 이상
자국에 영구거주하고 있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각국에 러시아 사회가 형성된 지가 이미 30년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문제의
소지는 전혀 없다. 대부분의 시민법이 언어에 관한 사항을 언급하고 있지만, 귀화의 경우에 한하고 있기 때문에, 발트3국을 제외한다면 언어로
인해 러시아인들이 시민권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많은 국가들이 시민권에 대한 이른바 제로옵션의 적용으로 거의 모든
영구거주자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였다.
1.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는 1991년 10월 8일 시민법을 채택하였고 1997년 4월 부분적으로 개정하였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인종이나 민족, 재산의 정도, 교육이나 언어, 종교, 직업을 불문하고, 이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는 시점에서 영토 내에 영구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이 부여되었다. 귀화의 경우, 과거 5년간 우크라이나 영토에 영구거주하고 있는 자에게 시민권을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다. 언어소통능력이나 생활능력, 헌법준수서약 등을 요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지 러시아인들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현지러시아인들의 언어소통능력은 34%로서 상당히 높은 편이며, 기본적으로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는 같은 슬라브어로서 의사소통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이다. 우크라이나는 원칙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간 조약에 의해 이중국적이 허용될 수도 있다는 단서조항이 삽입되어 있다 2. 벨로루시 벨로루시는 1991년 10월 18일에 시민법을 제정하였다. 벨로루시 역시 시민법이 발효되는
시점에 영토내에서 영구거주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였다. 지난 7년간 영토내에 영구거주하고 있는 자로서 벨로루시 공화국
언어의 구사능력과 생계수단이 있어야 하며, 다른 국가의 시민이 아니면 귀화신청을 할 수 있다. 이중국적은 허용되지 않는다.
3. 몰도바 몰도바는 1991년 6월 5일에 시민법을 채택하였다. 시민권 부여 대상은 1940년 6월 28일까지 베싸라비아나 북부 부코비나, 헤르쯔 지역에 거주했던 자나 그 자손, 조상이나 부모중 한명이 몰도바 영토에서 태어난 자로서 현재 몰도바 영토에 거주하고 있는자, 1990년 6월 23일 이전에 가족을 형성했던 시민권자로서 대통령이나 정부의 요청에 의해 귀국한 자 혹은 후손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1990년 6월 23일 몰도바 독립선언 이전에 영구직업이나 기타 적법한 생계수단을 가지고 영구거주해온 자들은 1993년 9월1일까지 자신의 선택에 의해 몰도바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따라서 소수 러시아인들은 이 규정에 따라 자유롭게 몰도바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미 1989년 8월 31일 채택된
별도의 언어법과 함께 시민법에서 귀화의 조건으로서 자유로운 공식언어의 구사를 내걸고 있고 점차적으로 공식어로서의 벨로루시어의 위상을 제고한다는
조항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법안은 실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1994년 7월 29일 통과된 헌법과 89년 언어법은 러시아어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하고 있다. 이중국적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국제조약이나 대통령령에 의해 이중국적을 허용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4. 아제르바이잔 1990년 6월 채택된 아제르바이잔
시민법은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귀화의 조건이나 시민권 자동부여대상 등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시민권은 속인주의와 속지주의
모두에 근거하여 부여된다. 즉,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에서 출생한 자나 부모중 한명이 아제르바이잔 공화국 시민인 자는 시민권을 부여받을 수 있다.
이중국적은 허용되지 않는다.
5. 아르메니아 아르메니아의
시민법은 1995년 4월 13일 채택되었다. 시민권 부여 대상은 과거 아르메니아 사회주의 소비에트 공화국의 시민이었던자, 무국적자나 과거 소연방
시민권자로서 시민법이 효력을 발휘하기 3년전부터 아르메니아 영토에 영구거주해온 자로서 법실행 1년 내에 시민권을 신청한 자 등이다. 최근 3년이상
영토내에 영구거주하는 자로서 아르메니아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헌법에 대한 지식이 있는 자는 귀화신청을 할 수 있다. 이중국적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현 아르메니아 대통령인 로버트 코챠리안이 이중국적제한규정 폐지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며, 아르메니아와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고려할 때 이중국적허용의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6. 그루지아 그루지아의 시민법은 1993년 3월 25일 채택되었다. 시민법에 따라 법률이 효력을 발휘하기 전 5년 이상
그루지아 영토에 영구거주하는 자로서 6개월 이내에 그루지아 시민권을 거부하지 않은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이 부여되었다. 그루지아에 10년 이상
영구거주하고 있는 자로서 그루지아어나 압하지아어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 있고, 그루지아의 역사와 헌법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 있으며, 그루지아
영토 내에 직업이나 부동산이 있는 자는 귀화를 신청할 수 있다. 이중국적은 허용되지 않는다.
7. 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 시민법은 1991년 12월 20일에 채택되었다. 시민권은 시민법의 발효
시점에 카자흐스탄 영토에 영구거주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부여되었다. 카자흐스탄 영토 내에 10년 이상 영구거주해온 자는 귀화신청을 할 수
있다. 이중국적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국가간 조약에 의해 이중국적이 인정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설정해 두고 있다.
8.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의 시민법은 1992년 7월2일
채택되었다. 사회적 지위나 재산의 정도, 인종이나 민족, 성별, 교육이나 언어, 정치적 신념, 종교, 직업과는 상관없이 타국적을 보유하지 않은
채, 우즈베키스탄 공화국의 시민이 되기를 희망하는 자로서 시민법이 실효를 발효하는 시점에 우즈베키스탄 영토에 영구거주하고 있는 자에게 시민권이
부여되었다. 영토 내에 5년 이상 거주한 자로서 적법한 생계수단을 가지고 헌법 존중의사를 밝히는 자는 귀화신청을 할 수 있다. 이중국적은 허용되지
않는다.
9. 타지키스탄 타지키스탄의
시민법은 독립 전인 1991년 6월 28일 통과되었다. 시민권은 법의 발효 당시 타지크 공화국에 영구거주하고 있는 자에게 부여되었다. 국가
안보와 공공질서를 위협하거나 민족간 적대감이나 우월감을 부추기는 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다 귀화를 신청할 수 있다. 이중국적은 인정되지 않는다.
10. 키르기즈스탄 키르기즈스탄의 시민법은 1993년
12월 채택되었다. 시민권은 키르기즈 공화국 독립선언문 채택일인 1990년 12월 15일 당시 타국적자가 아닌 자로서 키르기즈 공화국 시민이었던
자들에게 부여되었다. 키르기즈공화국 내에 5년 이상 영구거주하고 있고 법률이 규정한대로 공식언어구사능력을 갖추고, 적법한 생계수단을 갖추고
있는 자들에게 귀화의 자격이 주어진다. 이중국적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경제적 의존관계로 인해 아카예프 대통령은 이중국적제의
허용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11. 투르크메니스탄 1992년
9월 채택된 시민법에 따라, 법률이 실효를 발휘하는 시점에 투르크메니스탄 영토에 영구거주하고 있는 모든 자들에게 시민권이 부여되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구소련국가중 유일하게 이중국적제도를 허용하고 있다. 1993년 12월 러시아와 투르크메니스탄은 이중국적에 관한 쌍무협정을 체결하였다.
12. 에스토니아 에스토니아의 시민법은 1992년 2월에 채택된 이후 1995년 1월 19일에 개정되었다. 시민법에 따르면 소연방에 강제 편입되었던 1940년 6월 16일 당시 에스토니아 공화국의 시민이었던 모든 사람 및 그의 후손들은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획득하며, 나머지 사람들은 외국인이나 무국적자로 간주된다. 이중국적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 법안에 의해서 시민권을 획득한 비에스토니아인들은 9만 내지 10만명으로서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다수의 비에스토니아인들은 귀화를 통하여 시민권을 취득해야 한다. 시민권을 신청하려면 최소한 5년 이상 에스토니아에
거주하여야 하고, 공화국과 헌법에 대한 충성의 선서를 해야하며, 에스토니아에 대한 지식이 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1993년 2월 10일에는
별도의 언어법을 제정하여 언어에 대한 요구사항을 설정하였다. 이 법령에 따르면 귀화희망자들은 시험을 통하여 국가검정언어능력자격증을 획득해야
하는데, 에스토니아어를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적절한 단어를 생각해내거나 똑같은 문장을 반복하는데 시간이 걸려서는 안된다. 또한 문법과
구문에 있어 실수가 있어서는 안된다. 현지러시아인들의 토착어 구사능력이 15%에도 못미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언어에 대한 까다로운 조항으로
인해 시민권을 획득하는 일이 대다수 러시아인들에게는 어려운 문제였다. 게다가 1992년 이후 현지러시아인들이 정치권에서 점차로 배제되는 등,
실질적인 차별이 이루어져 왔다.
13. 라트비아 라트비아는 1994년 7월 22일이 되어서야 시민법을 채택하였다. 독립 초기에는 이에 관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1991년 최고회의가 발포한 결정이 시민법을 대신하였다. 이 결정에 따라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때까지 귀화를 위한 절차는 정지되었다. 시민법은 속인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시민권은 1940년 6월 17일에 라트비아의 시민이었던 자와 그 자손에게 부여된다. 이중국적은 인정되지 않는다. 귀화신청을
위한 조건에는 에스토니아와 마찬가지로 라트비아어 구사능력의 입증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귀화신청 제한규정을 별도로 설정해 놓고 있다. 라트비아
정부와 의회를 비합법적으로 전복시키려는 기도를 했던 자들, 소련군대, 내무성과 KGB에 복무했던 사람, 그리고 소련의 공산당과 콤소몰의 일원이었던
사람들은 시민권 부여가 거부된다. 이 조항은 특히 러시아인들에게 불리하다. 러시아인들이 주로 그러한 기관에 복무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1991년
1월 13일 이후로, 공산주의나 친러시아적 성향의 단체 혹은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정치성향의 단체에서 활동한 사람들 역시 귀화신청을 할 수 없다.
또한 귀화신청을 하려면 거주자로서 등재되어 있어야 하지만 대개의 러시아인들이 거주자로 등재되는 것 자체를 거부당했기 때문에 귀화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14. 리투아니아 리투아니아의 시민법은 1991년 12월 5일 통과되었다. 리투아니아 시민법도 다른 발트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귀화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귀화를 위해서는 공화국에 대한 충성의 선서를 해야하고, 리투아니아 언어시험 및 헌법의 기초사항에 대한 시험에 합격해야 하며 10년 이상 리투아니아 영토에 영구거주를 목적으로 살고 있어야 하며, 적법한 생계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민권의 자동부여
범위가 상당히 폭넓다. 1940년 6월 15일 이전에 리투아니아의 시민이었던 자와 그 자손들, 1991년 11월 4일 이전에 과거의 시민법에
의해 시민권을 획득했던 자들은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 조항에 따른다면 거의 모든 현지러시아인들이 시민권을 획득할 자격을
부여받은 셈이 된다. 실제로 전체 인구의 약 10%만이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했다. 사실상, 시민권을 얻지 못한 것은 법률적인 제약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타국적 선택 혹은 시민권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4. 구소련 국가의 소수러시아인과 러시아정부의 근외정책 1. 러시아 정부의 근외 외교정책 기조 1993년까지의 러시아 외교정책은 자유주의적 인권의 옹호와 이에 기반한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소수민족보호라는 사고에 기반하였다. 그러나 크리미아 반도와 트랜스드네스트르 지역, 그리고 발트3국에서 러시아인들이 직접 민족 갈등에 노출되면서 옐친정부의 자유주의적 외교정책은 러시아 내부의 민족주의 세력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의 근외정책에 민족주의적 정서가 배어들기 시작하였다. 1993년 5월, ‘러시아 연방의 외교정책 지침서’에서는 근외 소수 러시아인들 문제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이들이 러시아의 중요한 외교적 자원임을 천명하였다. 1991년 11월 28일 채택된 러시아의 시민법에 따르면 구소련의 시민으로서 러시아연방의 영토에 거주하며 1년 내에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누구에게나 시민권이 부여되었다. 한편, 1991년 9월 1일 현재, 러시아연방이나 구소련 공화국 영토 내에 영구거주하는 자로서 러시아 시민법이 통과된 시점에 무국적자로 남아있는 자들은 1년 내에 자신의 희망에 의해 러시아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조처하였다. 이 법안에 의해 특히 발트 국가를 포함한 신생독립국가의 러시아인들과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소수민족들이 러시아 국적을 획득할 수 있었고, 국제법에 따라 해외 거주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1993년 6월 13일 개정된 시민법에서는 쌍무협정에 의해 이중국적을 허용할 수 있다는 안을 삽입하고, 구소련방 시민권자 뿐만 아니라 제정러시아 신민의 자손들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한다는 안을 마련함으로써 시민권의 부여 범위를 한층 확대하는 한편 구소련 국가들에게 이중국적의 허용을 촉구하기 시작하였다. 1993년 말부터는 민족주의자들이 위세를 떨침에 따라 정부의 정책에도 민족주의 성향이 한층 강하게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93년 11월 발표된 ‘군사 독트린’은 해외 거주 러시아 시민의 자유와 권리의 침해를 개전의 근거 중 하나로 설정하고 공격적 민족주의와 종교적 박해를 행하는 세력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음을 명시하였다. 발트국가에서의 러시아인 차별을 이유로 한 러시아군 철수의 보류와 경제제재 위협, 크리미아 러시아인들의 권리 문제와 관련하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 제재 위협 등은 민족주의 성향의 강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푸틴 정부는 과거 옐친 정부보다 민족주의적인 색채를 한층 더 강하게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7월 20일에 발표된 외교정책독트린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 독트린은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할 것을 천명하면서, 핵심적인 외교목표로서 러시아 경제 성장에 유리한 환경 조성, 러시아 주변에 우호적인 국가들의 벨트 형성, 재외 러시아 시민과 민족의 권리와 이익의 포괄적 보장, 외국에서의 러시아어와 문화의 증진 및 지원 등을 내걸고 있다. 한편 “현재 제한적인 외교적 자원을 우리(러시아)의 이익에 핵심적으로 중요한 지역에 최대한 집중하겠다”는 언급은 93년의 코지레프 독트린에서 보여주었던 서구지향성의 퇴색과 구소련지역에서의 영향력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여진다.
2. 러시아 정부의 구소련지역 러시아인 정책 목표 지난 10년동안 러시아 정부의 근외 정책 방향과 중점이 시기에 따라 변하기는 했지만, 구소련지역 거주 소수러시아인들과 관련한 정부정책목표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첫째, 구소련지역 거주 러시아인들의 자유와 권리 보호의 측면을 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러시아 정부는 구소련지역에서 발생한 러시아인 관련 문제들에 대해 경제적, 군사적 압력을 행사하여왔을 뿐만 아니라, <표6>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해외 거주 러시아인들과 관련한 다양한 쌍무조약체결에 주력하여 왔다. 또한 분쟁이나 민족차별로 인해 이민을 희망하는 소수 러시아인들을 위해 시민권의 부여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한편, 1992년 6월에는 러시아연방이민국을 설치하고 역이민자들의 정착을 도와왔다. 둘째, 국제정치적 측면을 들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구소련 지역 거주 러시아인들이 각국에 러시아의 정치적 영향력을 전달하는 지렛대로서 역할하기를 바라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민족으로서의 러시아인들뿐만 아니라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소수민족들까지도 러시아인의 범주에 포함시킴으로써 영향력의 기반을 확대하는 데 노력하여 왔다. 특히 이들이 민족차별이나 분쟁과 관련되어 있을 경우, 국제기구를 통해 이들 국가의 차별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이들의 보호를 이유로 각종 압력을 행사해왔을 뿐만 아니라 각종 쌍무협정의 체결을 요구하고, 러시아군을 주축으로 평화유지활동을 주도함으로써 구소련국가들을 러시아의 정치적 영향권내에 묶어두기위해 노력하여 왔다. 셋째, 경제적 측면을 들 수 있다. 발트국가들이 러시아의 세력권에서 이탈하고 있는 지금의 정세는, 1700년대 초반 피터대제가 유럽으로 향하는 출구로 뻬쩨르부르그를 선택하고 수도로 삼았던 당시의 정세와 유사하다. 발트국가는 러시아와 유럽을 이어주는 중요한 경제적 통로로서 역할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는 발트국가를 러시아의 세력권내에 두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최소한 그곳에 정착하는 러시아인들이 이 통로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주기를 원하고 있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1993년 이후 러시아가 각국에 이중국적제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도 수백만의 해외 러시아인들이 본국으로 귀환할 경우, 러시아 정부가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러시아 정부 입장에서는 이들이 각국에 정착해서 러시아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함과 동시에, 러시아의 영향력을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정치적 측면을 들 수 있다. 1993년 이후 민족주의적 세력이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면서 러시아정부는 정치적 이니셔티브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 민족주의적인 담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왔으며, 이에 따라 구소련지역 거주 소수 러시아인들의 보호가 최우선의 외교정책목표로 등장하게 되었다.
3. 과제와 전망 지난 10년간 구소련 각국의 소수 러시아인들이 직면해왔던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러시아인들이 관련된 분쟁은 일단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분쟁의 재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크리미아 반도와 몰도바, 그리고 그루지아 지역 러시아인들은 현지정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상당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인 자치권을 확보하였다기보다는 현지 정부가 이 문제를 처리할 만한 경제적, 정치적 자원이 부족한 데 기인한 것으로, 앞으로 이 문제가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하다.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거주 러시아인들의 시민권과 정치적 권리를 둘러싼 민족간, 정부간 갈등 역시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여전히 경제제재 등의 위협을 통하여 이들 국가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반면, 이들 국가는 러시아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EU와 NATO권으로 진입하려 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코카서스 지역분쟁의 여파와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 그리고 점차 증대되고 있는 테러 등으로 인해 사회, 정치적 불안정이 오히려 증대되고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러시아를 중심으로 다시 결집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러시아 언어와 문화의 위상을 높일 것을 고려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역이민은 감소 추세에 있다. 이는 사회적 불안정이 심한 지역에 거주하는
소수러시아인들이 이미 상당수 러시아로의 귀환을 완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구소련국가들은 경제적, 사회적 불안정에 노출되어 있으며 자민족화
정책 역시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발트국가들과 민족적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는 슬라브국가들을 제외한다면, 구소련에
거주하는 소수 러시아인들의 경제적, 사회적 불안정이 당분간 해소될 가능성은 없으며, 러시아로의 역이민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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