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선진국 미국의 고민 James Goldsborough 미국 샌디에고 유니온 트리뷴지 칼럼니스트   이민에 관한 작금의 미국에서의 논의는 과거와는 거의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이민개혁위원회(조던위원회)가, 새로운 취업 규칙을 통해 합법 이민을 적어도 현재의 3분의 1로 줄이고 불법이민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 겨우 5년 전의 일이다. 위원회의 이러한 제언의 배경에는 1986년과 1990년에 행해진 이민법 개정에 대한 비판과, 기록적인 숫자를 기록하고 있는 이민의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의 확산이 뒤에 깔려 있었다. 이민이 특히 많은 캘리포니아·애리조나·플로리다주 등지에서는 이민에 대한 적의가 높아졌고, 이러한 감정이 국내의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민삭감 제안 겨우 5년 후인 현재, 제안과는 반대로 미국으로 들어온 이민 수는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지금은 1년간 들어오는 이민이 110만 명 이상으로, 1900∼1920년간 ‘대이민시대’의 연간 약 70만 명 규모를 40만 명 이상 상회하고 있다(단순한 인구 비교로 보면, 현재 전체 인구에서 이민이 차지하는 비율은 0.4%로, 금세기 초기의 0.7%보다는 낮다). 이렇듯 대량 이민의 유입에도 불구하고 이민문제에 대한 미국 의회의 관심은 여전히 희박하다. 오늘날의 이민정책이 제 기능을 발휘하느냐의 여부 그리고 그것이 합법적인가 아닌가와는 관계없이,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의 요구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지금은 이민유입에 대한 아무런 제동장치가 없는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현재의 미국 실업률은 정상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4%에 그치는 한편 경제성장은 거의 5%에 달하며 개인소득이나 소비도 기록적인 수준에 있다. 이런 가운데 의회는 조던위원회의 제언을 잊어버린 듯하다. 2년 전, 의회가 각 연도의 ‘H1-비자’ 발행 수를 늘리지 않으면 Y2K에 의한 대참사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2000년 실리콘 밸리는 H1-비자 발행 수를 연간 20만 건으로 상향 조정할 것을 제안하였고 대통령 선거기간 중의 앨 고어와 조지 부시 그리고 의회도 이 제안에 동조하고 있다. 노동조합마저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사실, 미국노동총동맹 산별회의(AFL-CIO)는 불법이민 반대 주장을 취하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불법노동자의 조직화에 착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따라서 미국은 장차 그린카드(영주권)가 아니라 노동조합원증을 취득한 수백만의 불법이민으로 넘쳐날지도 모른다. 리처드 아미 하원 원내총무 등이 주창하고 있는 ‘열린 국경’에 지지를 공표하는 의원들은 거의 없으나, 실제 미국은 지금 국경 개방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일자리를 찾아오는 이민은 향후 수년 내에 연간 20만 명을 넘을 것이며, 친족 초청으로 이민 오는 사람이 46만 명, 난민도 12만 5천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양화 비자’(미국에의 이민이 적은 나라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영주권)가 5만 명에게 발급되고, 불법이민도 연간 30만 명 정도 유입될 전망이다. 이런 현상은 기업에게는 환영할 만한 일이며, 친족과의 생활을 희망하는 가족, 망명을 희망하는 난민에게도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값싼 노동력의 유입으로 딸기나 토마토 가격이 낮은 채로 유지되고, 하이테크 분야의 신흥기업도 중년의 미국인 프로그래머들에게 지불하는 액수에 비해 적은 급료로 젊은 인도인이나 중국인 프로그래머를 고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그린스펀 의장은 상원 공청회에서 이민을 칭찬하는 가운데 “이민에 의한 경제적 이익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문제도 있다. 특히 이민으로 인한 문화적 영향이 심각하다. 미국에 있어 이 문제는 백여년 간 계속 우리의 머리를 아프게 한 원인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문제의식’은 유입된 이민이 미국 사회에 제대로 동화되지 못한채 새로운 ‘하층계급’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한편, 하버드대학이나 랜드연구소의 전문가들은 (값싼 임금에 매료된) 기능을 가진 이민 때문에, 미국 기능 노동자의 임금 기준이 하향 조정돼 미국의 공적 교육자금 지출이 많아지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레이몬드 울트 노동차관도 최근 H1-비자에 관한 공청회에서 “이민 때문에 공적 교육을 향상시켜 보다 질 높은 노동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육시켜 실업자를 노동시장에 내보내려는 우리의 노력이 손상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현재의 이민정책은 앞으로 많은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 후퇴가 시작되었을 때, 대부분 숙련공이 아닌 이민 노동자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H-1 비자를 가진 40만 명에 더하여, 향후 3년 동안 또 60만 명의 젊은 엔지니어들의 입국이 허가되는데 그들이 고용계약을 끝낼 시기에 정부 프로그램에 의해 재훈련을 받은 미국인 엔지니어가 취직 활동을 개시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조지타운대학의 린제이 로웰은 H-1비자 노동자에 관한 새로운 연구에서 “대다수 노동자는 미국 영주를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로버트 버크 이민귀화국 부장관도 “모든 사람을 직업에 종사시키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기적과 같은 경제를 재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기적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임금은 하락하고 실업급여나 사회보장 급여는 늘어나고 범죄도 증가할 것이다. 6년 전의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사회적 대립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미국은 멕시코와의 국경에 더 높은 장벽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며, 애리조나 더글라스 국경지대를 자발적으로 순회하고 있는 자경단의 수를 더 늘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영주권을 원하는 수십 만의 이민이 노상에서 우왕좌왕할 것이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3분의 2는 더이상의 불법이민을 저지하고 합법적 이민의 수도 하향 조정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민문제에 관한 대통령자문위원회·미국과학학회·회계검사원·학술연구회의·랜드연구소·이민정책연구센터 등에 의한 이민 억제의 제언에도 불구하고, 이민의 수는 기록적인 증가를 계속하고 있다. 회피할 수 없는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의회와 대통령은 이민 정책 개혁에 우선 순위를 두고, 먼저 합법·불법 이민 쌍방에 대한 조던위원회의 제언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예로 판단하면, 의회는 손을 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든가, 아니면 더욱 사태를 악화시키는 정책을 취할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경우에 상황이 악화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관리할 수 없는 이민의 유입 1952년, 미국 의회는 트루먼 대통령에게 1920년대 이래 처음으로 이민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영국·독일·아일랜드 3국에 편중된 할당 제도나 동아시아 이민 금지 등 과거 법안의 결점들을 수정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그것을 증폭시킨 부분도 있다. 트루먼은 이 법안을 “우리 국가의 이상과 외교정책으로 볼 때 적절하지 않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의회가 거부권을 번복하자 트루먼은 ‘대통령이민귀화위원회’를 설립한다. 그리고 이 위원회가 정한 리포트가 미국 사상 가장 중요한 이민법이 된 「65년이민법」의 청사진이 되었다. 위원회가 리포트를 정리, 의회가 입법화하기까지는 13년의 세월을 필요로 했다. 1965년 10월 3일, 존슨 대통령은 마침내 「하트 세라-이민법」에 서명, 미국은 신이민 시대에 돌입한다. ‘대통령이민귀화위원회’는 미국 이민법의 세 가지 커다란 결점을 문제시하였다. 그때까지의 이민법은 외국인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인종·신념·피부색으로 인간을 차별하면서 미국의 존엄성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하트 세라 이민법은 그러한 차별을 철폐하고 이민 수를 연간 15만 4천 명에서 29만 명으로 증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이민 수입 수를 거의 30만 명까지 증가시킨 「65년이민법」에 의해 국별 할당제도가 없어지고 숙련 노동자보다 친족에 의한 이민을 우선한다는 이민원칙이 확립되어 보다 인도적이고 평등한 이민정책의 길이 구축됐다. 그러나 이 법 만큼 예상치 않은 결과를 가져다준 법도 없다. 실제 1965년의 법률은 이민을 억제하고 있던 댐의 문을 활짝 열어제친 것과 같았다. 친척 초청으로 입국하는 이민은 예상보다 3배 이상이나 많았다. 1970년대에는 베트남 난민에게도 이 원칙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65년이민법」으로 규정된 할당 수는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렸다. 베트남 난민에 이어, 1980년대에 피델 카스트로가 죄인이나 병자들 중 미국으로 이주를 희망하고 있던 사람들의 출국을 인정했기 때문에, 쿠바로부터의 이른바 ‘보트 이민’도 급증했다. 쿠바난민 다음에는 내전이나 멕시코의 빈곤으로부터 도망해 온 중앙아메리카로부터 많은 난민이 쇄도했다. 이렇게 하여 1980년대 전반까지 이미 미국은 이민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 미국 의회는 이에 대응해 두 가지 이민법 즉 1986년의 「이민에 관한 개혁 규제법」(IRCA)과 「90년이민법」을 통과시켰다. 의회의 법안 지지 세력은 1965년 이래 최초의 이민법 개혁이 된 IRCA를 ‘훌륭한 거래’라고 불렀다. 1986년의 시점에서 미국에 있던 불법이민 중에, 4년 전인 1982년 이후 국내에 계속 체류하고 있던 사람들은 위법성 여부를 불문하고 시민권 신청이 허가되었다. 이렇게 하여 3백만 명 이상의 불법이민이 그 ‘은혜’를 입었다. 한편 IRCA는 불법이민을 고용한 고용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여 불법이민을 없애려 의도했다. 고용주는 채용 때 상대가 어떤 법적 신분인가를 확인해야 했고 불법이민을 고용한 고용주에게는 벌금이 부과되었다. 그러나 고용주 벌칙규정은 참담한 결과로 끝났다. 의회는 고용주가 합법·불법 노동자를 구별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노동자신분증명 시스템을 법안으로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조 그린카드·사회보장카드·패스포트 등이 도심지에서 매매되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고용자 식별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고용주 벌칙규정으로는 불법이민의 유입을 막기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1996년 조던위원회는 IRCA에는 없는 인증제도로 사회보장카드에 근거한 컴퓨터 등록 시스템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의회는 이 제안이 포함하고 있는 1996년 불법이민개혁·이민책임법을 거부하고 있다. 의회는 IRCA로 불법이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1990년 이민법에서는 반대로 합법이민의 수입 수를 연간 82만 5천 명이라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가운데 70만 명이 이민, 12만 5천 명이 난민이다. 남부 국경으로부터의 이민 1993년 백악관에 입성한 클린턴 대통령은 곧바로 이민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선거에서 클린턴을 지지한 캘리포니아주는 당시의 주 재무장관이 “대공황 이래 최악의 불황”이라고 명명했던 경기후퇴로부터 겨우 벗어나려는 상황이었다. 9%의 실업률에 휘말려 있던 주로서는 최대의 두통거리가 매일 샌디에이고 국경지대를 넘어오는 수많은 이민이었다. 피터 윌션 주지사(당시)를 포함한 주의 공화당 멤버들은 이것을 위험한 정치문제로 파악하고 클린턴 정권에 이에 대한 대응을 요구했다. 1990년대에 설립된 조던위원회에서 장기적인 해결책은 제시했으나 클린턴은 단기적인 대응조치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 결과가 ‘케트키퍼 작전’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INS와 국경감시의 예산과 인원이 대폭적으로 증가하였다. 동시에, 태평양 연안 14마일에 걸친 광범위한 국경 펜스가 건설되었다. 텍사스주에서도 “축소된 케트키퍼 작전”이라고 불러야 할 ‘국경유지작전’이 법률에 의해 승인됐다. 케트키퍼 작전은 지금도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불법이민이 감소된 것은 아니다. 케트키퍼 작전은 이민이 들어오는 장소를 샌디에이고의 펜스지대로부터 캘리포니아주의 다른 지역이나 애리조나주의 유마로 이동시킨 것에 지나지 않았다. 샌디에이고 주변에서의 국경 순찰에 의한 체포 건수는 1994∼1998년 사이 45% 감소했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88%나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1994∼1998년간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국경지대에서의 체포 건수는 감소하고 있다”고 UC 샌디에고의 웨인 코널리어스는 지적한다. 케트키퍼 작전의 결과, 이 지역에서의 국경 돌파가 한결 위험해졌기 때문에 불법이민은 사막이나 산맥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오려 했다. 국경을 넘으려다가 생명을 잃은 사람의 수가 1994년에는 23명이었으나 1999년에는 145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국경에서 케트키퍼 작전이 개시된 이후 그 희생자는 750명에 달해, 미국과 멕시코간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체결에 따라, 멕시코의 경제 성장에 박차가 가해지면 국경을 넘어 미국에서 직업을 찾으려는 멕시코인도 감소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NAFTA 조인 후, 곧 금융위기가 멕시코를 엄습, 불법이민 유입은 격증했다. 역사적으로 멕시코는 미국으로의 불법이민이 종국적으로는 득이 된다고 보아 아무런 대책도 취하지 않았다. 멕시코인은 매년 수십 억 달러를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으며, 멕시코는 국경 경비는 미국측 책임이라는 방관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에서 생활하는 5∼6백만 명의 불법이민 대부분은 멕시코에서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이며 그 수는 연간 30만 명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잃어버린 기회 미국의 이민정책을 재검토하기 위해 설립된 조던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했다. 기록적인 이민의 수를 그대로 방치해야 할 것인가. 20년 동안 연간 70만 명씩 이민을 증가시킨 근거는 무엇인가, 1990년대 그리고 금후에도, 연간 110만 명의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조던 하원의원이 위원장으로 있었던 이 위원회는 적어도 미국에서도 흑은 세계적으로 봐서도 전례가 없는 이민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65년이민법」과 「86년이민법」이 놀랄 만한 결과를 가져온 것을 생각해 보면, 위원회에 의한 조사는 적절한 것이었다. 위원회의 임무는 합법·불법 양방의 이민을 조사하는 것이었으나, 결국 이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별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을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의회는 「86년이민법」과 「90년이민법」으로 합법·불법 이민을 정의하여 분리하려고 시도하였고, 조던위원회의 제안을 기반으로 하는 「96년이민법」도 재차 그것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러한 구별은 현실적으로도 개념적으로도 불가능했다. 불법이민의 수를 알지 못한 채 합법이민의 할당 수를 결정하는 것이 가능할까. 1990년의 법률은 IRCA에 의해 불법이민의 흐름을 억제하려는 전제에서 합법이민의 수를 82만 5천 명으로 정했으나 실제로 불법이민의 유입을 억제할 수는 없었다. 조던위원회는 합법이민에 관한 그들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불법이민에 관해서는 별도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합법이민과 불법이민을 구별할 수 없는 것은, 한 사람이 합법이민의 측면도 불법이민의 측면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세조사국은 그 두 가지를 구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INS에 의하면, 불법이민의 41%는 합법적으로 입국하여 불법체류하게 되고 나중에는 대부분 합법적인 이민이 된다. IRCA에 의해 3백만 명이 합법이민이 되었으며, 또 클린턴의 제언에 의해 금후 또 50만 명이 합법이민이 될 것이다. 합법·불법이민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의회는 1995년 포괄적인 이민정책의 개혁에 뛰어들었다. 의회도 대통령의 지지도 얻고 있던 조던위원회의 제언을 지지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던위원회는 (난민을 포함) 합법이민을 3분의 1 수준, 즉 연간 55만 명으로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경제적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기능을 가진 이민에 대해서는 미국 국내에 있는 ‘친족’의 정의를 확대하여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불법이민에 대해서는 컴퓨터 등록 시스템을 통해서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는가의 여부를 조사하는 것으로 이들을 배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제언은 만약 불법이민을 취업할 수 없게 한다면 미국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민 전문가 모두가 실질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이민이 미국 사회보장의 혜택를 받으려고 이 나라에 들어온다는 증거는 없다. 실제, 불법이민은 빈곤 가족에의 일시적 원조(TANF)나 생활보호보조급부금(SSI) 등 사회보장제도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조던위원회의 6년간의 노력의 성과인 제언은 결국은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합법이민을 줄이기 위한 법안은 폐기되었다. 고용주가 노동자의 법적 신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컴퓨터 등록시스템 도입 제안도 부결되어, 불법이민에 관한 법안은 보기 좋게 형해화됐다. 이렇게 하여 「96년이민법」도, 지금까지의 법률과 마찬가지로 실효성을 잃고 만 것이다. 무원칙한 이민장려책으로 이익을 얻은 것은 누구인가 거의 완전고용 상태인 미국이 물가나 임금상승을 피하기 위해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합에 가맹하고 있는 미국의 농부가 딸기를 수확하면 딸기 가격은 얼마나 오를 것인가. 미국은 늘 이민국가였는데 왜 이민의 숫자에 그토록 엄격한 구획을 둘 필요가 있는가. 국가는 고령화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더 많은 근로 납세자를 필요로 하고 있잖은가. 불법이민이 결국은 합법화되는데 왜 합법인가 불법인가가 문제인가.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한 의원은 1996년 조던위원회의 제언을 둘러싸고 “상황을 방치하면 캘리포니아주가 인구와 문화면에서 ‘아마게돈’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민자 3분의 1의 이주지는 캘리포니아이다. 이 주의 외국 태생 인구는 25%에 달하고, 그 대부분은 멕시코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다. “현재 라틴계 이민은 민족문화의 균형을 흐뜨러뜨려 잠재적으로는 국가의 아이덴티티 위기와 연관된다”고 한 신문은 지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로의 이민 수가 초점이 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이 이곳으로 집중되고 있으나 그것은 나라 전체의 문제이다. 새로운 이민사회가 남부·중서부·남서부·북동부에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 같은 적응과 동화의 문제는 미국 전역에 존재한다. 1997년 조던위원회로부터 이민법의 재정, 인구통계, 경제적 효과를 검토하도록 요청받은 전미연구평의회(NRC)가 만들어낸 조감도는 국경 개방론을 필두로 한 경제주의자들이 묘사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NRC는 “재정적으로는 높은 비율의 이민 유입은 불법이민도 세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워싱턴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주 정부나 지방 정부에 있어서는 좋은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NRC의 보고서는 랜드연구소 조지 바레즈, 하버드대학의 조지 보라스, 캘리포니아대학의 필립 마체네 등이 오랫동안 주장한 것과 거의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연구자들은 초기의 이민과는 달리 신 이민은 사회에서의 경험을 축적하여 기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보라스는 1965년 이후 전체 이민 가운데 비교적 숙련도가 높은 노동자의 수가 감소하여, 나라 전체의 비율과 비교하면 그 감소 폭이 점점 현저해진다고 봤다. 이민자가 기준 이하의 임금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태어난 산업·농업 노동자의 임금을 저하시키고 말았다. 농장이나 공장의 소유자들은 부자연적이기까지 한 저비용의 노동력에 의해 이익을 얻는다. 보라스는 “이민 자체가 수입 재분배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다”고 결론짓는다. 이민의 존재에 의해 임금이 저하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임금도 저하한다. 한편 고용주는 이민에 의한 임금 인하로 점점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고 분석하였다. 마틴의 연구도 이민과 캘리포니아의 ‘게스트 워커’(합법적 일시 노동력 수입) 프로그램에 의해, 외국태생의 하층계급이 늘 존재하게 되고, 그 결과 농장주는 보다 생산적인 설비에 투자할 동기를 잃어 경제에 하자가 생긴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고용주는 노동을 줄일 수 있도록 설비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 때문에 자금을 빼돌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민이 이민문제와 사회보장문제를 연결시켜 187호 제안을 지지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분석도 이미 두 가지의 문제를 연동시키고 있다. 현 시점에서 캘리포니아주의 사회보장 관련 지출의 약 40%는 이민이 세대주인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불법이민자에게는 주의 보조금을 받을 권리가 없다는 입장을 취한 윌슨 전 주지사는 187호 제안 지지자의 선두에 섰으며, 그의 말은 이론적으로는 정확하다. 문제는 주의 보조금 대부분이 공립학교나 TANF 등 불법이민자에게도 권리가 있는 것처럼 사용된다는 데 있다. 실제, 최고재판소는 불법이민의 자녀들을 공립학교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민정책을 둘러싼 모순은 “아이들은 미국인”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현실, 즉 불법이민자를 부모로 가진 미국 국적을 가진 아이들의 존재이다. 다른 가난한 미국인 아이들과 같이 이들은 TANF의 수급자격이 있다. 선진국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미국만이 양친의 법적 입장에 관계없이 국경 내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들에게 시민권을 인정하고 있다. LA 사회보장국에 의하면, TANF를 지급 받고 있는 62만 명의 아이들 가운데 12∼15만 명 정도가 불법이민자를 부모로 두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불법이민자를 부모로 두고 미국에서 생활하는 인구는 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존재는 INS에 곤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불법이민자는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으나, 미국국적을 가진 그들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한 의원은 “아이들은 미국인”이라는 현상을 시정하려는 법안을 제안하기도 하였으나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복잡한 이민문제에 대해 의회가 만들어낸 ‘만병통치약’은 숙련·비숙련을 불문하고 보다 많은 ‘게스트 워커’를 인정한다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20만 명 규모의 ‘게스트 워커’를 인정하는 H1-B 비자를 지급하면 그들이 불법이민자가 되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다. 매년 인정되고 있는 영주권보다도 기한이 찬 그들의 비자수가 몇 배나 많기 때문이다. ‘아쿠조프’라고 불리는 농업 부문의 ‘게스트 워커’ 법안도 의회에 다시 제출될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10만 명 정도의 불필요한 ‘게스트 워커’가 흘러 들어올 것이다. 최근의 회계검사원의 보고에 의하면, 미국은 농업노동자가 부족하나 캘리포니아주 몇 지역은 실업률이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법안을 로비하는 농장주의 의도는 오직 임금을 내리는 데 있다. ‘게스트 워커’ 법안은 의회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이민정책 ‘개혁’의 하나이다. 의회는 이러한 시책에 의해, 실제로는 아무런 손을 쓰지 않고 단순히 이민이 제한된다는 환상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이민의 전문가들은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에 비판적이다. 조지타운대학의 수전 마틴은 “일시적인 노동자 수입정책 만큼 이 나라에 이민을 영속적으로 살게 하는 프로그램은 없다”고 말한다. INS의 도리스 메스나도 「98년이민법」의 ‘게스트 워커’ 조항에 반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밖에 지불하지 않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고용주는 보호장치가 없는 계약노동자들을 아주 간단히 희생시키고, 계약을 방패로 근로기준에 대한 노동자들의 주장을 봉쇄하고 있다. 세금을 내면서도 사회보장이 되지 않고 또 그들 자신이나 그 가족이 사는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없는 이러한 이민의 수입을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 상황을 관리하기에는 이민은 미국 인구와 힘의 원천이다. 미국은 적어도 완전한 고립주의 국가가 아니다. 미국이 ‘글로벌한’ 안보상·경제상의 이익을 지닌 나라임을 증명해 온 20세기의 역사를 보더라도 이는 분명하다. 또 미국이 국내에 다양한 민족을 내포하고 있음도 자명한 사실이다. 그것이 미국과 세계 다른 지역의 연결을 촉진한다. 따라서 이민정책은 외교정책의 일부이기도 하다. 미국의 국익가 마찬가지로 미국의 문화는 미국사회의 다양성에 의해 도출되며, 적어도 경제력이나 군사력과 동일한 정도의 세계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만약 미국이 이민을 국가 정체성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다면, 지금 불합리한 이민이 가져오는 위험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증가하고 있는 이민은 강력한 힘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교육·소득재분배·고용·사회보장의 불균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민의 대량유입은 커뮤니티를 공유하는 시민들 사이의 긴장뿐 아니라, 이민이 넘쳐나는 주와 그렇지 않는 주, 그리고 주·지방·연방정부 사이에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긴장은 법률이나 정책을 ‘다양한 언어가 아니라’ 영문 표기만으로 할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에서부터 이민관련 사회보장비를 연방정부가 부담하도록 요구하는 주에 의한 소송, 불법이민의 체포·대응·억류·본국 송환방법에 관한 연방·주·지방의 당국간의 논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기록적인 수준에 있는 이민자 수는 캘리포니아·애리조나·플로리다·뉴저지·일리노이 등의 주에게 커다란 부담과 긴장을 강요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주로 점점 확산되고 있다. 조지타운대학 국제이민연구소의 수전 마틴은 “경제가 하강하기 시작하면 미국 전체에 캘리포니아 이상으로 대규모적인 반이민정서가 확산될지 모른다”고 경종을 울린다. 만약 의회나 차기 대통령이 조던위원회의 제언에 따라 합리적인 해결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부캐넌 등의 정치가가 주장하는 불합리한 해결책이나 187호 제안과 같은 차별적인 구상이 증가할 것이다. <출전 ; Foreign Affair, 2000. 7-8., 편집실 역, 민족연구 제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