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소수민족의 현황과 정책

노진호 / 고려대 정외과 석사과정

1. 서 론

이 글에서는 우선 네덜란드의 구별된 민족들의 현황을 파악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소수민족들이 혈연적인 구별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구별되는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고자 한다. 소수민족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는 네덜란드인과 비교하여 볼 때 다분히 계서적 관계의 하층을 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민족 집단간에도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다. 본문에서는 네덜란드 소수민족의 현황에 대해서 구체적 자료를 통해 분석할 것이다.

네덜란드 소수민족의 현황에 이어 살펴볼 것은 네덜란드 정부의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이다. 네덜란드의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은 ‘통합(integration)’ 정책으로 정의되고 있다. ‘통합’ 정책은 기본적으로 국민통합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로써 네덜란드 정부는 소수민족에 대해 포용의 의도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유럽의 여타 국가에 비해 소수민족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정책을 펴왔다. 이는 소수민족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들을 수리남인, 모로코인 등이 아니라 네덜란드인으로 부르도록 하는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실제로 존재하는 민족적 구별와 차별을 네덜란드 정부로 하여금 애써 무시하도록 하는 효과도 가지고 왔다. 공공연히 존재하는 민족에 따라 구별되는 사회 경제적 지위와 불법적 이주와 그러한 이주로 인해 발생하는 불법적 고용 행위 등과 같은 소수민족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네덜란드 정부는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는다.

2. 네덜란드 소수민족의 현황

<그림 1> 네덜란드 인구중 이주민의 비율(1500-2000)

J. Lucassen and R. Penninx, Newcomers. Spinhuis Publishers. 1997. p. 29. (http://www.psw.uva.nl/imes/stats.htm 검색일 2001. 1. 31.)

일반적으로 네덜란드로의 국제적 이주는 최근의 현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16세기에서 20세기까지의 추이를 보여주는 <그림 1>에서 보듯이 186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의 약 100년 간의 시기를 제외하고 네덜란드로의 국제적 이주는 상당히 진행되어 왔다. 이주민의 유입은 1600년대에 최고조에 달했다가 점차 완만히 감소하고 1800년대 이후로 급속히 감소하였다. 그리고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는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림1>에서 보여지는 곡선은 19세기 이전에는 주로 아프리카로부터의 이주민과 주위 다른 유럽 국가로부터의 이주의 증감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며 20세기 중반 이후는 경제적 이유로 인한 아시아 국가로부터의 이주민의 증감에 영향 받은 것이다.

이주의 동기는 이전 식민지 통치의 영향이 크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나타나는 것과 같이, 식민 통치가 끝난 이후에도 식민지와의 경제적 사회적 네트워크가 여전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또한 주변국의 전쟁이나 내전 등이 많은 난민의 유입을 발생시켰으며, 세계대전은 반대로 타국으로부터의 이주를 막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이외에 네덜란드의 정책과 이주자 혹은 잠재적 이주자들에 대한 인식이 이주의 증감에 영향을 주었다. 물론 정책의 변화는 이주자의 증감뿐만 아니라 이주자들의 상태에도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는 이주자들을 적극적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정책을 써서 결과적으로 불법적이고 비공식적 상태의 이주를 증가시키기도 하였으며1), 독일 정부는 이주민들을 엄격히 통제하여 이주민들이 소규모의 사업이라도 시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반해 네덜란드 정부는 과거부터 꾸준히 통합정책을 써왔는데2) 이러한 정책은 네덜란드 정부로 하여금 이주민들의 특수한 상황을 애써 무시하도록 만들었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의 소수민족들은 소규모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고, 이러한 이유로 네덜란드로의 유입이 증가하였다. 그러나 네덜란드 정부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네덜란드 내에서 소수민족 특히 제3세계로부터 이주한 이주민에 대한 불법적이고 열악한 노동 조건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하기도 하였다.3)

1960년대 중 후반부터 줄어들었던 이주가 늘어났는데, 터키와 모로코 노동자들의 유입에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이 시기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는데, 그 동안 꾸준히 쇠퇴하던 의류사업과 같은 소규모 영세 산업이 부흥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다수 선진 공업국가에서 있었던 현상으로서 본질적으로 값싼 노동력이 유입됨으로써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노동력의 유입은 이 시기까지 감소하던 이주민이 다시 증가된 결과이자 원인이기도 하였다.

중부 유럽과 동유럽으로부터 이주해 온 유대인들이 전통적으로 소규모 사업에 종사하였는데, 이들 일부는 영세한 제조업 분야를 벗어나 타 산업으로 전업하기도 하였고 일부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의해 산업적 기반을 잃기도 하였다. 유대인들이 맡았던 부문에 공백이 생기면서 타민족의 이주민들이 이 부문으로 흘러들어, 의류산업과 같은 소규모 영세 산업에 종사하기 시작하였다. 베스트팔렌에서 이주한 구교도들과 터키와 모로코에서 유입된 값싼 노동력이 유입되었고 비숙련 노동력은 다시 네덜란드에서 소규모 영세 산업이 증가하도록 만들었다.4) 네덜란드에서 20세기 중반 이주민의 증가는 소규모 영세 산업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현재 암스테르담 대학의 ‘소수민족 및 이주민 연구소’ 등과 같은 기구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20세기 중반의 이주민 증가 현상이 소규모 영세 산업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네덜란드 소수민족의 경제적 지위와 연관되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소수민족은 자영업체를 가지고 있는 경우일지라도 유대인이 빠져나간 산업부문의 영세 업체를 경영함으로써 하청계열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가 주로 영세 업체의 노동력으로 유입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업체들의 특성상 소수민족은 상당히 광범위하게 불법적이고 열악한 노동조건에 종사하게 되었던 것이다. 네덜란드의 법은 여타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상당히 관대한 편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정부의 정책은 주로 ‘통합’ 정책으로 일관되고 있기 때문에, 열악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

네덜란드 소수민족의 사회적 지위가 네덜란드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지만 소수민족 내에서도 역시 약간의 편차가 나타나고 있다. 주로 수리남인과 안틸리스인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향상된 지위를 가지고 있는 편이며, 모로코와 터키인의 지위가 그보다는 낮게 분포되어 있다.

<표1>에서 보듯이, 단일민족으로서는 수리남인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터키인과 모로코인의 순으로 분포되어 있다. 민족의 숫적 분포에서 특이할 만한 것은 가장 큰 소수 민족인 수리남인의 경우, 이들 중의 40%가 이미 이주민 2세 이상으로서 사회적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5) 일반적으로 이주의 역사가 긴 민족일수록 지표상으로 향상된 지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민족적 네트워크가 점차 기반을 다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6) 네덜란드에서는 네덜란드인과 일본이나 북미에서 온 이주민을 제외하고는 차이가 미미하기는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온 수리남인과 서인도제도에서 온 안틸리스인이 여타 민족에 비해 상대적으로 향상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표 1> 네덜란드의 소수민족 비율(1971-1997)

(단위 : 천명)

출처: P.T.M. Tesser, F.A. van Dugteren, J.G.F. Merens: Rapportage minderheden 1998: de eerste generatie in de derde levensfase, SCP, Den Haag, 1998. (http://www.pscw.uva.nl/imes/stats.htm 검색일. 2001. 1. 30.)

<표1>에서 나타난 것처럼 네덜란드의 4대 소수민족은 수리남인, 안틸리스인, 모로코인, 터키인 집단이다. 소수민족들은 네덜란드에서 주로 하층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교육에 있어서도 네덜란드인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표2>는 소수민족과 네덜란드인의 교육 수준을 도표화 한 것인데, 전반적으로 네덜란드인에 비해 교육 수준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터키인과 모로코인의 경우 초등 이하의 교육 수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1998년 현재 각각 65%와 74%로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1998년의 수리남인의 경우인데, 이들은 다른 민족에 비해 상대적으로 향상된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이주 2세대 비율이 40% 이상 넘어가면서, 2세대의 교육수준이 네덜란드인의 평균치에 가까워 감을 보여주고 있다.

<표 2> 소수종족과 네덜란드인의 교육 수준

(단위: %)

		무 학	초 등	중 등	고 등	대학교육
터키인	1991	23	52	17	7	1
	1998	29	36	16	15	4
모로코인	1991	64	22	9	3	2
	1998	47	27	10	11	4
수리남인	1991	12	28	37	17	7
	1998	9	20	31	24	15
안틸리스인	1991	9	28	36	19	7
	1998	9	20	30	27	15
네덜란드인	1991	3	19	32	25	20
	1998	0	18	27	26	28

출처: Edwin Martens, Minderheden in Beeld (SPVA'98), ISEO, Rotterdam 1999; E.Martens, Th.Roeland & J.Veenman, MinderhedNederland:socialepositie en voorzieningengebruik van allochtonen en autochtonen 1991, ISEO, 1992: page 29 (http://www.pscw.uva.nl/imes/stats.htm 검색일.2001.1.30.)

낮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노동력이 직업적으로도 상층을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이는 경제적 수준으로까지 연결된다. 소수민족의 노동시장에서의 지위를 살펴보기 위해 <표3>을 보자. 이는 1991년과 1998년의 통계로 노동시장 참여 인구란 민족 전체 인구 중에서 1991년에는 적어도 주 19시간의 노동을, 그리고 1998년에는 적어도 주 12시간의 노동을 하는 인구와 노동을 희망하는 인구를 지칭한다. 그리고 실업인구란 노동시장참여인구 중에서 등록된 실업 인구의 비율이다.

<표 3> 소수종족과 네덜란드인의 노동시장참여인구와 실업

(단위: %)

	노동시장참여인구		실 업 인 구
	1991	1998
터 키 인	55	47	31
모 로 코 인	43	44	36
수 리 남 인	61	66	26
안 틸 리 스 인	59	62	31
네 덜 란 드 인	63	69	7

출처: Edwin Martens: Minderheden in Beeld (SPVA'98), ISEO, Rotterdam 1999; E.Martens, Th.Roeland & J.Veenman, Minderheden in Nederland: sociale positie en voorzieningengebruik van allochtonen en autochtonen 1991,ISEO, 1992: page(http://www.pscw.uva.nl/imes/stats.검색일.2001.1.30.)

노동시장 참여 인구는 네덜란드인이나 소수민족이나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실업의 비율은 네덜란드인이 한 자리 수를 유지하고 있음에 반해 소수민족은 모두 30% 이상을 나타내고 있어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결국 이들의 경제적 지위가 낮으며 또 상당히 유동적임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표 4> 종족집단의 직업수준 1998

(단위: %)

	최 소	하	중	상	최 고
터 키 인	28	46	19	6	1
모로코인	33	42	19	5	1
수리남인	14	36	33	12	4
안틸리스인	12	34	34	14	7
네덜란드인	6	27	33	24	9

그리고 <표4>는 민족 별로 차지하고 있는 직업의 수준을 도표화한 것인데, 여기서도 네덜란드인과 소수민족의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표에서 말하는 ‘최소’란 직업 훈련이 거의 필요 없을 만큼의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며 ‘최고’는 학사 학위 이상의 학위를 가진 최고의 전문교육 수준을 말한다. 이러한 기준으로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네덜란드인은 높은 교육 수준을 요구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음에 비해 터키인과 모로코인은 낮은 수준의 교육을 요구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5> 소수종족의 기업인 수와 총노동력에 대한 비율

	기업인 수			총노동력에 대한 비율
	1986	1992	1997	1986	1992	1997
수리남인	1,725	4,148	6,233	2.0	4.5	5.4
안틸리스인	405	1,003	1,629	2.9	4.6	6.3
터키인	1,895	5,385	7,453	2.9	7.8	12.2
모로코인	866	1,912	2,844	3.3	5.0	5.9

출처: van den Tilaart & Poutsma 1998: 39-40. (J. Rath & R. Kloosterman, 'Outsiders' business. Research of Immigrant Entrepreneurship in the Netherlands', International Migration Review. 1998. p. 34.에서 재인용.)

<표 6> 1993년 암스테르담에서의 소수종족 기업인의 수와 비율

	터키인	모로코인	수리남인
기업인수	1,015	429	915
노동력에서의 비율(%)	12.8	4.7	3.5

출처: Edwin Martens: Minderheden in Beeld (SPVA'98), ISEO, Rotterdam 1999 (http://www.pscw.uva.nl/imes/stats.htm 검색일. 2001. 1. 30.)

다음으로 소수민족 출신의 기업인 비율을 살펴보면, <표5>와 <표6>에서의 기업인은 자영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노동력을 포함한 수치이다. 결국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다수의 노동력이 노동자로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교육의 정도나 직업 교육의 수준에서 수리남인에 비해 낮게 나타난 터키인들이 기업인 수와 비율에 있어서는 상당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기업인에 영세 자영업체들, 즉 자신 소유의 업체에서 주로 혹은 전적으로 자신의 노동에 의해서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것을 감안한다면 터키인들이 영세 자영업에 상당수 종사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특히 터키인들은 제조공업에 상당수 종사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표7>의 직종에 대한 통계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표 7> 1993년 암스테르담의 소수종족 기업인들의 직업 부문

	터키인	모로코인	수리남인
제조(공)업	224	6	17
도 매	141	37	162
소 매	183	127	223
식 당 업	235	143	176
용 역	91	49	111
기 타	26	18	83
계	900	380	772

출처: Choenni 1997: 61.(J. Rath, 'A game of ethnic musical chairs? Immigrant businesses and the formation and succession of niches in the Amsterdam economy', pp. 26-43. in Body-Gendrot & M. Martiniello (eds.), Minorities in European cities. The Dynamics of Social Integration and Social Exclusion at the Neighbourhood Level. Macmillan Press. 1997.에서 재인용)

<표7>은 소수민족의 기업인들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 표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각 소수민족 집단이 주로 종사하고 있는 산업 분야가 각기 다르다고 하는 점이다. 모로코인은 주로 식당업에 종사하며 두 번째로 소매업에 종사하는 데 반해, 수리남인은 소매업 다음으로 식당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차이는 매우 적은 것이다. 반면 도매업의 경우 모로코인에 비해 수리남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종사하고 있다. 또한 터키인의 경우는 모로코인과 수리남인과는 달리 제조공업 분야에 상당 수 종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터키인의 경우 수리남인과 모로코인에 비해 기업인의 수가 더 많은데, 그것은 주로 모로코인과 수리남인이 거의 하지 않는 제조업에 다수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수민족의 경제적 지위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 교육과 직업훈련, 그리고 그에 따른 직업적 분포와 실업에 있어서나 네덜란드 소수민족은 경제적으로 낮은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 지위가 네덜란드 소수민족의 정치적 지위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네덜란드 소수민족의 정치적 진출은 미미한 편이다. <표8>은 주요 도시의 지방의회에 진출한 소수민족 출신의 의원수를 나타낸 것이다.

<표8>은 네덜란드 소수민족의 정치적 진출이 그 인구에 비례하여 미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 진출 이외에도 단체를 결성하여 자신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 역시 정치적 활동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역시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다. 예를 들어, 암스테르담의 경우 몇몇의 소수민족 단체들이 결성되어 있는데, 암스테르담 터키여성연맹(ATKB)이나 수리남 예술가 조직(Ons Suriname)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단체들은 독자적 목적으로 설립되어 암스테르담 지방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이러한 단체들은 모두 단체 당 2만 길더에서 10만 길더까지 지급되는 지방정부 보조금에만 의존하게 되었으며, 이 대가로 지방정부는 각 단체의 활동에 개입하고 있다. 이러한 개입은 각 단체로 하여금 자율성을 상실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정치적 활동은 거의 할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7)

<표 8> 네덜란드 주요 도시의 지방의회에 진출한 소수종족 의원수

	1986-1990	1990-1994	1994-1998	1998-2002
암스테르담	3	4	8	11
로테르담	1	2	2	8
덴하그	1	3	2	6
유트레히트	0	3	4	6
아인트호벤	2	1	2	1
잔스타트	1	1	3	3

출처: http://www.pscw.uva.nl/imes/stats.htm (검색일. 2001. 1. 30.)

다음으로 이들의 정치적 입장을 살펴보면 이들은 상대적으로 녹색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편이다. 또 부분적으로는 사회당에 대한 지지도도 평균 이상이다. 이를 수치상으로 보면 전체 네덜란드에서 사회당이 획득하고 있는 득표율은 2%에 그치고 있는데, 수리남인과 안틸리스인은 각각 3%와 6%, 그리고 기타 소수민족은 총 6%의 지지를 보내고 있다.8) 그리고 녹색당의 경우는 그 차이가 현저한데, 전체 네덜란드에서 녹색당이 차지하고 있는 득표는 4% 정도인데 반해, 터키인은 16%, 모로코인은 45%, 수리남인은 11%, 안틸리스인은 13%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에 있어서 개방적인 녹색당과 좌파가 상대적으로 높은 득표력을 갖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3. 네덜란드의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

현재 네덜란드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연구는 세계의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활발하다. 1970년대까지의 연구는 간헐적이고 비체계적으로 이루어졌으나 1980년대 이후에는 교육, 건강, 주택, 고용 문제 등과 같은 분야를 망라한 학문 상호간 연구가 활발하게 되었다. 지난 20년간 네덜란드에서 발표된 소수민족과 이주민에 대한 연구 논문은 약 7000 편에 달하며 이는 하루에 하나 꼴로 발표된 셈이다.9) 이러한 결과는 네덜란드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의한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1980년에 처음으로 지중해 연안 국가들로부터 온 노동자들과 이전의 식민지에서 온 이주민들이 네덜란드인이며 일시적 방문자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동시에 네덜란드 정부는 소수민족을 네덜란드 국민으로 통합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일관성 있는 소수민족 정책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으며, 이에 따라 1980년 이후 소수민족과 이주민들에 대한 수많은 프로젝트에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시행했던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소수민족 연구에 대한 규모의 문제뿐만 아니라 연구가 제도화되는 속도 또한 놀라울 만큼 빨랐다. 예컨대 1978년 네덜란드의 사회문화부 장관은 ACOM이라고 부르는 ‘문화적 소수민족 연구에대한 자문 위원회’를 설립하였으며 1983년에 네덜란드 교육과학부 장관은 다민족 사회 연구를 위한 기구를 암스테르담과 유트레히트에 설립하였다. 이후 계속해서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일련의 기구들이 설립되었다. 그리고 1988년에는 NWO라고 부르는 ‘네덜란드 과학적 연구 기구’가 당시 이미 100 명 이상의 연구원을 보유한 SCSEM이라고 불리는 ‘소수민족에 대한 사회, 문화적 연구 기구’를 공식 인정하였으며 NESRO (Netherlands Foundation for Legal Academic Research), STEGON(Foundation for Research in Theology and Religious Studies in the Netherlands) 등이 설립되어 노동 부문과 종교 부문의 소수민족 문제를 연구하기 시작하였다.10) 특히 STEGON의 종교적 차원에서의 연구는 네덜란드 소수민족이 주로 이슬람 교도들11)이라고 하는 점을 감안해서, 문화적으로 상이한 소수민족들을 어떻게 네덜란드인으로서 통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으로 네덜란드 정부로서는 매우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이외에도 전적으로 소수민족 문제만을 연구하는 기구들과 부분적으로 소수민족 문제에 주제가 연관되어 있는 연구소들이 다수 설립되었다. 그리하여 정부와 학계간의 연계로 인해 정부의 통합정책에 대한 경험적 자료를 학계에서 제공하였고 정부는 연구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였다.

학계에서의 연구는 주로 민족의 문화적 차이에 집중되었다.12) 정부는 통합을 소수 민족의 문화적 차이를 해소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암스테르담 대학의 잔 라쓰(Jan Rath) 교수는 이러한 접근이 거꾸로 통합 정책의 원래 의도와는 달리 소수민족이 가진 차이가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13) 그는 이러한 접근법을 소수민족 패러다임(minorities paradigm)이라고 부르는데, 결국 소수민족은 문화라고 하는 심연에서부터 네덜란드인과 구별된다고 하는 사고방식과 맞닿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라쓰 교수의 주장처럼 네덜란드의 소수민족에 대한 연구는 주로 민족의 문화적 차이, 종교적 차이 등을 강조하는 것들이었다.

네덜란드 정부 정책이 통합정책이라고 했을 때, 이 통합정책이 의미하는 바는 네덜란드 국민이라는 소속감을 갖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접근은 당연한 것이었다. 소수민족이 자기를 동일시하는 대상이 네덜란드이어야지 자신들의 민족이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견해가 정책 수립에 있어서 지배적인 것이었다. 때문에 이질적인 문화를 동질화시킴으로서 소수민족의 자기 동일성(identification)을 네덜란드 국민주의(nationalism)로 각인 시키고자 하는 정책은 학계로 하여금 문화적 차이와 종교적 문제를 연구하도록 자극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소수민족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지위에 있어서 아직도 하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인과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이들 소수민족은 자신들 나름의 문화를 유지하면서 네덜란드인에 동화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이슬람교도들이며 여전히 전통음식을 먹는다. 라쓰 교수는 때문에 ‘소수민족 패러다임’은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면서, 학계와 정부 정책 입안자들은 ‘소수민족화 패러다임(minorization paradigm)’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족의 문화적 차이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주장이며, 민족의 문화적 차이는 통합의 대상이 아님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수민족에 대한 정부 정책은 어떠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라쓰 교수는 현재의 소수민족은 문화적 차이를 가진 원래부터 소수민족이었기 때문에 소수민족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그리고 특히 경제적 소수민족화를 통하여 소수민족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문화적 차이는 엄존 하지만, 그것은 통합의 대상이 아니고 오직 그들의 경제적 차별을 해소하는 길이 네덜란드 소수민족 정책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14)

현재 네덜란드의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은 기본적으로 통합정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네덜란드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은 변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현재 드러나고 있는 네덜란드 소수민족의 낮은 사회 경제적 지위는 통합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통합 정책의 부분적 결과로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통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결론이 날 수도 있다. 지난 시기 앞서 살펴본 도표들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시간이 갈수록 소수민족의 지위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덜란드의 통합정책이 계속 유지될 것인지 혹은 변경될 것인지는 현 상황으로서는 매우 유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4. 결 론

네덜란드의 소수민족 문제가 드러내는 사실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현 시기 ‘전근대’ 시대에 존재하는 국민으로 통합되지 않은 민족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며, 또 하나는 지난 시기 동안 네덜란드 정부는 ‘근대’적 사고방식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해 왔다는 것이다. 근대적 사고방식 하에서는 통합되지 않은 민족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단지 아직도 근대의 기획이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할 뿐이며 네덜란드 정부는 통합정책을 지속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할 것이다. 이에 반한 사고방식은 현재를 포함하는 지금도 전혀 ‘근대’적이지 않은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로부터 개념으로서의 ‘근대’와 시기로서의 ‘근대’를 구분하고 근대적 사고방식의 무의미성을 지적할 것이다. 이들은 네덜란드 통합정책의 국민통합적 문화 정책의 성격을 바꾸고자 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다만 지금 이 시기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근대적 사고방식에 대한 입장이 다소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이것이 네덜란드 소수민족 정책의 현재이다.

1) http://www.nidi.nl/pushpull/dest/indexdest.html, 검색일. 2001. 1. 31.

2) J. Rath, Minorization: The Social Construction of ‘Ethnic Minorities’, 1991. p. 280 .

3) J. Rath, “Unraveling the Rag Trade,” Immigrant Entrepreneurship in the Garment Industry in Britain, France, the Netherlands and the USA, (Berg Publishers, 2001). http://home.pscw.uva.nl/rath/ImmEnt/garment2.htm, 검색일. 2001. 1. 30.

4) J. Rath, “Unraveling the Rag Trade,” Immigrant Entrepreneurship in the Garment Industry in Britain, France, the Netherlands and the USA, (Berg Publishers, 2001). http://home.pscw.uva.nl/rath/ImmEnt/garment2.htm, 검색일. 2001. 1. 30.

5) A. J. Van Heelsum, The ethno-cultural position of second-generation Surinamese in the Netherlands (Het Spinhuis, 1997).

6) http://www.nidi.nl/pushpull/dest/indexdest.html, 검색일. 2001. 1. 31.

7) A. Heelsum & R. Penninx, “Evaluating intergration and participation policies for immigrants and minorities in an Amsterdam district: Oost,” UNESCO MOST report, pp. 38-44.

8) http://www.pscw.una.nl/imes/stats.htm, 검색일. 2001. 1. 31.

9) J. Rath, “Ethnic minority studies in the Netherlands,” in P. Ratcliffe ed., Sociology, the State and Social Change(Macmillan Press, 1999), p. 1.

10) Ibid., p. 3.

11) 북아프리카와와 소아시아 지방에서부터 온 이주민들은 주로 이슬람교도들이었다. 이에 대한 연구로는 A. Meyer, J. Rath, K. Groenendijk, R. Penninx, Western Europe and its Islam: The Netherlands, Belgium and Great Britain React to an Emerging Religious Community?(Spinhuis Publishers, 1996) 참조.

12) J. Rath, op. cit., p. 280.

13) Ibid., p. 280.

14) Ibid., p. 280.

<민족연구 제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