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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 - 1990년대 이후를 중심으로 유정석(본원 연구원)
미국이나 중국, 캐나다, 러시아와 같은 나라들은 대표적인 다민족국가로 민족문제가 상존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나,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단일민족의 신화를 가지고 있는 국가에서의 민족문제라 하면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의 세계화, 국제화는 어느 국가도 피해갈 수 없는 물결이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이들 전통적 단일민족 국가인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에서도 어느 듯 민족문제에서 초연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내고 말았다. 이 글에서는 한국에서의 민족문제의 전면적인 대두를 만들어 내고 있는 가장 중심적인 내용인 외국인노동자들의 유입배경과 현재 한국의 외국인 현황, 그리고 이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정부의 정책적 대응을 분석하고, 이를 일본, 대만 등 주변국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과의 비교를 통하여 한국외국인 노동자 정책, 즉 세계화 시대의 올바른 민족정책의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1, 외국인 노동자 유입 배경 국제적 배경 제2차 대전이후 선진국들의 경제모델은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 모델이었고, 이는 유럽과 북미에서 실현되고 있었다. 하지만, 국가 세입의 재분배를 통한 복지비용의 과도한 지출은 기업가의 투자의욕을 감소시키고, 노동자의 근로의욕을 감소시키며 1980년대 들어, 국가는 재정적 위기상황에 처하게된다. 영국은 대처 수상의 등장으로 대처리즘(Thatherism)이, 미국은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라 불리는 정책을 각각 내놓았다. 이들 모두는 복지국가의 해체 및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으로의 전환을 의미하였다 신자유주의 정책이란,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시장의 경쟁적 성질에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성장을 촉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성장을 위해 기업은 노동의 유연화, 수적 유연화, 보수 유연화 과정을 통해 노동자 집단을 해체시키게 되었고, 노동자는 국가가 제공하던 사회적 보호막(social safety net)이 사라지고 시장에 자율성이 부여된 상황 하에서 해체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제 초점은 자본가의 투자와 기업의 생산성에 맞추어졌고, 국가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주어지게 되던 복지는 최소화되었다. 유럽의 노조는 영국을 제외하곤 급격히 몰락하였으며 자본의 국제적 이동뿐 아닌 노동의 국제적 이동도 시작되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유럽뿐 아닌 전 세계를 강타하며 모든 국가에게 같은 식으로의 변화를 요구하며 구조조정에 압력을 가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었다. 아시아에서 노동의 국제적 이동이라면 산업 후진국에서 산업 선진국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즉, 동남아로부터 일본, 한국, 대만 등으로의 유입이 그것이었다. 국내적 배경 한국에서는 1980년대 고도성장에 따라 산업부문의 인력수요는 늘어나는데 비해 노동공급의 양적 증가는 크게 둔화되어 왔다. 그로 인해 1980년대 말부터 인력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특히 중소기업에서 생산 관련직에서의 인력부족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1989년 인력부족 율이 3.2%에서 1991년에는 5.5%로 급증하였다. 특히 생산직의 부족현상이 가장 심각하여 1991년에는 부족 율이 9%를 넘었고 이 중에서 종업원 30인 미만의 소기업의 생산직 부족 율은 15.3%를 기록하였고, 30∼99인 규모의 중소기업도 생산직 부족 율이 12.6%를 기록하였다. 고도성장에 따라 임금수준도 꾸준히 증가하였고, 특히 1987년 이후의 노사분규의 급격한 증가로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급상승하였다.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 급상승하게 됨에 따라 아시아지역 개발도상국과의 임금격차는 확대되었다. 1990년 기준으로 볼 때 한국 노동자의 월평균소득은 중국 노동자의 26배 가량 되었고 태국 노동자의 5배 가량 되었다. 인력부족과 임금상승과 같은 경제적인 요인 이외에 내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한 인식변화도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경제발전이 지속된 1980년대 중엽에는 '3D'(Difficult, Dirty, and Dangerous) 직종의 일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3D현상의 특징은 이 직종의 인력난이 심해서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더라도 취업을 원하는 노동자들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3D직종에 집중된 중소기업체나 영세기업체 입장에서는 임금수준을 높여 내국인 노동자를 유인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렇게 노동환경과 보수가 열악하여 내국인 노동자가 기피하는 분야에 인력공백이 발생하였고 이 공백을 아시아지역 개발도상국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충원하게 되었다. 2,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 현황 외국인 노동자라 하면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외국인 노동자를 칭한다. 국내의 외국인노동자는 크게 합법취업자, 산업연수생, 불법체류취업자로 분류된다. 이중 합법취업자는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등록되고 취업이 허용된 외국인노동자고, 불법체류취업자는 출입국관리법 상 취업의 목적이 아닌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하여 취업하거나 산업연수생제도로 입국하여 연수업체를 이탈한 자, 그리고 외국인 산업연수생은 산업연수비자를 받아 국내에서 취업중인 자를 칭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구조사는 법무부가 주관하고 있으나, 밀입국, 합법 체류기간 말소 등의 이유로 불법체류자가 증가해서 정확한 인구조사는 어려운 실정이다. 법무부는 이러한 이유로 최근 부랴부랴 미봉책으로 불법 체류자 자진신고제도를 공포하고, 2002년 3월 25일부터 5월 25일 까지 불법체류외국인 자진신고기간을 설정하여 이 기간 내에 신고한 모든 불법체류외국인과 그 고용주에 대하여 처벌을 면제하는 동시에, 2003년 3월 31일까지 최장 1년 범위 내에서 출국 준비기간을 부여했다. 또한, 자진 신고기간 내에 출국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은 재 입국 규제를 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신 신고기간 내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체류 외국인 및 그 고용주에 대하여는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적발될 경우 엄중히 처벌하는 조처도 포함했다. 이러한 조치는 근본적인 문제해결 보다는 말 그대로 미봉책에 불과하다. 외국인 노동자 현황 2001년 3월말 현재 국내에 불법체류중인 외국인 노동자 수는 26만5천848명이며, 이들을 국적별로 보면 92개국에서 밀입국자가 1만476명이고, 이중 중국이 15만1천313명(재중 동포 9만1천736명), 방글라데시 1만7천87명, 필리핀 1만6천78명, 몽골 1만3천952명, 베트남 1만3천952명 순으로 나타났다. 불법체류자의 취업분야는 제조업 8만9천174명(35%) 건설 5만5천907명(22%), 음식점 3만 4천573명(14%), 가사보조 9천500명, 농·어업 2천400여명 등이었다. 이들의 임금 수준은 월 평균 80만원정도, 이중 100만원 이상 소득자의 89%인 2만4천875명은 중국인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9만9천명, 서울 8만2천명, 인천 1만4천명, 대구 3천300명, 부산 2천200명 등 전체의 77%인 20여만 명이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었다. 지난 96년 12만9054명이던 불법체류자는 97년 14만8048명으로 늘었다가 IMF 환란위기로 국내 경제상황이 나빠진 98년에는 9만9537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경제가 회복되면서 99년 13만5338명, 2000년 18만8995명으로 다시 급격히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02년 말에는 처음으로 불법체류자가 4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최근과 근접한 2001년 12월말의 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33만 여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등록, 미등록의 형태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 법률·제도적 측면 한국의 외국인력 정책은 전문 기술인력을 제외한 단순 기능인력에 대해서는 근로자로서의 고용을 금지하고 연수생 신분으로 받아드리는 원칙을 견지해왔다. 정책적으로는 최초, 1991년 10월 26일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사증 발급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법무부 훈령 제255호)" 및 동 시행세칙의 제정을 계기로 11월1일부터 해외투자기업의 외국인 산업 연수생이 국내에 도입될 수 있는 합법적 통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1993년 4월에는 "외국인 산업연수제도"를 시행하였다. 1993년의 변화라면, 우선 기존 산업 기술연수제도의 미비점의 보완 및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의 도입 업종과 규모를 확대시켰으며, 둘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산업연수생의 모집 및 알선, 연수, 사후관리를 담당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산업기술 연수생의 사후관리의 보완과 연수생 도입업체가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 연수생들은 본격적으로 1994년 5월부터 입국하기 시작했고, 2000년 4월에는 산업연수생의 실질적으로 노동을 허가한 연수취업제도가 시행되어, 총 3년의 연수기간 중, 2년 동안은 연수를 그 외의 1년 동안은 취업을 가능케 하였다. 이는 표면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나 인권 개선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나, 실질적으로 2년 연수 후 연수업체가 연수생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외국인 노동자가 연수취업자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는 제도적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2001년에는 이러한 무리에도 불구하고, 연수 취업기간을 2년으로, 연수기간을 1년으로 조정하였다. 2002년 현재 상황은 단순기능 위주 인력의 국내취업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체 취업자의 1%에 가까운 단순기능 외국인력이 산업연수생, 불법취업자 등의 신분으로 국내에서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연수생은 취업할 수 있는 체류자격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근로에 종사하는 등 편법적으로 활용되고, 정부 통제 밖에 있는 불법체류 외국인력이 전체 외국인력의 64.1%로서 다수를 차지하는 기현상을 초래하였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인권탄압, 노동 착취 등으로 비난을 초래하는 등 많은 문제를 야기 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문제는 그간 계속 제기되어 온 것이지만 계속 확대 재생산도괴 있어 국제적인 나쁜 이미지로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 외국인력의 도입·활용에 관한 분명한 원칙과 기준이 없이 제도를 운영함에 따라 저임을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외국인력 도입요구가 급증하였고, 연수생 도입 업종이 중소제조업에서 건설업, 연 근해 어업까지 확대되고 불법취업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외국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책·제도로서는 한계가 있으므로 단순기능 외국인력의 활용 현실 및 문제점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대책 강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자주 논의되어 오던 것이 고용허가제이다. 노동부가 제시한 고용허가제 입법안은 전반적인 인력수급 차원에서 부족인력은 가급적 국내 잠재인력을 활용토록 하고 국내인력이 기피하는 직종에만 최소한의 인원을 도입할 수 있도록 외국인력의 유입을 허용하되 업체별로 고용상한선을 정함으로써 국내노동시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고용허가제에 대한 찬반논의는 1995년 노동부의 고용허가제 도입방침을 표명한 이래 상존해왔다. 고용허가제 반대론의 논의는 주로 외국인 노동자의 집단행동과 국내인권단체와의 공동투쟁 등으로 노사관계의 불안정을 초래하며, 중소기업에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켜, 결국 인력난을 심화시킬 것이고,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절차의 복잡성, 그리고 그에 따라 인력수급의 신축성을 결여할 것이라는 논의다. 이에 대해 찬성론은 계약기간이 1년 단위이고 사업주가 외국인 노동자의 연장계약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으며, 재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극단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며, 기존의 각종 수당제도를 폐지하고 기본급, 법정수당의 지급으로 대체하므로 중소기업에의 인건비 부담도 상쇄될 뿐 아니라, 절차의 복잡성은 현행 연수 업체 선정절차를 대체하는 것으로 특별히 절차나 규제가 추가되는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산업연수생 제도와 고용허가제의 내용을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민족연구> 제9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