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에서 시작된 제2의 연방해체 <東亞日報, 1994/12/30일자>

러시아연방 체첸공화국에서 계속되고 있는 정부군과 연방군과의 무력마찰은 '제2의 연방해체'의 진통으로 볼 수도 있다. 소련 즉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을 구성하고 있던 15개 구성 주체들이 개별적 민족 공화국 단위로 분열된 것을 첫번째 연방해체로 본다면, 이렇게 분열되어 나온 러시아연방이 또다시 내부적인 분열을 일으켜 재 분열되는 것이 제2의 연방해체로 볼 수 있다.

소련 해체 이후 독립공화국연합 국가들 모두가 또 다른 내부적인 분열을 만들어 낼 분열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러시아연방이 가지고 있는 분열적 요소는 훨씬 더하며 이는 러시아의 소수민족 공화국의 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구 소련시대 러시아공화국에는 16개의 자치공화국과 5개의 자치주가 각각 설치되어 있었으나 독립 후에는 과거의 자치공화국과 자치주 총 21개 중 1개(유태자치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공화국으로 승격을 선언, 현 러시아연방의 공화국 수는 21개(체첸 잉구시 자치공화국이 두개의 공화국으로 분열)로 늘어났다.

이렇듯 현재의 러시아는 이들 공화국을 비롯, 대소 80여개의 비 러시아 소수민족 자치지역들이 공존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다민족 연방이며, 이런 점에서는 구 소련의 경우와 별로 다르지 않다. 바로 여기서 러시아연방의 또 다른 분열의 소지가 있으며 이러한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표출된 것이 작금 체첸에서의 분리 독립 지향성이 강한 두다예프 정권과 이러한 반 러시아적 분리 독립에 대한 러시아연방의 견제다.

러시아연방이 연방 헌법 전문에서 밝힌 대로 '역사적으로 형성된 국가적 통일'을 지키면서 강력한 결속력에 바탕을 둔 중앙 집중적인 연방제를 운영할 것인가, 아니면 다양한 연방 구성 주체들의 민족 종교적인 분열이 더욱 구체화되면서 제2의 분열로 이어질 것인가를 판가름 할 씨름판이 체첸에서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연방 구성 주체들의 독립 움직임에 대한 상반된 두 가지 입장으로 대처해 왔다. 하나는 연방 당국이 구성 주체들의 '개별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이들과의 별도의 상호조약을 체결함으로써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는 금년 2월15일 모스크바에서 옐친 연방 대통령과 타탈스탄의 사미예프대통령 사이의 상호조약 체결이 그것이다.

러시아가 구성 주체들의 반 연방적 행동에 대해 취하는 또 한가지의 입장은 현재의 체첸에서 보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탄압정책이다. 1991년 8월 구 소련에서 보수파들에 의한 쿠데타가 일어나자 당시 체첸-잉구시 자치공화국의 보수 지도자들이 이를 지지했기 때문에 그후 연방해체가 본격화되자 두다예프가 지도하는 체첸민족회의가 일찍 기존의 보수정권을 밀어내고 권력을 장악한 이래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지금과같은 강력한 민족주의적 정권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연방적 통합성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는 옐친정부와의 마찰이 노골화됐다.

옐친 정부가 체첸과의 마찰에서 타탈에서와 같이 온건한 방법을 적용치 않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지정학적인 면에서 체첸은 러시아 내에서 도 가장 대표적인 이슬람 소수민족 집중지역인 북 카프카서의 중심지역에 위치하여 이들의 독립운동의 파장이 인근 이슬람 소수민족 지역에 쉽게 전파될 수밖에 없고 이는 또한 러시아 연방체제 운영에 결정적인 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러시아가 이곳에 대해 일방적인 무력 탄압정책만을 계속할 수도 없다는데서 러시아의 고민은 더하다. 민족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는 두다예프 정권을 소수민족들의 이익 수호의 대변자로 보는 많은 소수민족 집단들에게는 체첸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탄압을 러시아인들의 소수민족들에 대한 민족적 탄압으로 보고 있으며, 이슬람 세력들은 이를 러시아 정교집단에 의한 이슬람에 대한 종교 탄압으로, 크고 작은 러시아연방의 구성 주체들은 이를 러시아에 의한 새로운 대국주의적 정책의 강화 신호로 보고 러시아의 체첸에 대한 무력탄압을 크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민족별 대표들로 구성된 러시아 의회가 옐친의 체첸에 대한 무력사용 정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상황의 반영이다.

연방내의 개별 민족 세력들이 나타내는 반 연방적 독립 운동에 대한 강경대응이 가지는 이 같은 한계상황이 바로 1백여만의 체첸인들을 1억 2천여만의 러시아인들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현 러시아연방이 가지고 있는 중앙 집권성과 개별적 분열성간의 마찰이며 이러한 마찰이 쉽게 그 타협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데서 '제2의 연방해체'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94 / 12 / 23>